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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국수의 쇠갈비찜

고기 먹고 야채 먹고, 밥상 위 꽃놀이패

조훈현 국수의 쇠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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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상(盤上)의 전투는 무서운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지나친 욕심을 내는 것도 금물. ‘아차’ 싶은 찰나에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체력이 필수다. 체력 다지는 데 쇠고기만한 것이 또 있을까.
조훈현 국수의 쇠갈비찜
2000전 1442승 4무 554패. 바둑황제 조훈현(曺薰鉉·51) 국수가 2004년 6월22일 제38기 왕위전에서 세운 대기록이다. 승률 72.1%. 10번의 전투에서 7번 승리한 셈이다. 하지만 이건 최근 3~4년 성적이 저조해 낮아진 것이고 전성기 때 승률은 80%를 넘어섰다. 패배는 그에게 낯선 일이었다. 조 국수는 1977~78년 35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조 국수가 100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할 ‘바둑천재’ 또는 ‘전신(戰神)’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조 국수는 말보다 바둑을 먼저 배웠다.

그가 네 살 때의 일이다. 아버지 조규상씨가 조카사위와 바둑을 두고 있는데 지켜보던 아들이 한마디 훈수를 던졌다.

“아부지, 거기다 두면 안 돼라우.”

처음엔 ‘네 살짜리가 뭘 알고 저런 소리를 하나’ 싶어 피식 웃어넘기고 말았는데, 복기를 하다 보니 바로 그 점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뒤늦게 아들의 천재성을 간파한 아버지는 아들 손을 잡고 기원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 목포를 떠나 서울로 이사하기에 이른다.



조훈현 국수의 쇠갈비찜

조훈현 국수와 부인 정미화씨가 갈비양념 간을 보고 있다.

조 국수의 바둑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가로 19줄, 세로 19줄이 서로 엇갈려 만들어진 361개의 기점 위에 그의 삶의 돌들이 놓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 수 한 수 운명처럼. 그 후 조 국수의 인생은 그 자체가 기록이 된다. 세계 최연소 프로바둑 입단, 한국 최초의 9단, 최다연승 및 최다타이틀, 최다승 등. 이 중 최다승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처럼 성공한 삶을 위해 그가 버려야 할 것이 적지 않았다. 학력만 해도 서울 삼선초등학교를 다니다 일본으로 건너가 다카이도 다이용 초등학교를 거쳐 신메이 중학교를 졸업한 것이 전부다. 사실 그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머릿속이 온통 바둑에 대한 생각뿐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받은 교육은 바둑스승 세고에 겐사쿠(9단·사망)에게서 받은 가르침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일본 명인 세고에의 문하생은 조 국수, 단 한 명뿐이었다. 지독히 고독한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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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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