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호

대한민국 산업화를 관통하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

[책 속으로] 국내 ‘토공사 1위’ 삼호개발 55년사 발간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5-03-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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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간의 자료 수집 과정을 거쳐 발간한 ‘삼호개발 55년사’. [박해윤 기자]

    3년간의 자료 수집 과정을 거쳐 발간한 ‘삼호개발 55년사’. [박해윤 기자]

    ‘국내 토공사 1위’ 삼호개발(대표 심재범)이 3월 5일 창립 49주년을 맞아 ‘삼호개발 55년사’를 펴냈다. 1969년 서울 을지로에서 ‘삼호공사’(1976년 ‘삼호개발’로 개명)를 설립한 후 2024년까지 55년의 기록을 414쪽 분량에 담았다.

    우리의 산업화 역사가 그러하듯, 창업주 이종호 회장이 맨주먹으로 시작해 4017억 매출(2024년)의 대한민국 대표 토목 회사로 키운 ‘삼호개발 성장사’는 한 편의 대하드라마다.

    누구나 가난했던 시절, 대학(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후 청과상과 중장비 기계 부품점을 하면서 ‘시드머니’를 모은 이 회장은 ‘삼호공사’를 설립하며 본격 토목업에 뛰어들었다.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 개통(1970)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고리원자력발전소(1978), 리비아 시르테-와단고속도로(1981), 광양제철소(1984), 평화의 댐(1987), 일산신도시(1991), 경부고속철도(1997), 청송양수발전소(2000), 인천국제공항(2000), 분당선 복선전철(2005), 행정중심복합도시(2008), 구도항 부두‧선착장 건설(2014), 고성 하이화력발전소(2015), 신림선 경전철(2016), 나노시티 평택캠퍼스(2018),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2020), 용인 반도체클러스터(2022)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SOC 사업에는 늘 삼호개발이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공사 당시인 1960년대 후반은 건설 중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중장비의 효율성을 체득한 이 회장은 살던 집을 판 돈에 미국 국제개발처(AID) 차관을 보태 당시로는 최첨단 중장비인 휠로더(CAT 966C)를 구매했다. 휠로더가 현장에 등장할 때마다 구경꾼이 몰려들었고, 이 회장은 휠로더와 함께 현장 인근에 군용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정말 신이 나서 일만 하던 시절”이라는 게 그의 회고. 이 회장이 토목에 빠진 이유는 이렇다.

    “(대학 입학 당시) 토목이 인기가 많은 전공은 아니었지만 토목은 규모가 큰 일이죠. 특히 ‘지구를 조각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물을 다스리는 것부터 모든 인프라 공사를 토목에서 다 하지 않습니까? 건축은 그 일부라고 할 수 있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대학생 노가다꾼’이 신기했던지 꼭두새벽부터 “대학생 대학생”이라고 부르며 이 회장의 텐트를 찾았다. 그윽한 눈빛으로 인사하는 정 회장과의 아침 만남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단했지만 희망 가득한 당시 현장 풍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울러 사사가 출간되기 몇 개월 전 별세한 아내이자 평생 동업자인 고 전윤미 삼호호미재단 설립자와의 창업 스토리도 눈길을 끈다.

    “100년 명품 기업으로 성장할 것”

    삼호개발 사사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료이기도 하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신문보도와 사진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며 기업의 성장사를 읽다 보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게 된다.

    1997년 경부고속철도 공사는 프랑스 업체가 현장 감리를 맡아 여러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2000년 인천국제공항 공사 때에는 ‘뻘밭’에 장비들이 많이 빠진 데다 컨베이어 벨트가 두 번이나 찢어져 “회사에서 잘리는 줄 알았다”는 당시 직원의 회고에 미소 지어진다.

    그렇게 삼호개발이 건설한 도로의 총길이는 650km, 철도와 지하철 총 시공 길이는 93.4km에 이른다. 서울지하철 2호선 총 길이의 약 1.6배에 달한다.

    286쪽 ESG경영을 소개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토목 회사가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ESG경영을 펼치는 것도 놀랍지만,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선 B+ 등급(2024)을, ‘서스틴베스트’ 평가에선 최고인 AA 등급(2024)을 받은 것은 국내 상장 건설사를 통틀어도 상위권이다. 물론 전문건설업계에선 최고 등급이다. 이영열 사장이 취임 4개월 만인 2021년 11월 사내 ESG TF팀을 발족한 데에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사장은 사사를 통해 “ESG를 ‘부수’가 아닌 ‘필수’로 생각하고 ESG경영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 기업으로 성장해 100년 명품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사는 또한 “과거로는 자랑스러운 삼호개발 55년 발전사를 톺아보고, 미래지향적으로는 스마트건설을 화두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등 전방위적인 확장이 진행 중”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심재범 대표(왼쪽)가 창업주 이종호 회장에게 ‘삼호개발 55년사’를 헌정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심재범 대표(왼쪽)가 창업주 이종호 회장에게 ‘삼호개발 55년사’를 헌정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한편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는 사사를 소개하고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심재범 대표는 ‘삼호개발 55년사’를 이종호 회장에게 헌정했다.

    이영열 사장은 “사사는 기업에 대한 자긍심, 신뢰, 명성, 평판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정신적 과정”이라며 “앞으로 더 묵직하게 다가올 명품 삼호개발 100년 역사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3월 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삼호개발 창립 49주년 기념식 및 55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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