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가 낳은 스타 폴 포츠(왼쪽)와 임정현.
‘비디오(video) + 데모크라시(democracy)’의 합성어인 ‘비디오-크라시’는 개인들의 동영상이 여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UCC시대를 맞아 유튜브가 만든 신조어다.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커뮤니티를 넘어 전세계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매개로 토론하고 여론을 형성해 새로운 아비투스(habitus)를 창출하는 민주주의의 장으로서 이 행사를 마련했다.
유튜브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최고기술책임자)인 스티브 첸(陳士駿)은 유튜브의 미래에 대해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미디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하는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V처럼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방송만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미디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2008년 들어 유튜브가 기존의 방송사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 미디어로 변신을 시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뉴밀레니엄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던 1998년, 할리우드에서는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 감시당하는 개인들의 일상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3편의 영화가 개봉됐다. ‘머큐리’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트루먼쇼’가 그것. 이 영화들의 공통된 주제는 새 천년을 앞두고 지구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빅브라더의 팬옵티콘(panopticon·완벽한 감시사회를 뜻하는 원형감옥)이었다.
‘머큐리’는 전직 FBI 요원이 한 가정에서 발생한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사건 현장을 방문한 그는 2층 구석에 웅크린 채 숨어 있는 어린 시몬을 발견한다. 자폐아로 자란 시몬은 잡지 퍼즐게임 푸는 것을 즐겼는데, 그가 해독한 것은 NSA(국가안보국)의 비밀코드인 ‘머큐리’였다. 그런 까닭에 국가기밀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NSA가 킬러를 파견해 시몬을 제거하려다 부모만 살해하고 만 것이다. ‘머큐리’는 이처럼 정보화사회의 감시 시스템에 접근하는 자에게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다뤘지만, 그 해결책은 브루스 윌리스 특유의 ‘맨주먹 붉은 피’였다.
빅브라더 열풍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한걸음 나아가 정보화 사회의 팬옵티콘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놉티콘(Synopticon·팬옵티콘과 반대로 일반인이 감시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을 제시한다. 변호사 로버트(윌 스미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사러 란제리 가게에 들렀다가 우연히 조류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대학동창 대니얼과 만난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황급히 뛰쳐나가고, 뒤따라 나간 로버트는 대니얼이 차에 치여 즉사하는 장면을 목도한다.
대니얼의 비참한 최후는 이후 자신이 겪게 될 모습이기도 했다. 그가 이 사건에 얽혀든 이유는 단순하다. 대니얼은 달아나기 전에 로버트의 쇼핑백에 디스플레이어 기기를 집어넣었는데, 거기엔 중요한 살인사건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거위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공원 호수에 설치한 무인카메라 자료를 분석하던 대니얼은 어느 날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다. 비밀요원들이 NSA의 도·감청행위를 법적으로 승인하는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필 의원의 목에 독극물을 주사해 살해한 뒤 차에 태워 호수에 수장하는 장면이 무인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대니얼은 언론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다 통화내용이 NSA 감청 시스템에 노출되면서 비밀요원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로 즉사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로버트 역시 영문도 모르는 채 그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로버트는 전직 NSA 출신의 도움으로 이 모든 불법을 저지른 NSA 고위간부의 집을 도청해 자신이 당한 방식대로 복수한다. 그 결과 필 의원 살해 사건과 NSA의 도·감청의 위험성을 사회에 알리는 데 성공한다. 이때 로버트가 NSA 고위간부에게 복수하는 방식이 시놉티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