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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수송 세계 1위 대한항공

반도체, 코끼리, 시신(屍身)… 산 사람 빼곤 다 실어나른다

화물수송 세계 1위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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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수송 세계 1위 대한항공

대한항공 제1터미널 옆 카운터에서 화물 운송을 위해 운송장을 접수하는 고객들.

화물터미널은 여객터미널과 활주로를 지난 곳에 위치해 있다. 희붐한 안개가 가득 낀 흐린 날이다. 길게 펼쳐진 활주로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 경계 중간쯤 걸쳐 있는 화물터미널이 어렴풋이 보인다.

“화물터미널까지는 차로 10분 남짓 걸립니다. 직원용 차로 이동할 겁니다.”

샛노란 색깔의 앙증맞은 마티즈에 올랐다. 이곳에서는 평균 시속이 30㎞이고, 최고 시속도 50㎞를 넘어선 안 된다. 도심에선 말도 안 되게 느린 속도지만 탁 트인 활주로를 감상하기엔 딱 좋다.

항공사라면 여객기를 우선 떠올리지만 대한항공 전체에서 화물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2006년 전체 대한항공 매출의 29%는 화물사업본부에서 올렸다. 대한항공은 국제 화물수송 부문에서 2004~2006년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970년 화물기 1대로 시작한 화물사업이 대한항공만의 독특한 영업 전략에 힘입어 화물기 29대, 25개국 48개 도시에 운항하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노선도 별로 없고 운송 화물도 간출했어요. 미국으로 가발·신발·옷 따위를 주로 보냈고, 일본으로는 농수산물·굴·꽃게·송이버섯 등을 실어 날랐죠. 화물기 운항도 주간 2회가 전부였습니다. 1990년대 들어 수출량이 많아지면서 화물기 사업도 활기를 띠게 됐죠. 현재 운항하는 화물기편은 무려 주간 147편이나 돼요. 어느새 세계 1위에 올랐네요….”



26년 동안 화물 운송 분야에서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전갑명 운영지원팀장이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생각에 잠겼다.

모든 짐의 입구 ‘트럭독’

대한항공 제1화물터미널은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수입 화물을 다루는 수입구역, 수출 화물을 다루는 수출구역, 그리고 한국을 지나 다른 국가로 옮겨지는 화물을 보관하는 통과구역이다. 수입 화물은 화주(貨主)별로 큰 덩이를 작게 나눠야 하고, 수출 화물은 비행기 적재를 위해 큰 덩이로 묶는 작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각 구역에 설치된 장비는 조금씩 다르다.

출발 전 화물터미널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온 터였다. 그러나 투박하고 복잡한 현장에 도착하자 머릿속에 가지런히 정리됐던 작업의 흐름은 순식간에 실타래처럼 엉켜버렸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현장을 둘러보며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겠다”는 곽승훈 차장의 뒤를 열심히 따라붙기로 한다.

“외국으로 수출될 화물은 모두 이 ‘트럭독(TruckDock)’이 접수합니다.”

터미널 가장자리에 트럭 10여 대가 일렬로 서서 뒤꽁무니를 갖다댄다. 트럭독은 트럭 후미에서 화물을 바로 받을 수 있도록 높이를 조정한 공간으로, 모든 화물은 터미널 입구의 트럭독을 통해 터미널에 입성하게 된다. 트럭독과 맞물린 각 운송회사의 트럭에서는 먼 길을 떠날 화물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수출과 수입구역에 35개씩, 모두 70개의 트럭독이 있다.

여객기에 탑승하려는 승객이 여권에 스탬프를 찍고 수속을 밟듯, 화물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화물기에 실려 국외로 나갈 수 있다. 화물의 수입·수출과 관련한 모든 절차가 이 화물터미널에서 이뤄진다. A부터 Z까지 작업 전부는 화물터미널관리시스템(Terminal Management System)과 화물운송시스템(C-Top)이 상호작용하면서 통제한다. 화물의 출발지, 도착지, 개수, 무게, 주의사항 등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적재적소로 운반하는 식이다.

이렇게 입성한 화물들은 바닥에 장착된 저울에 무게를 잰 뒤 보안검색을 위해 엑스레이 앞에 서야 한다. 엑스레이는 여객터미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화물 역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 철저한 보안검색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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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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