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호

삼성전자 주가 연구

전고점 돌파는 워밍업, 100만원 고지도 넘본다

  • 김희석 < 이데일리 증권부 기자 > vbkim@edaily.co.kr

    입력2004-10-29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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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가 달라졌다. 기업의 투명성과 경영관행이 개선됐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수익기반이 확대됐다. 반도체 경기까지 순풍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 증시의 대표선수 삼성전자의 주가는 언제, 얼마까지 오를 수 있을까.
    올들어 주식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랠리는 지난해 4·4분기부터 본격화됐다. 9·11테러로 460포인트대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10월에 500선, 11월에 600선을 회복했고, 올해 들어서는 1월에 700선에 안착하더니 2월말에는 800선마저 돌파했다.

    경기의 침체와 활황을 구분짓는다는 800선을 넘어선 마당이라 조만간 900선을 넘을 것이다, 올해 안에 1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한 향후 1000포인트를 넘어서면 지수 세자리 시대로는 영원히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장밋빛 전망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지난해말 이후 국내 증권시장의 활황세를 견인한 일등공신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월 둘째주까지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463.58에서 850.61로 상승했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 주가는 13만4000원에서 36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종합주가지수가 저점에서 83.5% 올라오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무려 175%나 뛰어올랐다. 지수 상승률과 비교해도 ‘더블’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증시의 관심은 그저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데 쏠려 있는 게 아니다. 초점은 현재 주가에서 과연 얼마까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삼성전자의 주가상승 추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의 상승탄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의 성장속도를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통해 한국 증권시장, 다시 말해 한국경제를 읽는다. 삼성전자 주식의 외국인 지분율은 사상최고 수준인 60%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에 이렇듯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투명성 높아져


    삼성전자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지금의 삼성전자가 예전의 삼성전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단적인 예를 보자. 올들어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은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탓이기도 하지만, ‘엔론사태’로 상징되는 기업 비리도 주요인이었다. 일개 기업의 파산이 주식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한 것은 이 사건을 통해 부실회계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실회계는 기업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은 비관에서 낙관으로 전환하고 있으나 부실회계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증시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최근 몇년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상속과정의 불법성 등을 문제 삼았던 참여연대가 올해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금융회사들의 주주총회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력도 없지만, 삼성전자에 대해 새로 문제제기할 만한 이슈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회사측과 7시간 넘게 ‘격전’을 치렀던 것과는 딴판이다. 의미있는 변화다. 삼성전자의 경영투명성은 더 이상 의혹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1999년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 유행했던 말이 ‘쌍끌이 장세(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순매수)’라면 최근 주식시장에서 새로 등장한 말은 ‘리레이팅(Re-rating, 새로 등급 매기기)’이다. 리레이팅이란 삼성전자의 경우처럼 달라진 기업경영 분위기를 재평가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기업이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계열사 지원, 과잉투자 등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지만, IMF체제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그런 ‘구조’를 개선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과거엔 한국기업이 외국의 경쟁기업과 같은 수준의 이익을 냈다 해도 그같은 성장일변도 경영관행을 감안, 주식가치를 할인(discount)했지만, 이제는 그런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에 주가도 제값을 쳐줘야 한다는 논리다.

    기업의 투명성이나 경영관행 등은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수치화할 수 있는 리레이팅의 기준으로는 흔히 ROE(자기자본이익률)와 부채비율을 이용한다. 자기자본이익률은 주주가 투자한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높을수록 좋다. 부채비율은 부채, 즉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표시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건전성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부채액은 자기자본보다 적은 것이 바람직하므로 100% 이하가 이상적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ROE는 17%, 부채비율은 43.4%였다. 시장평균은 아직 알 수 없으므로 1년 전의 수치를 보자.

    2000년말 삼성전자의 ROE는 41%로 국내기업 평균 ROE의 3배에 달했고, 미국기업 평균 28.98%도 훨씬 앞질렀다. 삼성전자는 IMF체제에서 멀쩡한 기업들이 고금리 부담 때문에 쓰러질 때도 흑자를 냈다. 1997년에 1235억원이던 순이익은 1998년에 3132억원으로 불어났다. IMF체제를 넘기고 경기가 살아나자 1999년에는 순이익이 3조1704억원으로 10배 이상 불어나며 자릿수까지 늘렸다. 2000년에는 6조145억원의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이렇듯 꾸준히 수익을 낸 것은 기업 내부적으로 사업별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삼성전자가 D램을 만드는 반도체 기업이라 D램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거나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으면 회사도 치명타를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사정은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이 지난해에 입증됐다.

    IT산업 경기가 극도로 침체하고 반도체산업 불황이 심각했던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2조946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악조건에서도, 사상 최대 순익을 냈던 2000년의 절반수준을 달성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매출구성을 보면 메모리 부문은 전체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를 제외한 LCD(액정표시장치)와 LSI(고밀도 집적회로)가 10%를 차지했다. 또한 통신과 디지털이 각각 30%에 근접했고, 생활가전과 기타부문의 비중도 10%를 넘었다.

    LCD부문의 선전으로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은 7000억원에 달했고, 통신부문에서도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디지털과 생활가전부문은 4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지난해의 실적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업체라기보다 통신업체라고 해야 옳다. 국내와 유럽에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이동통신 방식)와 GSM(유럽형 이동통신 방식) 단말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효자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투자를 통해 이처럼 각 사업부문의 경쟁력이 고루 세계 수준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인텔이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통신장비는 노키아나 모토롤라, 생활가전은 소니나 필립스,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는 LG필립스 등에 필적한다. TFT-LCD와 휴대전화의 경우 삼성 제품의 시장지배력은 시장점유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애니콜 신화’는 지구촌을 강타하며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중국에서 애니콜은 부와 명예, 자존심의 상징이다. 삼성전자의 세계 CDMA 시장점유율은 28%. 이밖에 디지털TV나 휴대전화 등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동안 삼성전자는 램버스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선행 투자하고 다양한 생산구조와 유연한 제품교체 능력, 기술 및 가격경쟁력을 강화해 마이크론이나 대만 반도체업체 등 싱크로너스 D램에 의존하는 업체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갖췄다. 올해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난다면 이런 부분들이 다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1990년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1990년대에는 다른 사업부문이 정체된 상태에서 D램 일변도로 성장했지만, 지금의 삼성전자는 전 부문이 균형있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기술력은 비유하자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모토롤라 소니 LG필립스 등을 한데 모아놓은 것과 비슷하다.

    이는 삼성전자가 전자산업의 메가트렌드에 적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전자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기술혁명이 인터넷, 네트워크 등에서 불연속적으로 진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인 ▲불황기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강한 핵심역량 ▲디지털 융·복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 수행능력 ▲상생을 위한 제휴능력 등 3박자를 두루 갖췄다.

    삼성전자의 D램은 1992년부터 9년간, S램은 1995년부터 6년간, LCD는 1998년부터 3년간 세계 시장에서 패권을 장악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반도체 신화를 창조했다. 삼성은 지난해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대만, 일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시장점유율 21%로 1위를 지켰다.

    삼성은 디지털 비디오디스크(DVD) 플레이어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 부문의 최강자는 소니로 대략 2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도시바 마쓰시타 파이어니어 등이 2군을 이룬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지난해초 시판한 ‘DVD콤보’는 1년간 115만대가 팔려 단일품목으로 DVD 플레이어 시장의 4.4%를 점유, 경쟁업체를 긴장시켰다.

    PDP TV(벽걸이 TV)는 올해 세계시장 규모가 50만대에 달하고 매년 10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인 63인치 PDP HDTV를 내놓는 등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2005년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1999년 620만대를 수출해 세계시장의 19%를 점유한 전자레인지는 2000년 일본 샤프를 물리치고 ‘월드 베스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권시장의 대표주자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3월초 삼성전자 주식(보통주)의 시가총액은 52조9180억원으로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17.15%에 이르렀다. 시가총액 2위 SK텔레콤(7.93%)의 두 배가 넘는 비중이다. 이렇다보니 삼성전자가 하루 상한가를 기록하면 종합주가지수가 21포인트나 뛰어오른다.

    삼성전자 주가를 외국 기업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삼성전자 주식의 시가총액을 달러로 환산하면 402억달러다. 미국, 영국, 일본 증시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GE(3990억달러), BP(1904억달러), NTT도코모(1153억달러)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대만의 타이완세미콘도 413억달러로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이 많다. 사업구조와 역량으로 보면 ‘한국대표’를 넘어 세계 일류기업의 반열에 들지만, 세계의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그에 턱없이 못미친다.

    지난 2월말에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문제였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을 높게 해준다. 그렇지만 배당투자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 증시의 경우 배당의 메리트와 함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 우선주의 매력이다. 법에도 1997년 이후 발행된 우선주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후 보통주 전환이 의무로 돼 있다.

    삼성전자의 우선주는 1997년 이전에 발행됐기 때문에 보통주로 전환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정관에선 우선주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우선주 투자자들은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런 단초를 아예 없애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보통주의 우선주 전환 정관 조항을 삭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우선주 2%를 보유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들은 주주 권리 침해라고 주장했지만, 삼성전자는 당초 방침대로 밀어붙여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가능성을 없애버렸다.

    이 조치는 삼성전자 주식의 외국인 지분율이 60%에 달해 이것이 경영권에 대한 잠재적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도 별 하자는 없었다. 그렇지만 외국계 투자자들에게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들은 “규정에 구주와 신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으므로 구주 역시 보통주 전환대상이 돼야 한다”며 “그간 삼성전자측이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우선주에 투자한 한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이머징 마켓에서 손에 꼽을 만큼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는 일관성을 잃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너무 경솔하게 처리했다는 비난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시 고려해야 되지 않겠냐는 다소 감정적인 반응들도 나왔다.

    지난해에 실적이 부진했고 최근 주가가 상승세여서 올해 주총에선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저배당 문제도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보통주 주주에게는 주당 1500원, 우선주 주주에게는 155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중간배당 500원을 감안하면 보통주 2000원, 우선주 2050원의 배당을 한 셈이다.

    주가의 액면을 기준으로 한다면 2000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액면 배당률이 40%나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배당수익을 목적으로 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기에는 너무 낮은 수준이다. 보통주의 배당수익률은 0.72%에 불과했다. 지난 3년간의 배당수익률도 1998년 0.74%, 1999년 0.94%, 2000년 1.90%에 머물렀다. 이 기간 거래소 기업 전체의 배당수익률 0.7∼2.2%에 비해서도 나을 게 없다.

    최근 은행 정기예금의 1년 금리가 4%대인 점을 감안하면 주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주는 배당을 노리고 초일류 기업에 투자하는 ‘맛’을 즐길 수 없어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한해동안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 이른바 배당성향을 보면 최근 3년간 평균 10%에 머물렀다. 100원을 벌면 주주에게 10원꼴로 돌려준 셈이다.

    투자자들의 또다른 불만거리는 액면분할이다. 주식을 액면분할하면 주권의 액면을 낮추는 대신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므로 유동성을 증대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인들은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높고 앞으로도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주식을 사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주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 가운데 1주당 40만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스스럼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00주만 사려 해도 웬만한 봉급생활자의 한해 연봉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반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액면가를 낮춰주기를 학수 고대해왔다. 명색이 대한민국 대표주가 이렇듯 접근성이 낮다면 증시의 대중화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액면분할을 하면 절대주가가 낮아져 이미지가 나빠지리라고 우려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주가상승 여력이 커질 수도 있다. 대기 매수세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춰 매수기반을 확대한 것이 그 좋은 예다.

    초미의 관심사는 삼성전자가 과연 고점을 뚫을 수 있을 것인가다. 삼성전자는 2000년 7월13일 상장 이래 최고가인 39만4000원(場中)에 올랐다. 3월 둘째주 현재 고점이 36만8500원이기 때문에 9부 능선까지 숨가쁘게 뛰어오른 셈이다.

    하지만 60여 명에 이르는 국내외 증권사의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조만간 역사적인 신고점을 찍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안에 40만원대 후반에서 50만원대 초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같은 예상은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이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지난해에는 D램부문의 침체를 비D램인 TFT-LCD가 메웠고 수익을 내는데는 CDMA가 일등공신이었다. 올해에는 D램 경기가 강세를 띠고 TFT-LCD도 호조세가 지속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 1·4분기의 영업이익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급격하게 회복되고 있어 올해 1·4분기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4분기(690억원의) 14배를 넘는 1조116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1월 하순에 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이 7319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채 한달 보름 만에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38.2%나 높여잡은 것.

    이처럼 실적 예상치를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은 주변여건이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D램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3월초 현재 D램(128메가 SD램 기준)의 현물시장 가격은 4.0∼4.5달러선으로, 지난해 저점(10월말)보다 4배 이상 올랐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삼성전자는 고정 거래업체에 공급하는 D램 가격을 지난해 12월 이후 7차례나 인상했다.

    D램 가격의 이같은 흐름은 시장의 주도권이 PC업체에서 D램 공급업체로 옮겨가고 있음을 뜻한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PC시장의 회복세가 빨라지고, 게임기 PDA 디지털TV DVD 등 디지털 응용기기 부문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D램 반도체의 공급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일본업체들이 D램 사업부문을 계속 축소하고 있고,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등 대형업체들도 설비투자에 여전히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램의 공급부족 현상이 최소한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이 당분간은 최저 수준(4∼5달러)에서 강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D램 가격이 안정될 경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원가를 감안하면 D램 업체들의 수익성은 향상될 것이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4·4분기 2120억원 적자에서 올해 1·4분기에는 4800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공급부족현상이 지속돼온 TFT-LCD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 등은 15인치 TFT-LCD 패널 가격을 대당 10달러씩 인상해 250∼255달러로 높였다. 15인치 패널의 가격은 2000년 말 대당 400달러에서 지난해 9월 19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4·4분기부터 TFT-LCD 모니터 수요증가로 현재 저점대비 가격이 34% 상승했다.

    TFT-LCD의 공급부족과 가격강세는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TFT-LCD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00억원에서 올해 6400억원으로 16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D램, TFT-LCD부문의 약진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5조2000억원(전년대비 126% 상승)을 기록하고, 2003년에는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오진근 애널리스트는 128메가 D램 가격이 올해와 내년에 각각 5달러와 4달러를 유지할 경우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2002년 6조4000억원, 2003년에는 8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산출한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는 주당 50만원을 중심으로 정규분포를 이룬다.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적정주가를 51만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최고치를 기록할 뿐 아니라 영업외 부문에서도 건전성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내부보유 현금규모가 차입금 수준을 상회하기 시작해 실적 개선과 더불어 2003년에는 무차입 경영이 가능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1990년대의 여건과는 달리 금융비용과 외화부채관련 환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대주주 지분을 보유한 삼성카드, 삼성캐피탈 등의 계열사들도 실적이 양호해 이들에 대한 지분가치와 지분법 평가이익 규모가 커졌고, 시민단체와 외국계 투자자 등에 의한 경영감시체제가 제도적으로 뿌리를 내려 제2의 삼성자동차 같은 기업지배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아졌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성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부문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48% 늘어난 13조1500억원, 영업이익은 524% 급증한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5만원으로 잡았다.

    서울증권 안성호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호전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40조원, 순이익은 79% 증가한 5조2650억원이 될 것이고, D램가격 추세를 감안하면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의 추정 EPS(주당순이익) 2만9856원에 경기회복 초기였던 1999년의 PER(주가 수익비율) 최고치인 14.7배를 적용하면 주가는 44만원선이 적정하지만 내년도 실적까지 고려하면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잡았다. 삼성증권 임홍빈 애널리스트도 적정주가를 52만원으로 보고 있다. 한투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의 6개월 목표주가로 47만원, 12개월 목표주가로 58만원을 제시했다. 이밖에 UBS워버그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도 50만원대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주가전망과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애널리스트 출신인 전병서 대우증권 조사부장의 경우. 전부장은 “주변여건이 호전되면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협상이 성사되고 128메가 D램 가격이 8달러선까지 오를 경우 삼성전자 주가는 100만원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

    그는 “합병, 매각 등 반도체업계에 몰아치고 있는 구조조정 바람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기술 선점을 위해 300mm웨이퍼라인에 투자한 데 이어 1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전고점을 돌파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까. 삼성전자 주가는 3월초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37만원대에 근접하자 경계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의 수급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은 차익실현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초 전체 발행주식의 60%를 보유, 사상 최고의 지분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삼성전자 편입비중을 높이는 데 부담을 느끼는 듯. 지난 2월 이후에는 꾸준한 순매도 기조를 보였다.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핵심 우량주에 대해서는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증권이나 옐로칩으로 매수대상을 제한하는가 하면, 한국시장보다 주변의 이머징 마켓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가 매력적인 주식임을 잘 알고 있지만, 다시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서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을 돌려놓을 수 있는 변수로는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강력한 시그널, D램 반도체 가격추이,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방향, 시중 유동성의 증시 유입속도, 삼성전자의 실적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확실한 요소는 실적이다. 따라서 1·4분기 실적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4월이 주가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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