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한반도 면적의 44배나 될 만큼 넓다(남한 면적의 97배). 한반도에서 볼 수 없는 사막지대와 초원지대가 있고, 엄청난 길이의 강이 있는가 하면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지대도 있다. 인구도 많고 민족도 다양해 사람들 자체가 볼거리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 유구한 문명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곳이어서 역사유적만 해도 일일이 거론하기가 벅차다.
필자는 지난 십수년 동안 공무로건 개인적으로건 기회가 닿는 대로 중국 각지를 찾아다녔다. 한국인이 관심 가질 만한 곳은 대충 훑어본 듯싶다. 그런데도 아직껏 티베트 땅을 밟아보지 못했고, 샹그리라도 근처까지만 가보았을 뿐이다. 진작 중국의 명승지나 유적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한 다음 다녔더라면 훨씬 효율적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대륙의 관광여행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소를 택하는 데 이 글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산 가운데 최고의 절경은 황산
중국의 산을 말할 때 흔히 5악을 꼽는다. 중악인 쑹산(嵩山)을 비롯해 동쪽의 타이산(泰山), 서쪽의 화산(華山), 남쪽의 헝산(衡山), 북쪽의 헝산(恒山)을 최고의 명산으로 친다. 그런데 황산(黃山)이 이 5악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다. “오악에 오르면 모든 산이 눈 아래 보이고, 황산에 오르면 오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5악 가운데 타이산을 두 번, 그리고 화산을 한 번 가봤다. 그러고 나서 황산을 갔는데, 정말 황산을 두고 중국인들이 찬탄하는 말들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암과 괴석, 아찔한 절벽, 깊은 계곡, 운무 ……. 황산의 절경을 필설로 다 표현할 수가 있을까?
황산의 멋은 결정적으로 안개와 구름으로 완성된다. 절묘한 봉우리들을 신비롭게 감싸고 있는 끝없는 운무(雲霧)의 바다를 바라보면 선경이 바로 이런 곳이구나 하는 감동에 휩싸인다. 이 황산의 운무를 못 잊어 7년 만에 다시 한 번 황산을 찾았다. 또다시 감동. 황산 가운데서도 최고라 할 서해협곡을 바라보며 “이 절경에 시 한 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다니” 하며 시재(詩才)의 부족을 탓한 기억이 난다.
황산은 안후이(安徽)성 남부에 위치해 상하이 난징 항저우 같은 동부지역의 대도시에서 가깝다. 해발 1860m의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마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돌계단을 만들어놓아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걸어 올라가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아찔한 계곡을 옆으로 바라보면서 오르는 길에서는 얼마간 강심장일 필요가 있다. ‘경치를 보며 걷지 말고 걸으면서 경치를 보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을 정도. 대부분의 관광객은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부 아래 지점까지 올라간다. 체력과 시간 절약은 물론, 공중에서 보는 황산의 비경 또한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