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지음, 580쪽, 소명출판, 4만3000원
대한매일신보는 1904년 러일전쟁 직후 영국인 배설이 창간한 신문이다. 통감부는 이 신문의 선동으로 전국에서 의병이 봉기해 소요를 일으킨다며 신문의 폐간과 배설의 추방을 영국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황성신문 사장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영문으로 번역해 호외까지 발행한 신문도 대한매일신보의 영문판 코리아 데일리뉴스였다.
책 ‘네 건의 역사드라마’는 일본이 대한매일신보 사장 영국인 배설의 추방과 신문 폐간을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해 영국 법에 의해 배설을 처벌하기 위해 재판에 회부한 두 건의 재판과 양기탁에 대한 재판, 그리고 배설이 N-C 데일리 뉴스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등 네 건의 재판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배설과 양기탁 관련 재판 기록은 배설과 대한매일신보가 민족운동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재판에 등장하는 법정에서의 생생한 진술은 국채보상운동과 헤이그 밀사 파견에 따른 고종의 퇴위, 군대 해산, 의병의 무장투쟁 등 당시 긴박했던 한반도 정세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배설에 대한 재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본의 한국 침략과 민족 언론이 다룬 항일 기사의 정당성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다.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궐기해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는 상황을 대한매일신보의 선동 때문이라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야만적인 탄압을 자행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않았을 저항이 아니냐”.
저자는 배설의 변호인 크로스의 변론이 배설 개인에 대한 변호 차원을 넘어 일본의 침략으로 국운이 기울던 한민족 전체를 변론하는 내용이라고 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불평등한 선진국
박재용 지음, 북루덴스, 464쪽, 1만8000원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은 70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 가운데 다수는 여전히 풍요로운 삶과 거리가 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노인 4명 중 1명은 온종일 폐지를 주워야 하는 상대적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성장과 발전을 하는 동안 놓친 노동, 청년, 지방이 겪는 불평등한 현실과 각종 소외에 놓여 있는 여성, 노인, 소수자의 삶을 가처분소득과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등 객관적 통계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아한 루저의 나라
고혜련 지음, 정은문고, 320쪽, 2만2000원
구한말 한국을 찾은 독일인 눈에 비친 대한제국은 ‘우아한 루저’였다. 찬란한 고대 문명을 갖고 있는 ‘우아’한 민족이지만, 열강의 패권 다툼 속에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하고 결국 주권을 빼앗긴 ‘루저’였던 것. 이 책은 독일인 크노헨하우어의 1901년 강연문과, 1913년 조선을 경험한 예쎈 여행기, 1933년 라우텐자흐 교수가 백두산 밀림에서 만난 이름 모를 독립군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일 신문과 독일 대학에서 소장한 자료집을 통해 독일인 눈에 비친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기록했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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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발전한 대한민국, 아버지가 보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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