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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의 경고

“시장 메커니즘 외면한 복지정책, 독일식 장기 침체 불러온다”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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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가 창간 74주년을 맞아 한국의 새 중추세대라 할 30∼40대를 주대상으로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주장을 앞세우는 데는 뛰어나지만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은 미약한 세대를 위한 기획이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휩쓸려 ‘제대로 된 공부’할 기회를 놓친 386세대를 위한 ‘필수 보충교육’인 셈이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한국의 차세대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사적 역할은 무엇일까. 미래재단과 고려대 정책대학원이 개설한 미래국가전략 최고위과정에서 매월 한 사람의 탁월한 강연자를 선정,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주인공은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다.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의 경고
예전에도 실물경기와 체감경기가 다르다는 얘기가 많았으나, 지금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절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지 못하고, 가계도 위축돼 주부들이 경제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수출 호황의 이면을 보자. 지난해에 이어 사상 유례 없는 수출 호황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지만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효과는 낮다. 반도체, 컴퓨터, 휴대전화, 조선, 자동차의 5대 품목만 수출이 잘된다. 이런 산업은 덩치가 커서 전체 경제 성장률을 높이지만, 그 확산 효과는 작다. 가령 휴대전화 부품의 60∼70%를 아직도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직원이 느끼는 경기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 정책을 다루는 사람 처지에선 설비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성장 잠재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공장을 지어야 나중에 생산할 수 있다. 한때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한국은 1960∼70년대의 과도한 투자로 성장의 발목이 잡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한국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35%가량을 투자할 때였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지난해 한국의 투자는 GDP 대비 9.2%였다. 일본도 15%가 넘는데 말이다. 내년 세계 경제가 크게 좋아지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때,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투자를 살리는 길밖에 없다.

2040년 한국의 성장 잠재력 1%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목표는 성장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데 맞춰져야 한다. 성장 잠재력은 생산 요소(자본과 노동력)를 투입하거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한국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한국의 노령화가 빨라 2011년 성장잠재력이 3%대로 떨어지고 2040년에는 1%대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인구와 노동 시간이 계속 줄어들어서다. 그렇다면 투자라도 계속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풀려면 투자 장애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안보, 정치, 노사의 안정을 이룩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일어난다.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중요한 것이 총요소 생산성이다. 자본과 노동력 투입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기업인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시장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기업인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합해져 국가 효율성 전체가 높아져야 성장 잠재력이 커진다.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인데, 4만달러인 미국이 5%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3% 성장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경제는 ‘복리(複利)의 게임’이다. 1%의 차이가 얼마 안 가서 매우 큰 차이를 만든다. 1962년에 우리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했을 때 1인당 국민소득은 87달러였다. 당시 북한은 200달러였고, 필리핀은 240달러, 태국은 250달러로 우리의 2∼3배에 달했다. 인도, 스리랑카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인데, 인도와 스리랑카는 500∼850달러에 불과하다. 태국은 2400달러, 필리핀은 3000달러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 1%라도 더 성장하려고 했던 노력이 지금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치권, 정부, 기업, 국민이 모두 최소한 6% 성장을 지속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을 따라잡는다. 진정한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 되려면 혁명적인 생각이 아니라 ‘상식적인, 아주 상식적인 일’을 하면 된다. 해답은 명확하다.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알면 국가 전략을 세우기가 쉬워진다. 목표를 이루기는 힘들어도 세우기는 어렵지 않다. 한국은 태생적으로, 또 지정학적으로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나라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국제 여건을 변화시키는 세 가지 요소를 잘 이해하고, 그 특징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이해가 밑바탕이 돼야 국가의 목표, 기업의 미래 전략, 그리고 국민 각자가 해야 할 일이 명쾌하게 나온다.

우선 우리에게 닥친 국제적 변화는 세계화(Globalization)다. 경제적 측면에서 세계화는 지구촌화다. 지구가 하나의 조그마한 마을로 전환되는 이유는 디지털 혁명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물리적인 거리가 별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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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 재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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