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화난 사람과는 눈을 맞춰라

  • 글: 이영완 동아사이언스 기자 puset@donga.com

    입력2003-06-25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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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난 사람과는 눈을 맞춰라

    사진제공 : 미국 다트머스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대화할 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눈을 맞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선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왠지 건방져 보인다고 여겨왔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런 우리들을 외국인들은 뭔가 숨기는 것이 있어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오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상황에서는 경우에 따라 시선을 달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미국 다트머스대 심리학 및 뇌과학과 레지널드 애덤스 교수 연구팀은 ‘사이언스’ 6월6일자에 화가 난 사람과는 눈을 맞추되 상대가 놀라거나 공포에 휩싸였을 때는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뇌에서 두려움과 강렬한 감정의 기억과 관계된 부분은 소뇌의 편도(amygdala)다. 뇌 아래편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는 감정을 조절하는 중추로 알려져 있다. 상대가 화를 내거나 공포감을 표시할 때 소뇌 편도는 자신에게 가해질 위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애덤스 교수 연구팀은 시험자들에게 화가 난 표정과 공포감을 표시하는 얼굴을 시선이 정면으로 향한 경우와 옆으로 향한 경우로 나눈 4가지 사진을 보여줬다.

    뇌기능 자기공명단층촬영(fMRI) 조사 결과 시험자들의 편도는 화가 난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 사진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정면을 향하고 있는 얼굴 사진을 쳐다볼 때 소뇌의 편도가 가장 강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가 난 사람은 똑바로 쳐다봐야 자신에게 위협을 가할 정도로 화가 났는지를 알 수 있다. 반대로 공포에 휩싸인 사람의 경우에는 그 사람의 시선이 가는 방향을 쫓아가야 공포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화가 난 사람과 눈을 맞추지 못하거나 공포에 휩싸인 사람과 눈을 맞추고 있으면 잠재적 위협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 결과 편도가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호감을 끌어내려면 시선을 어떻게 해야 할까. 2001년 영국 런던대 커누트 캠프 박사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의 사진이라도 눈길이 딴 곳을 향하고 있으면 시험자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므로 자신이 아무리 공주나 왕자라 하더라도 도도하게 딴 곳을 쳐다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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