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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예선 치른 뒤엔 ‘돈 버는 경영자’ 본선 혈투

산 넘어 산 ‘이재용號’

‘합병’ 예선 치른 뒤엔 ‘돈 버는 경영자’ 본선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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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예선 치른 뒤엔 ‘돈 버는 경영자’ 본선 혈투

5월 7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즉 △삼성물산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에잇세컨즈 등 제일모직 SPA 브랜드들을 세계시장에 진출시키고 △두 회사의 건설 부문을 결합해 경쟁력을 높이며 △바이오시밀러 등 미래수종(樹種)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므로(합병 삼성물산은 지분율 51.2%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됨) 두 회사 합병이 장기적으로 삼성물산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존 안대로 합병이 성사된다면 엘리엇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 전문가는 “엘리엇은 법적 수단을 즐겨 활용하는 펀드”라며 “영국 등 법적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으로 가서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합병이 불발되면 삼성은 지배구조 재편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기본 계획이 두 회사 합병에 기초하기 때문에 이 안을 쉽게 포기하진 못한다”며 “외국인의 공격이 삼성물산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로 확대되면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고 내다봤다.

엘리엇이 종국엔 차익을 실현하고 삼성물산을 떠날 것이란 시각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헤지펀드가 공격해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가 바로 삼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번 일을 “휴브리스(hubris·자만심)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일갈했다.

박유경 APG 이사는 “이 정도 사안이면 글로벌 기업에선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 시스템이 가동돼야 정상인데 삼성물산 이사회는 왜 가만히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결국 취약한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려는 삼성 일가의 고집이 문제”라며 “엘리엇의 ‘먹튀’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자기가 창문 열어놓은 것은 모른 척한 채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도둑만 탓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융합의 시대’ 파도 타기

“나는 사는 게 피곤하다고 불평할 자격이 없다.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운 좋게 좋은 부모를 만나고 훌륭한 선배(경영진)를 많이 만나서 혜택을 많이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무 시절인 2009년 9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기능올림픽에 참석한 자리에서 “일이 많아 힘들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간에 알려진 그에 대한 인물평 키워드는 ‘겸손’ ‘경청’ ‘실리’ ‘현장 중심’ 등이다. 고교 생활기록부에는 ‘명랑하고 쾌활하며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능력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도 ‘e삼성 실패’가 언급된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수장으로 떠오르는 요즘, 이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자리에 걸맞은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삼성전자의 미래가 걱정”이라며 “융합의 시대에 대처하는 것이 이 부회장의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6조 원과 25조 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9.83%, 영업이익은 31.97% 하락했다.

이런 여파인지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에 “비전2020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을 게시했다. 비전2020은 삼성전자가 2009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내놓은 장기 목표. 2020년까지 매출 4000억 달러(447조 원), 정보기술(IT)업계 1위, 브랜드 가치 세계 5위로 도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설문조사에 ‘삼성전자 미래 비전 재정립을 위한 임직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린다’는 설명이 붙었기 때문에 안팎에서는 ‘비전2020을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략을 바꾸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점검 차원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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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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