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금융시장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국적 없는 정치가’를 자임하며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과 미국 사회를 심도 있게 비판한 책. 소로스는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부시 재선(再選) 반대운동에 250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부시는 당선되었고, 소로스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9·11 사태 이후 이라크 침공에 이르기까지 부시 정부는 잘못된 어젠다를 설정, 무력 사용을 강조하고 국제협력은 외면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미국이 변하려면, 우선 오해에서 비롯된 무의미한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모북스/296쪽/1만3000원
▼ 현명한 경제습관이 부자를 만든다 엘리 케이 지음, 김정미 옮김, 차성호 감수
‘빚 다이어트에서 소비습관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돈이 쌓이는 10가지 방법’이라는 솔깃한 부제를 단 이 책은 시류에 맞는 재테크 비법을 담고 있기보다 돈과 부(富)를 대하는 태도, 빚 다이어트, 머니 트레이닝, 신용카드 사용법, 자녀의 경제습관 등 현재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차차 현명한 경제습관으로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얻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재테크 서적이 ‘돈이 돈을 벌어다준다’는 절망스러운 결론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천천히 부자가 되는 법을 일러주는 게 훨씬 현실적이지 않은가. 아인북스/228쪽/9500원
▼ 지혜와 평정 윤문원 엮음
“부탁할 줄 알라. …부탁하는 사람은 5분 동안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부탁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동안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부탁하면 최소한 원하는 것을 얻을 기회가 주어지지만 부탁하지 않으면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음을 명심하라….” ‘식구생각’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의 저자이며 월간 ‘신동아’에 ‘영화 속 논술’을 연재하는 등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윤문원씨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현이 남긴 지혜와 위안의 말들을 정리해 엮었다. 명사들의 어록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수백권의 책에서 간추려낸 선현의 생각과 글을 걱정, 부탁, 거절, 행복, 칭찬, 죽음 등 각 주제에 맞게 녹여냈다. 씽크파워/172쪽/7500원
▼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인 비판적 합리주의자 칼 포퍼가 1980년대 중반부터 세상을 뜨기 전까지 쓴 수필과 강연 원고 모음집이 번역됐다. ‘칼 포퍼 입문서’라 할 이 책은 1부 ‘역사와 정치에 관한 고찰’에서부터 2부 ‘자연과학에 관한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전쟁과 평화, 열린사회의 힘, 과학 이론과 논리, 케플러의 형이상학적 우주론과 경험적 비판론…. 이 많은 주제 속에서 저자는 ‘비판적 합리주의’와 ‘낙관주의’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낸다.
포퍼가 말하는 합리주의자는 “자신이 옳음을 증명하기보다 다른 이에게서 배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나아가 남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에 대한 남의 비판을 쾌히 받아들이고 남의 생각을 신중히 비판함으로써 타인에게서 기꺼이 배울 의향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역사적으로 체험한 정치적 세계 중에서 최고라고 믿는 낙관주의자 포퍼는 “이데올로기라는 색안경을 벗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포퍼는 어떻게 그렇게 광범위한 지식을 섭렵했을까? ‘진정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바칠 멋진 ‘문제’ 하나를 찾아보기, 해법을 열심히 찾되 우리가 생각해내는 해법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늘 잊지 말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므로 늘 겸손해야 하며 모를 때는 모른다고 인정할 줄 알기.’ 포퍼가 권하는 공부 방법론이다. 부글북스/302쪽/1만5000원
▼ 검은나비(전 5권) 정호 지음
국제문화대 중국학과 김정호 교수의 장편소설. 정호는 김 교수의 필명이다. 김 교수는 1980년 중국문단에 데뷔, 중국작가협회 길림회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7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게 납치되어 위안부로 지내다 광복을 맞았으나 귀향에 실패해 문화대혁명을 비롯한 중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베이징에 있을 당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한 위안부 출신 여인이 정신병자로 위장해 안휘성까지 내려왔는데, 북한 영화를 보고 나올 때마다 눈물 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본 중국인 젊은 부부가 그녀를 어머니로 모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이번 소설의 씨앗이 됐다. 온북스/각 280쪽 내외/각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