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복 차림의 문근영은 영화 ‘어린 신부’의 시사회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현장에 있던 수많은 남성팬은 문근영의 ‘자태’에 내심 탄성을 자아냈다. 교복차림의 여고생에게 보내는 시선에 묘한 심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영화 홍보담당자는 이 교복이 문근영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은 몸에 꼭 끼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다. 영화에서 그는 여고생의 신분을 드러내는 교복말고도 특별히 제작되었다는 이 트레이닝복으로 몸매를 드러낸다. 막 피어나는 문근영의 봉긋한 가슴과 엉덩이는 온몸을 다 가린 트레이닝복을 입고서도 충분히 시선을 자극할 만했다.
더구나 문근영의 캐릭터는 ‘어린 신부’ 아니던가. 그는 집안끼리 약속된 결혼이라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했지만 남편(김래원) 몰래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성인영화라면 당연히 불륜으로 묘사되겠지만, 그 대상이 문근영이기에 ‘여고생 주부’의 바람은 미화되고도 남았다.
‘바람’의 상대는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선배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신부 문근영은 남편과 각방을 쓰고 있다. 그리고 아직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 문근영이 지금 사랑하는 남자는 ‘첫사랑’이기도 한 학교선배다.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문근영에게 ‘무늬만 남편’인 김래원도 점점 빠져든다. 그때부터 어린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남편의 몸부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이 ‘난 사랑을 아직 몰라’를 부를 때 호기심은 극대화한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큰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설프지만 귀엽기 그지없는 춤을 추는 소녀에게 저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장면 역시 철저히 남성을 겨냥해 기획된 결과물이다.
‘천사’의 고민
문근영 신드롬은 곧 ‘롤리타 신드롬’이다. ‘롤리타’는 러시아 출생의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동명소설에 등장하는 12세 소녀의 이름이다. 소설의 주인공 험버트는 자신의 의붓딸인 롤리타의 미모에 이끌려 아내를 사고로 죽게 만든다. 그리고 그에게서 롤리타를 빼앗아간 극작가 퀼티마저 죽인다. 험버트는 롤리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순결하다고 굳게 믿고 이런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어린 소녀를 향한 성적 동경을 이르는 ‘롤리타 신드롬’이란 이렇듯 극도의 자제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광적인 것이다.
영화 ‘레옹’이 흥행에 성공한 것도 쓸쓸하고 초라한 레옹의 뒷모습보다는 그의 곁에 있던 어린 소녀 ‘마틸다’ 때문이었다. 마틸다는 레옹에게 말한다.
“아저씨, 소파에서 자는 것 보기 싫어요. 이제부터는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자요.”
그리고는 묻는다.
“세상 사는 것이 항상 이렇게 힘든 건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그런가요?”
마틸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한마디 한마디는 묘한 유혹을 던진다. 이렇듯 보호해야 할 대상에 대한 강한 욕망은 그것을 절제함으로써 더 큰 자극을 불러오는지도 모른다. 마틸다가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면 레옹과의 사랑은 변질됐을지 모른다. ‘롤리타’에 대한 욕망은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 충분한 변명거리를 던져준다. ‘어린 신부’에서의 문근영에게 성적 호기심을 느끼게 만든 것은 ‘의도된’ 것이라는 얘기다.
문근영이 이제껏 연기해온 캐릭터는 어리고 순수한 소녀이거나 아이였다.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연기한 어린 명성황후 역이나 ‘가을동화’에서 맡은 어린 은서 역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내’에서 유동근·김희애의 딸 ‘민주’로 등장했을 때도 문근영의 이미지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아역 연기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갖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