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우리 시대의 거짓 예언자들엄상익 지음, 글마당, 328쪽, 1만4000원여러 이단 교주의 모습을 봤다. 무릎을 꿇고 황홀경에 빠져 있는 신도들 앞에서 자신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 세상을 돌아보고 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얀 옷을 입고 번쩍이는 조명 속에서 여신도들과 난잡한 춤을 추기도 했다. 왕관을 쓰고 수많은 신하의 경배를 받는 여왕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고달픈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온 신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판단 능력을 모두 그들에게 유보하고 평안을 얻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이미 화석화한 제도권 교회에 그들은 절망했다. 교회 속에 오염된 세상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실종되고 교권과 이권 다툼에 정신이 없었다.
변호사로 이단 교주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는 일을 했다. 기성 교단의 법률 분쟁을 담당하기도 했다. 거기도 한심했다. 하나님을 믿으라고 말하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돈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구석구석에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고물을 수집하며 신도를 정말 자기 양같이 사랑하고 돌보는 목사가 있었다. 예수의 영에 이끌려 광야에서 떠돌며 난민들과 함께 사는 무소유 수도사를 만나기도 했다. 노숙자로 전락한 모자가 마지막 가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치는 순결한 모습도 보았다. 같은 하나님과 성경, 그리고 믿음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천사와 악마로 변하는 원인이 궁금했다.
이단 교주라고 해서 특별히 증오하는 감정을 갖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썩은 나무토막을 믿어도 법은 허용한다. 내가 추적한 한 교주의 삶은 이랬다. 가난한 그는 어려서부터 성경만 읽었다. 나무하러 가서도 읽고 달밤에도 성경을 읽었다. 겨울 산 동굴 속에서도 그는 성경을 읽었다. 어느 날 그는 신비한 소리를 들었다. 그가 기도하는 산 아래 세계에서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그를 예배하게 하겠다는 소리였다. 그 정체불명의 존재는 그에게 세상 모든 여자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한 미친 남자가 본 환상이라고 치부하기엔 현실이 특이했다. 몇 년 후 그는 진짜 교주가 되었다. 그 산 밑에 궁전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세계 각국에서 그를 참배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는 만나는 여자마다 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범했다. 그는 신이 된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그 남자는 다시 초라한 인간이 되어 도주하기에 바빴다.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에도 경찰관이 자기를 잡으러 오는 줄 알고 벽장에 들어가 숨었다. 그의 끝은 감옥이었다. 부패한 대형 교회 목사들도 교주 비슷한 우상으로 변질됐다. 예수님의 자리를 슬쩍 빼앗아 들어앉았 다. 그들이 섬기는 것은 돈이었다. 내가 발견한 성자들과 어둠의 자식들을 대비해서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단순한 흥미거리로 써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불뱀과 전갈, 그리고 이리떼가 득실거린다는 성경 속 광야에 나가 글로 써도 되느냐고 그분께 물어보았다. 이상하게도 독충에 물려 죽음 직전까지 갔다. 경고 같았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썼다. 하나님의 붓이라는 생각을 하며 기록했다.
엄상익 | 변호사 |
New Books신 백과사전 | 마이클 조던 지음, 강창헌 옮김종교 인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전 세계 200개 문명권에 자취를 남긴 2800여 신을 한데 모았다. 고대부터 인간 세계에 머물렀던 신들이 백과사전식으로 초성 순으로 정리돼 있다. 저자는 10여 년 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신들의 기원, 숭배 시기, 별칭, 숭배 중심지, 예술, 문헌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특히 신들의 역할과 위상을 통해 그 시대와 생활상, 문화 등을 짐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간과 함께 걷고 말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며,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처럼 행동한 신들을 만날 수 있다. 철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프레드 게팅스가 펴낸 ‘악마 백과사전’도 함께 번역, 출간됐다. 전 세계 악마들의 이름을 열람하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보누스, 728쪽, 2만5000원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 로버트 고든 지음, 유지연 옮김여행사진 한 장 없는 특이한 여행서. 어떻게 하면 보다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기와 다른 사회와 다른 인간을 학문 탐구의 대상으로 하는 인류학자처럼 여행하라며 여행의 자세와 실용적인 여행법을 들려준다. 1부에서는 여행에 대한 인류학적 시각으로 여행자들이 빠질 수 있는 잘못된 관점을 교정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인류학의 기본 방법인 ‘현지 조사’와 ‘참여 관찰’을 소개한다. 또한 ‘이방인의 모험’과 ‘통과 의례’ 개념을 이용해 여행자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게 도와준다. 2부는 여행자들이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여행의 알토란 같은 정보들이 펼쳐진다. 훌륭한 여행기를 쓰는 방법도 제시한다. 인류학자들이 활용하는 글쓰기 방법을 사용하면 누구나 자기만의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
팬타그램, 344쪽, 1만6000원교황연대기 | 존 줄리어스 노리치 지음, 남길영 외 옮김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베드로 이후로 2000년간 280여 명의 교황이 가톨릭을 이끌었다. 그동안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른 교황도 있었지만 세속의 군주보다 더 잔혹하고 죄악에 찌들었던 교황도 있었다. 영국 역사가인 저자는 이단 논란을 비롯해 신성 로마제국, 바티칸 시국에 이르기까지 역대 교황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책을 준비하느라 꼬박 25년이 걸렸다고. 교황들의 업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역사적 사건과 연관해 이들의 진정한 면모까지 풀어냈다. 일반적으로 가톨릭에서 교황권은 마태복음 16장을 근거로 사도 베드로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로마의 주교를 교황으로 삼는 가톨릭의 전통을 돌이켜볼 때 베드로는 주교를 지낸 적이 없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바다출판사, 872쪽, 3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