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11일 한국소비자원에서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열린 ‘경제자유구역지정을 위한 개발계획 설명회’. 각 자치단체의 설명을 듣기 위해 참석한 교수 등 15명의 전문가 평가단은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충남도가 황해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설명할 차례가 됐는데 해당 실·국장이 자리를 빠져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이완구 지사는 실·국장 없이 직접 프리젠테이션에 나섰고 홀로 질의에 응답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 지사가 1시간30분간 진행된 설명과 질의응답을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공부했다”며 “자치단체장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에 평가단이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지난 한 해 이뤄놓은 충남도의 ‘경제 성적표’는 화려하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외자유치 1위, 지역내 총생산(GRDP) 1위, 국제수지 흑자 1위, 기업유치 증가율 1위…. 그는 일련의 숙원사업 해결 과정에서 자신의 슬로건인 ‘강한 충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국방대 논산 이전계획 확정과 백제역사재현단지 민자유치, 보령∼안면도(태안군) 연륙교 건설 확정, 서천군의 내포문화권 편입 등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충남도의 숙원 사업이 지난해 일거에 해결됐다. 이 가운데는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라는 사업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지사를 아프리카에 보냈더니 추장이 되고, 사막에 보냈더니 물동이를 들고 나타났다”는 농담도 나왔다.
폭발적 기업 유치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네요. 긴 터널을 막 빠져나온 느낌도 들고요.”
1월14일 저녁 대전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이 지사를 만났다. 이 지사는 다음날 16개 시·군 순방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과거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소신이 있다. 이번 시군 순방은 군청이나 산하기관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는 기존 형태에서 벗어날 예정. 민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문예회관에서 시·군민과 자유 주제로 대화를 하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공관에서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 수행비서가 좌불안석이었지만 도정(道政)이 화제에 오르자 그는 다음 일정을 모두 잊은 듯 대화에 몰입했다.
▼ 취임 이후 경제 성적표가 전에 없이 좋아졌네요.
“사실 충남도의 경제 여건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닙니다. 외국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도권만큼은 아니지만 충남은 수도권의 배후라는 점이 강점이에요. 고속철도, 수도권 전철, 서해안 및 대진고속도로의 잇따른 개통으로 교통 여건이 전에 없이 좋아졌죠. 그런데 땅값은 수도권에 비해 훨씬 쌉니다. 더욱이 중국의 성장은 서해안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어요. 특히 충남 서북부지역에는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이 집중돼 있고요. 자치단체장에게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의지에 따라 소중한 자원과 여건이 소생하기도 하고 사장될 수도 있어요.”
충남도는 2006년 7월 민선 4기 지사 취임 후 지난해 11월말까지 26억1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 지사가 재임 4년 동안 목표로 세운 외자유치액은 60억달러. 불과 1년6개월 만에 전체 목표액의 43.5%를 달성한 셈이다. 취임 이후 유치한 기업도 1160여 개에 달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