이성희: 두 선생님의 동기감응론에 대한 말씀을 들으니 요즘 심층 생태학이나 근본주의 생태학에서 말하는 ‘영성(靈性)’이 풍수의 기와 연결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심층 생태학에서의 영성은 우주 전체와 나라는 개체가 서로 얽혀 있다는 느낌의 의식입니다. 기라는 것은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어떤 복을 준다기보다는 우주 전체의 장엄함 속에서 서로 얽혀 있어서 상호 신비적 느낌을 교류하는 것과 연결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두 분 선생님께서 풍수지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이제는 본격적으로 우리 삶의 풍속에서 풍수 문제를 얘기해 보기로 하지요. 풍수와 관련해 곧잘 거론되는 것이 매장문화인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지요?
김두규: 묘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풍수 답사를 하다 보면 가장 볼썽사나운 것이 묘지를 새로 단장하고 사초하고 비석 세우고 요란하게 치장하는 호화분묘입니다. 또 해마다 많은 산들이 깎여져 여의도 1.2배 크기의 면적이 묘지로 장식된다고 하고, 앞으로 50년 후면 묘지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과연 전부 풍수 탓으로 돌릴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과거 풍수에서는 묘지를 쓸 때 땅을 깎는 것을 두려워하고, 돌을 올리는 것은 지기를 누른다 해서 매우 조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무덤들은 자연스럽게 없어져서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서 문제가 되는 묘지들은 조선조의 일부 사대부들, 권세를 누린 사람들의 것입니다. 이런 무덤들이 현재까지 나쁜 선례를 미치고 있는 것이지요. 이로 보면 과연 묘지 문제가 풍수 탓이냐, 묘지문제를 화장 말고 달리 해결할 방법은 없을 것인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창조: 매장문화가 토지 문제를 일으켰고, 그 원인 제공자로 풍수가 찍혔죠. 언론이 전부 그런 식으로 다루고, 풍수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도 그런 의견에 동조를 하다 보니, 일반인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현상에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국토개발연구원에서 매장문화에 대해 종교별 세대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장을 가장 선호하는 사람들은 가장 풍수를 안 믿는다고 얘기하는 개신교 신자들입니다. 풍수를 어느 정도 믿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불교하고 가톨릭 쪽인데, 화장해도 괜찮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게 나왔어요.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매장문제 자체를 놓고 보자면 풍수쪽보다는 오히려 개신교쪽의 영향이 더 크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묘지 개선운동과 화장 장려운동을 여러 단체에서 하는데, 교회 쪽에 어려움이 많다고 해요.
풍수 이론으로 보아도 화장이 안된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화장하지 말라, 화장은 금기다 하는 말은 나와 있지 않아요. 현대 사람들이 쓴 책 중에는 화장을 언급하고 있는데, 화장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들여다보면 풍수 이론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효의 관념을 끌고 들어와요. 아무리 돌아가셨다지만 부모를 불구덕에 집어넣을 수 있느냐 하는 거지요.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 “당신들이 이장하는 것을 한 번이라도 본 일이 있는가?”하고 묻고 싶습니다. 땅구덕에서 벌레가 들끓고 부분적으로 부식이 돼버린 시신을 한번이라도 본 일이 있으면 그런 말 못할 겁니다. 매장을 하면 부모님이 편안하고 화장을 하면 불효라는 생각은 틀린 것입니다.
‘풍수 왕조’ 고려 왕가도 화장했다
제가 북한에 가서 고려 왕릉을 보고 온 적이 있어요. 고려왕조는 지배 이념이 선종과 풍수 아닙니까. 요즘 식의 풍수에서 보면 왕과 왕비는 당연히 매장을 했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화장한 산소들이 상당히 많아요. 고려 태조인 왕건릉이 그렇고, 그 옆에 초기 왕들의 릉으로 추정되는 7개의 무덤은 발굴 결과 매장이 아니라 석실에다가 유골함을 보관하는 형태였어요. 명백히 화장의 현장이죠. 이렇게 국가 지배이념으로 풍수를 신봉하던 왕조조차도 화장을 했는데, 풍수가 화장을 금한다는 얘기는 역사적으로도 말이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풍수 이론으로 보나, 역사적 사실로 보나, 가장 중요한 산 사람의 현실적인 토지 문제로 보나 별 수 없이 화장문화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화장을 한다고 해서 산이나 강에 유골을 뿌리는 개념이 아니라 봉분을 조성해 유골을 모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묘지가 가지고 있는 사회 교육적 측면이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명절날 기를 쓰고 산으로 올라가 얼굴도 잘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 묘에 가서 절을 시키며 조상이라고 가르치는 예절 교육은 가족의 일체감과 유대감, 효도심을 갖게 하는데 아주 좋습니다. 더불어 요즘 많이 거론되고 있는 시한부 매장제도 현실적으로 고려해볼만한 대안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이성희: 최선생님께서 화장을 금하는 종교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역사적으로는 조선시대의 유교문화가 화장을 금지하는데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떻든 선생님이 제시하신 대로 하면 화장을 하면서도 유교적인 효의 개념을 살리고 국토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두규: 저는 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풍수지리 강의를 하면서 ‘동기감응과 화장과의 관계를 쓰시오’하는 시험문제를 출제합니다. 즉 좋은 땅에 모시면 잘되고 나쁜 땅에 모시면 안좋다는 풍수 논리를 전제한 뒤 화장과의 관계를 논해보라는 것이지요. 아까 최선생님도 말씀하셨다시피 무덤을 파보지 않고도 육안으로 보아 물이 찼다는 걸 알 수 있는 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묘지중 상당수는 유골 상태가 끔직한 상태에 있을 겁니다. 그걸 후손들이 직접 봤을 때 명당이라는 생각이 안들 겁니다. 그렇게 나쁜 땅이 많은데 차라리 그럴 바에는 화장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게 오히려 풍수논리입니다
동기감응에 대한 기계론적 세계관에 입각해 유골이 없어지면 동기감응이고 뭐고 없지 않느냐 생각된다면, 시신을 화장해서 납골로 모시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매장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홍보 내지는 설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청와대 터는 신들이 노는 장소
이성희: 음택풍수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치고, 이제는 산 사람들의 거주지인 양택에 대해 논의해보기로 하지요. 이와 관련해 최창조선생님은 얼마전에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 터가 산 사람들이 살 만한 터가 아니라고 지적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최창조: 역사적으로 청와대는 매우 불순한 동기에 의해 지어진 것입니다. 북악산에서 경복궁을 거쳐 광화문에 이르는 과정은 풍수로 보면 백두산 정기를 서울에 불어넣는 용의 목과 머리에 해당합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은 경복궁 근정전 바로 앞에 총독 집무처(옛 국립박물관)를 지어 입을 틀어막고 총독관저(현 청와대)를 지어 목줄을 눌러 놓았습니다. 특히 청와대 터는 기를 모아 명당에 공급하는 수문 구실을 하는 곳인데, 그곳에 대형 건물을 세우는 것은 서울의 목을 조르는 행위에 해당하지요.
다른 각도에서 보면 현재 경복궁 북쪽 문인 신무문과 청와대 정문 사이에 난 도로를 경계로 하여 그 아래는 사람들의 거주처가 되고 그 위쪽은 신령(神靈)의 강림지가 됩니다. 다른 말로 아래는 사람의 공간이고 위는 죽음의 공간인 셈입니다. 그러니 신령의 강림지인 청와대에 사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풍수적 소응은 신적 권위의 부여입니다. 사람이 신의 권위를 부여받았으니 나쁠 것도 없지 않느냐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풍수의 논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풍수에서는 결코 인사가 천도를 넘보는 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청와대의 터잡기는 애초부터 나쁜 의도로 시행된 것이고 풍수 논리로도 잘못된 것이 분명하니까 장래에 대통령 관저를 옮길 것을 제안했던 것이지요.
이성희: 김두규 선생님도 지난해에 ‘신동아’에 청와대 터가 좋지 않다는 취지로 글을 발표하시기도 했지요?
김두규:그렇습니다. 역사적으로 청와대에 살던 사람들은 불우한 말년을 맞았습니다. 총독부 관저(청와대)를 지은 후 처음 입주한 제3대 총독 사이토 마코토라는 자는 일본에 돌아간 뒤 피살됐고, 제4대 총독 야마나시 한조는 독직사건으로 총독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역대 총독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광복 이후 청와대 주인들의 말로 역시 잘 아시다시피 불행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초대대통령인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물러나 객사했고, 박정희대통령은 총으로 쓰러졌고,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퇴임 후 옥살이를 했고, 김영삼 대통령 역시 모양새를 완전히 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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