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산의 전자 지분이 ‘열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 삼성그룹은 그룹 내 순환출자를 순차적으로 해소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그룹은 지난 2년 동안 계열사 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20개 이상 줄였다.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신규 순환출자 및 기존 순환출자 강화 금지)으로 기존 순환출자 유지는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닌데도 삼성그룹은 지속적으로 순환출자를 줄여나갔다. 이런 순환출자 해소 방침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발표 전 그룹 내 순환출자는 모두 10개로 파악된다.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살펴보면 각 순환출자 고리의 최종 단계는 삼성SDI·삼성전기→제일모직(6개), 삼성SDI·삼성화재→삼성물산(4개)이다. 결국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려면 일부 계열사가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을 순차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이러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우선적으로 실행할 것이 있는데, 바로 그룹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작업이다. 삼성물산이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생명 다음으로 많이 갖고 있어(4.06%), 삼성전자 경영권 및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한 회사가 되면 그룹이 삼성물산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게 되는 셈이라 이후 순환출자 해소 차원에서 삼성SDI 및 삼성전기 내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 처리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지분 매각의 반대급부로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각자의 현재 시가총액 대비 20%에 달하는 상당한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삼성SDI 1조6000억 원, 삼성전기 9000억 원 추정). 그다음의 추가적인 지배구조 재편은 다음의 사항을 고려하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① 삼성전자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 확보
삼성그룹의 3세 승계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꼽으라면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라 하겠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 분산된 삼성전자 지분은 약 70%. 지배주주 일가가 이를 사들일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자금 부담이 상당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약 200조 원임을 감안하면 지분 1%를 매입하는 데만도 2조 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돼 일부 계열사는 자금 여력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해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지배하고, 지배주주 일가가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한 제일모직이 이번 합병을 통해 확보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그림이 가능하다.
현재 그룹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17.31%. 이 가운데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에 따라 의결권이 특수관계인과 합해 15%만 인정되기 때문에, 그룹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5%이다(나머지 2.31%는 의결권 제한). 결국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추가로 높이기 위해서는 계열사 또는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이유들로 지분을 사들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그룹이 효과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적분할 및 현물출자 과정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그룹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현재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그룹이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확고하게 지배하는 데 별 무리가 없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