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자료 수집 과정을 거쳐 발간한 ‘삼호개발 55년사’. [박해윤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d2/68/00/67d268002482a0a0a0a.jpg)
3년간의 자료 수집 과정을 거쳐 발간한 ‘삼호개발 55년사’. [박해윤 기자]
우리의 산업화 역사가 그러하듯, 창업주 이종호 회장이 맨주먹으로 시작해 4017억 매출(2024년)의 대한민국 대표 토목 회사로 키운 ‘삼호개발 성장사’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다.
누구나 가난했던 시절, 대학(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후 청과상과 중장비 기계 부품점을 하면서 ‘시드머니’를 모은 이 회장은 ‘삼호공사’를 설립하며 본격 토목업에 뛰어들었다.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 개통(1970)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고리원자력발전소(1978), 리비아 시르테-와단고속도로(1981), 광양제철소(1984), 평화의 댐(1987), 일산신도시(1991), 경부고속철도(1997), 청송양수발전소(2000), 인천국제공항(2000), 분당선 복선전철(2005), 행정중심복합도시(2008), 구도항 부두‧선착장 건설(2014), 고성 하이화력발전소(2015), 신림선 경전철(2016), 나노시티 평택캠퍼스(2018),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2020), 용인 반도체클러스터(2022)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SOC 사업에는 늘 삼호개발이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공사 당시인 1960년대 후반은 건설 중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중장비의 효율성을 체득한 이 회장은 살던 집을 판 돈에 미국 국제개발처(AID) 차관을 보태 당시로는 최첨단 중장비인 휠로더(CAT 966C)를 구매했다. 휠로더가 현장에 등장할 때마다 구경꾼이 몰려들었고, 이 회장은 휠로더와 함께 현장 인근에 군용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정말 신이 나서 일만 하던 시절”이라는 게 그의 회고. 이 회장이 토목에 빠진 이유는 이렇다.
“(대학 입학 당시) 토목이 인기가 많은 전공은 아니었지만 토목은 규모가 큰 일이죠. 특히 ‘지구를 조각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물을 다스리는 것부터 모든 인프라 공사를 토목에서 다 하지 않습니까? 건축은 그 일부라고 할 수 있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대학생 노가다꾼’이 신기했던지 꼭두새벽부터 “대학생 대학생”이라고 부르며 이 회장의 텐트를 찾았다. 그윽한 눈빛으로 인사하는 정 회장과의 아침 만남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단했지만 희망 가득한 당시 현장 풍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울러 사사가 출간되기 몇 개월 전 별세한 아내이자 평생 동업자인 고 전윤미 삼호호미재단 설립자와의 창업 스토리도 눈길을 끈다.
“100년 명품 기업으로 성장할 것”
삼호개발 사사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료이기도 하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신문보도와 사진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며 기업의 성장사를 읽다 보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게 된다.1997년 경부고속철도 공사는 프랑스 업체가 현장 감리를 맡아 여러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2000년 인천국제공항 공사 때에는 ‘뻘밭’에 장비들이 많이 빠진 데다 컨베이어 벨트가 두 번이나 찢어져 “회사에서 잘리는 줄 알았다”는 당시 직원의 회고에 미소 지어진다.
그렇게 삼호개발이 건설한 도로의 총길이는 650km, 철도와 지하철 총 시공 길이는 93.4km에 이른다. 서울지하철 2호선 총 길이의 약 1.6배에 달한다.
286쪽 ESG경영을 소개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토목 회사가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ESG경영을 펼치는 것도 놀랍지만,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선 B+ 등급(2024)을, ‘서스틴베스트’ 평가에선 최고인 AA 등급(2024)을 받은 것은 국내 상장 건설사를 통틀어도 상위권이다. 물론 전문건설업계에선 최고 등급이다. 이영열 사장이 취임 4개월 만인 2021년 11월 사내 ESG TF팀을 발족한 데에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사장은 사사를 통해 “ESG를 ‘부수’가 아닌 ‘필수’로 생각하고 ESG경영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 기업으로 성장해 100년 명품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사는 또한 “과거로는 자랑스러운 삼호개발 55년 발전사를 톺아보고, 미래지향적으로는 스마트건설을 화두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등 전방위적인 확장이 진행 중”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심재범 대표(왼쪽)가 창업주 이종호 회장에게 ‘삼호개발 55년사’를 헌정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d2/68/02/67d268021e5ba0a0a0a.jpg)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심재범 대표(왼쪽)가 창업주 이종호 회장에게 ‘삼호개발 55년사’를 헌정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이영열 사장은 “사사는 기업에 대한 자긍심, 신뢰, 명성, 평판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정신적 과정”이라며 “앞으로 더 묵직하게 다가올 명품 삼호개발 100년 역사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d2/68/03/67d268031a93a0a0a0a.jpg)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