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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가을

떠도는 가을

떠도는 가을

일러스트·박용인

차 안에 음악이 흐르는데

음악을 찾아 자꾸 채널을 더듬는다

이런 것을 뭐라고 하나

차 마시면서도 차 마시고 싶다고 생각하고

인도풍의 시인도 아닌데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리운 것을

강물에 뜬 아파트들이

불안한 유령처럼 나를 따라오는 강변도로

이게 아니다! 이게 아니다!

고개를 저으며 차를 달린다

차 안에 음악이 흐르는데

음악을 찾아 채널을 더듬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질문도 대답도 창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무릇 산다는 것의 깊이란 무엇일까?

끝없이 다가드는 허공을 향해 묻고 또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가 보자

앞으로 앞으로 차를 달린다

몽롱하게 떠도는 가을 속을 간다

문정희

●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문창과 교수 역임
●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 시집 ‘남자를 위하여’‘오라, 거짓 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나는 문이다’외


신동아 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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