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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건강한 자연 임신 비결”

박문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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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일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바른 영양 섭취 등 적절한 임신 준비만으로도 자연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박문일 교수.

▼ 불임 환자도 아닌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이지요?

“제가 ‘불임’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건 그 말이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기 때문이에요. 의사가 많아지면 질병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기침 몇 번 하면 감기가 되고, 진짜 감기는 폐렴 취급을 받고…. 불임의 기준도 자로 긋듯 ‘1년’이라고 정해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사람의 수정 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직장 스트레스, 운동 부족, 영양 불균형, 고령, 잘못된 생활습관과 임신에 대한 준비 부족 등이 골고루 영향을 끼친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임신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첫걸음은 의학적인 치료가 아니라 자발적인 임신 노력, 즉 건강 관리라는 것이다.

남성용 비타민 섭취

박 교수에게 ‘불임클리닉에 다니지 않고도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들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남편의 몸 관리’다.



“많은 사람이 난임은 여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절반은 맞지요.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정확히 남성의 문제라는 걸 인식해야 해요.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게 정자 수 감소지요. 1940년 남성의 평균 정자 수는 정액 1ml당 1억1000만개였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1990년에는 평균 6000만개로 줄어들더니, 불과 10년 만인 2000년에는 다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미래학자들이 인류 멸망의 원인으로 남성 정자 수 감소를 꼽는 건 기우가 아니에요.”

개체 수뿐 아니라 운동성도 문제다. 국립독성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남성의 정자 운동성은 2001년부터 이미 비정상 수준인 50%이하로 떨어져 있다. 박 교수는 “불임클리닉 검사에서는 정액에 정자가 한 마리만 있어도 ‘정상’ 판정을 내린다. 실제로는 건강하지 않아 임신이 안 되는 사람을, 건강한데 임신이 안 되는 ‘환자’로 만들어 ‘치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료를 받지 않고 정자의 개체 수와 운동성을 높이는 방법은 뭘까. 적절한 영양 섭취, 잘못된 습관 교정, 그리고 적절한 운동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임산부용 비타민제를 파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을 위한 비타민제도 판매한다. 여성들이 선천성 기형아를 예방하기 위해 복용하는 엽산도 남성이 함께 먹는다. 그는 “우리도 남성들이 건강한 임신을 위해 미리부터 영양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엽산과 비타민C, 비타민E, 아연, 셀레늄 등의 무기질이 포함된 제품이 적합하다.

남편이 만 35세 이상인 경우 항산화제나 항산화요소가 많이 포함된 건강 기능성 식품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정자의 운동성이 감퇴하는 것을 늦춰주기 때문.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남성의 정관에 성숙한 정자가 포함될 가능성은 90%. 만 40세를 넘으면 이 수치가 50%로 떨어진다.

한참 이야기를 풀어가던 박 교수가 갑자기 “그런데 오늘 사정되는 정자가 며칠 전에 만들어진 건지 알고 계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1번 어제, 2번 일주일 전, 3번 한 달 전, 4번 석 달 전.

동행한 남자 사진기자는 3번 ‘한 달 전’을 꼽았다. 오답이었다. 정답은 4번 ‘석 달 전’이다.

“이 문제의 답은 의사들도 잘 몰라요. 일반 남자들은 생각해본 적도 없을 거고요. 고환에서 만들어진 원시정모세포가 자라서 성충 정자가 되는 데는 평균 74일이 걸립니다. 이 놈이 수정력을 갖추려면 다시 2주가 더 지나야 하죠. 정자가 수정력을 갖고 난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힘을 얻기까지 약 90일이 걸리는 겁니다.”

오늘 건강한 아이를 만들려면 최소한 3개월 전부터 준비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영양 섭취도, 습관 교정도, 적절한 운동도 최소 3개월 이상은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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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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