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수세미 2개와 송이버섯 1개의 오케스트라

  • 정정만 M&L 세우미(世優美) 클리닉 원장

    입력2005-12-30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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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세미 2개와 송이버섯 1개의 오케스트라
    ‘섹스’라는 단어는 플라톤의 향연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태곳적 지상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는 한 개체가 암수의 성기를 공유한 자웅(雌雄)동체였다. 그러나 이 자웅동체 인간은 배가된 두뇌와 육신으로 초인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마침내 신의 영역을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심기가 뒤틀린 절대신은 ‘구조조정’의 결단을 내렸다.

    “내 일찍이 사람을 빚고 만물의 영장으로 삼아 지상낙원 건설을 도모했지만, 그들의 오만불손이 극에 달하여 나를 능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우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부득불 사람의 신체구조를 따로 떼어 이원화하노라. 앞으로 인간은 잃어버린 분신을 찾아 완전한 개체를 이루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나를 넘보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리고는 뇌성벽력을 발해 인간을 자웅 별개의 개체로 분할했다. 그때부터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매거나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는 인간 특유의 에로스가 형성됐다. 난맥(亂脈)의 남녀관계는 반쪽을 찾아 나선 여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의 결과다. 접촉사고, 추돌사고가 흔한 인간사가 된 것이다.

    나의 반쪽(my better half)을 찾아 ‘한몸’이 되려는 본능을 섹스(sex)라고 한다. 섹스의 원천은 남녀의 염력(念力)이요, 서로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인력은 인간사회의 틀을 만들고 유전(流轉)시키는 근원이라고 일컬어진다.

    섹스는 부부 사이를 잇는 강력한 접착제다. 부부간 갈등과 미움을 희석해 투명한 사랑으로 변환하는 묘약이며, 일심동체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 매개체다.



    흔히 남녀의 섹스를 성기 결합에 국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기 결합은 좁은 뜻의 섹스일 뿐, 실상은 공감대 안에서 이뤄지는 부부의 모든 생활이 섹스에 포함된다. 부부라면 그 생활 자체가 모두 성생활이며 심지어 몸짓, 말짓까지 성행동이다.

    말썽꾸러기 페니스의 정체부터 알아보자. 페니스는 길쭉한 수세미 두 개와 송이버섯 한 개를 한데 묶어 세 겹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2개의 수세미는 발기의 요술을 부리는 음경해면체요, 송이버섯의 갓은 귀두, 줄기는 요도해면체인 셈이다. 귀두는 요도해면체가 뭉뚱하고 말랑말랑하게 변한 조직으로, 자동차로 치면 충격 흡수장치다. 귀두가 없다면 남자와 여자의 성기가 결합한 후 신들린 듯 피스톤 댄싱을 할 때 페니스가 쇠꼬챙이가 되어 연약한 질 벽을 훼손하기 십상일 것이다. 아마 귀두라는 완충장치가 없다면 인류는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아픔 때문에라도 응대해줄 여성이 결코 없었을 테니까.

    발기 기둥인 음경해면체 내부에는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발기 시설물이 들어 있다. 발기 시설은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나 있는 스펀지 또는 수세미 속살 비슷한 형태다. 발기조직 안에 뚫려 있는 이 미세한 공간을 미세 발기방(동양강)이라고 한다. 미세 발기방의 부피가 늘어나면 혈액 유입이 증가해 압력이 올라가고, 미세 발기방의 체적이 줄어들면 이곳에서 혈액이 빠져나가 이완된다. 이 미세 발기방의 혈압이 페니스의 강직도를 정하며, 미세 발기방의 용적을 조절하는 것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신경전달물질)이다. 오감(五感)을 통해 성적 자극을 받으면 발기 신경 끄트머리에서 미세 발기방의 부피를 확장시키는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심한 스트레스, 근심 등 심리적 억압 상태에서는 신경 끄트머리에서 미세 발기방을 수축시키는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발기를 방해한다. 분노의 순간, 생사와 관련된 공포의 순간에 발기하는 사내가 없는 까닭이다.

    페니스는 또한 특수 혈관의 일종이다. 흔히 혈관주사를 맞아야 할 때 적당한 혈관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페니스 몸체에 주사를 놓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혈관구조를 갖고 있다. 심혈관 질환이 발기부전증을 흔히 동반하는 까닭도 페니스가 혈관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을 앓는 남성에게 발기부전 확률이 높은 사실로 증명된다.

    정상 혈압이 120/80mmHg인 남자는 발기 기둥 내의 혈압이 90mmHg을 넘으면 섹스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90mmHg 정도의 해면체 혈압은 450∼550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수직 강직도를 나타내는 막대기와 같다. 따라서 심리적 문제가 없고 발기 신경과 발기 동맥, 발기 조직 등 발기에 관여하는 하드웨어의 무결(無缺)함은 정상적인 발기에 필수다.

    발기라는 생리현상은 오케스트라에 비유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의 성능에 하자가 없고 각 악기가 정확한 음정과 음률을 내야만 아름다운 선율이 빚어지는 것처럼 발기에 관여하는 내분비계, 혈관계, 신경계가 모두 제대로 작동하고 악기에 해당하는 페니스 자체에 이상이 없을 때 비로소 정상적인 발기가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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