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데이비슨은 자유, 독립, 저항의 상징
- 가차 없는 구조조정도 고객 위한 것
- 나에 대한 평가? 역사가 말해줄 것
- 브랜드 로고 문신 새기는 충성고객
- 여성, 다문화, 다세대 끌어들일 것

할리데이비슨의 매력 포인트는 ‘디자인(Look), 소리(Sound), 감흥(Feel)’ 세 단어로 집약된다. 전통적인 프레임에 최신기술을 덧입힌 디자인(Look), 라이더의 가슴을 울리는 심장 박동소리 같은 엔진 소리(Sound), 마치 말을 타듯 리듬감 있게 위 아래로 움직이는 독특한 진동감(Feel)이 그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HD는 지난해 4조5100억원(41억7660만달러·1달러 1080원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HD에도 최근 몇 년 사이 큰 위기가 있었다. 2006년 매출 58억달러(약 6조2640억원), 순익 10억4300만달러(1조1264억원)였지만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 2007년 57억달러, 2008년 56억달러, 2009년엔 43억달러로 떨어졌다. 2009년 5월 키스 완델(Keith E. Wandell)이 새 CEO로 영입되었을 때 이 회사는 어떤 구체적 전략 플랜(strategic plan)도 갖고 있지 않았다. 수익은 급감했으며 고객의 주문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완델의 표현에 따르면 “기분 상한 고객들은 이 회사를 완전히 거만한 집단으로 여기기 일쑤”였다.
그런 HD가 완델이라는 강력한 CEO의 등장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2009년 매출하락의 주요인은 구조조정 비용이었지만 이후 이 회사 주가는 48.5%나 상승했다. CEO가 되기 전 할리데이비슨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지만, HD의 브랜드는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나의 골칫거리’

머리엔 분명 서리가 앉았지만 그의 눈빛은 젊은이의 것이었다. 말이 무척 빠르고, 강했다.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 마주앉은 순간 공격적인 이미지가 느껴졌는데, 그가 기자보다 먼저 질문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을 갖고 있거나 가질 계획인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기자가 “능력만 되면 갖고 싶다”고 하자 완델은 “당신이 바로 나의 골칫거리, 내 문제의 모든 부분이다”라며 웃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완델은 자신의 경영철학과 HD의 구조조정 과정, 세계 전략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한국에서는 할리데이비슨이라면 늙은 세대의 젊은 꿈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여자를 뒷좌석에 태우고 가죽 재킷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요란하게 주행하면서 자신은 아직도 젊다는 것을 자랑하는 듯한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HD가 기대하는 타깃도 중년 이후 세대인가요?
“나이 든 계층이 우리의 핵심 고객이며, 45세 이상이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젊은층이나 여성층을 새로운 할리데이비슨 가족으로 만들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을 생각해보면, 1년 반 전에 우리가 출시한 모터사이클은 스포스터(883~1200cc급)의 파생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포티에잇(48)’(1950만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유럽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두 배나 더 잘 팔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젊은층이 구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여성용, 다세대(multi-generational)용, 다문화용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시장의 구체적인 수요를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5월14일 할리데이비슨 라이더 모임인 H.O.G 코리아 챕터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평창군 일대를 달리고 있다.
“그럼요. 지난 몇 년간 시장조사를 하면서 우리는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의 고객 구성 혹은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특히 여성층과 젊은층(18~34세), 히스패닉계와 아프리칸-아메리칸 그룹이 할리데이비슨을 사지 못하는 이유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가격뿐 아니라 문화적 장벽도 있었던 겁니다. 물론 젊은 라이더들에겐 첫 번째 장벽이 가격입니다. 할리데이비슨 제품은 대부분 2만달러는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6900~7000달러짜리 초보자용 스포스터 모델도 생산합니다. 이 모델들도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며, 또한 할리데이비슨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들입니다.”
브랜드의 힘
▼ HD 브랜드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HD 브랜드는 자유와 독립, 그리고 저항을 상징합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무언가에 저항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대상이 정부인지 부모인지 혹은 아이인지 모르겠지만 할리 브랜드는 그것을 상징합니다.
HD의 고객은 재구입률이 아주 높습니다. 우리는 고객을 경쟁사에 거의 내주지 않아요. 고객들은 3년 반에서 4년 만에 새 제품을 구입합니다. 그래서 처음 스포스터를 샀던 사람은 그 다음 다이너(Dyna 2280만원대)와 소프트 테일(3050만원대), 그리고 울트라 클래식 일렉트릭 글라이드(3980만원대), 마침내는 CVO 로드 글라이드 울트라(5900만원대)나 트라이크(세 바퀴 모터사이클)로 옮겨갑니다. 어떤 고객은 트라이크를 영구차로 활용해서 거기에 관을 싣고 가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브랜드의 힘입니다.”
지속가능한 회사로
▼ 다른 모터사이클 회사와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우리 제품들은 커스텀(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바이크), 투어링(장거리 라이딩에 적합한 수납공간 등을 갖춘 바이크) 영역에 속합니다. 우리는 경주용이나 비포장용 모터사이클은 생산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디자인(Look), 소리(Sound), 감흥(Feel) 이 세 가지 측면에서 할리데이비슨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또 라이더들의 개성도 특별하고요. 독일에선 이런 유머가 있어요. 혼자 타는 사람은 BMW를 타고, 단체로 타는 사람들은 할리를 탄다는. 할리 가족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할리 가족들의 동호회인 호그(H.O.G.·Harley Owners Group)에 가입해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는 제품을 팔지만 동시에 삶의 경험을 팝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 모터사이클 회사와 우리가 다른 점입니다.”
▼ 2009년 CEO로 영입되기 전까지 할리데이비슨에 대해선 어떤 느낌을 갖고 있었나요?
“별다른 느낌이 없었어요.(웃음) 사실 그때 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었지요. 전임 CEO가 은퇴한 뒤 이 회사는 CEO를 내부에서 뽑을 것인지 외부에서 영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죠. 그때 저에게 CEO 제의가 왔고, 저는 그것을 수락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제가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CEO에 영입된 뒤 5개월 만인 2009년 10월 완델은 HD의 이미지에 열의를 불어넣고 회사를 완전히 뒤집어엎는 전략을 공개했다. 그의 플랜은 성장, 지속적인 개선, 리더십, 제품개발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관한 것이었다. 플랜의 핵심은 고객의 수요를 재빨리 파악하고 거기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함을 생산 과정에 도입하는 것이었다. 완델은 세계 시장을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사람들은 할리데이비슨을 소유하기를 꿈꿉니다. 우리는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 회사입니다. 저의 일은 고객들의 그런 요구를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었지요.”
▼ CEO가 된 이후 마련한 전략 플랜에는 지속가능성 항목이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지속가능성은 이제 전세계 모든 사람, 모든 회사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모두에게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라는 게 있는지, 그런 모델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브랜드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의 개념 안에서 비즈니스의 기회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저는 좀 다른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바라봅니다. 비즈니스 기회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진 환경적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니까요.
HD는 이익을 확대하면서 훌륭한 리더들을 기르고,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든 것이 우리의 전략적 플랜의 구성 요소입니다. 우리가 하는 활동은 모두 그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면 친환경적이고 우리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 있느냐? 물론 있지요. 다문화, 다세대, 그리고 미래의 요구를 인식하고 만드는 제품들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 전기 모터사이클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는지요?
“HD의 방침상 현재 개발 중인 모델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수는 있습니다. 모터사이클용 전기 엔진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어떤 제품을 개발하든 우리는 할리데이비슨의 독특한 디자인, 소리, 감흥을 갖게 될 겁니다.”
딜러의 건강과 안녕
▼ 회사의 목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딜러 네트워크의 건강과 안녕입니다. 전세계에 약 1400명의 딜러가 있는데 올해 처음으로 북미의 딜러보다 그 외 세계 다른 지역의 딜러가 더 많아졌습니다. 우리의 고객을 매일 보는 이들이 그들이고, 제가 말하고 있는 고객의 경험을 파악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재정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것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북미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이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둘째, 제품 개발입니다. 딜러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딜러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단기간에 우리가 디자인하고 개발한 ‘멋지고 놀랄 만한’(cool and wow) 제품들을 그들의 전시장으로 보내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제품 개발, 생산 등의 혁신적 변화는 회사 안에서 많은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저는 관련 부서 직원들에게 더 날씬한 엔진, 동시공학(concurrent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