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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과 일탈, 균형과 변화의 경계인 김아타

해체하고 박제하고 소멸시키며 인간 성찰

합법과 일탈, 균형과 변화의 경계인 김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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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계의 왕따’에서 어느날 갑자기 사진 한 장이 2억원 넘게 팔리는, 뉴욕에서도 주목받는 사진작가이자 설치예술가로 거듭난 김아타. 하지만 그에게 이런 평가는 무의미하다. 그는 처음부터 줄곧 인간의 실존, 그리고 그 모순에 대한 깊이 있는 자기성찰 과정을 렌즈에 담아 왔을 뿐이다.
합법과 일탈, 균형과 변화의 경계인 김아타

▼ 1956년 경남 거제 출생<br>▼ 창원대 기계공학과 졸업<br>▼ ‘올해의 작가상’(1997), 영국 파이든 프레스 선정 ‘세계 100대 사진가’(2002), 제25회 상파울루비엔날레 한국대표작가(2002), 제4회 이명동사진상(2003)<br>▼ 저서 : ‘ON AIR’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아타 개인전(5월25일까지)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발길이 많이 몰린다고 한다. 볼 만한 사진전이 흔치 않은 탓도 있겠지만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모이는 건 뜻밖이다.

‘김아타 신드롬’을 단순히 이미지에 대한 젊은 관객의 관심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그의 작품이 주는 세련됨, 주제를 다루는 자세, 그리고 이미지 채집지가 외국이라는 점 등 이국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다루는 주제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한국(또는 동양)의 전통적 가치와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요소들로 그들이 김아타에 환호하는 까닭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젊은이들은 김아타의 작가적 프로근성을 배우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도 통하는 작가로 성공한 선배의 뒤를 이어보려는 희망과 허명의식도 하나의 동인이 됐을 것이다. 또한 사진 한 장이 2억원 이상에 팔린다니 도대체 어떤 사진일까 하는 호기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애써 그의 작업을 외면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던 사진가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새삼 김아타를 다시 발견하고자 하는 그들의 방문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김아타(金我他·52)란 존재가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2006년 11월 KBS ‘지구촌 한국인-젊은 그대’라는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사진경력 20년차 작가였다. 그가 세상에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기까지는 실로 2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왕따’ 자초한 사연



물론 그의 작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비평가나 화상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사진동네에서는 늘 이단아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정통 사진 전공자가 아니라는 그의 이력과 사진을 대하는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태도가 사진계에서 ‘왕따’를 자초한 셈이었다.

간혹 들려오던 그의 독특한 이름이 잊힐 즈음 그는 방송 전파를 타고 등장했다. 그것도 당당하게, 때로는 거만하게 보이는 모습으로 뉴욕 한복판을 휘젓고 있는 것이었다. 늘 미국 또는 미국사람에게 까닭 모를 콤플렉스를 지닌 한국인들은 자신에 찬 태도로 스태프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현장을 지휘하는, 그래서 마치 뉴욕을 호령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많은 작가가 외국에서의 활동과 성공을 무기로 비로소 한국에서 통했던 것처럼 그도 그렇게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몇 년 또는 몇 달이 지나 풍문으로 전해지던 옛날과는 확실히 달랐다. 21세기 인터넷망으로 세계가 씨줄과 날줄로 그물처럼 얽혀 있는 오늘, 그가 뉴욕에서 거둔 성공은 지금 당장 서울에서 확인 가능한 생생한 뉴스였고, 공중파를 통해 그의 당당한 모습이 방영되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그는 ‘뉴욕을 뒤흔든 세계적인 사진 아티스트이자 설치미술가’라는 수식어와 찬사에 휩싸여 귀향했다. 그리고 그의 존재를 뒤늦게 안 언론들은 그의 작품과 작가적 실체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안중에 없이 상찬 일변도의 수사(修辭)만으로 그의 금의환향을 치장했다.

이런 환호는 그의 처지에서 보면 부질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성장 이면에는 환호나 명성과는 관계없는 인간의 존재와 실존, 그리고 그것들의 모순에 대한 깊이 있는 자기성찰의 과정이 있었다. 그의 작품은 이런 자기연마 과정을 통해 도달한 인간과 자연과 존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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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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