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호

상권 분석? 우리 가게 손님, 어디에서 오는가부터 살펴라

지리정보분석가 송규봉이 말하는 알짜 상권 찾는 법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2-08-12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A급, B급 상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 사업하는 이유와 고객 요구 일치해야

    • GIS 플랫폼으로 상권 분석해 보라

    • 간판·인테리어는 자기만족만 줄 뿐



    누구나 A급 상권에서 매장을 열고자 하나 부동산 비용을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운 좋게 A급 상권에 진입한다 해도 언제 비인기 상권으로 전락할지 알 수 없으니 전전긍긍한다. 이처럼 상권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와중에 입지 선정에 창업 자금의 절반 이상을 쓰는 게 합리적 판단일까 의문이 든다. 대체 무엇을 따져봐야 고객을 끌어모으는 상권을 찾아낼 수 있을까. 송규봉 연세대 디지인경영대학원 겸임교수에게 해법을 물었다.

    송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환경학을 전공했다. 학업을 마친 뒤 미국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CML연구소에 취업해 주로 지리정보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GIS)을 연구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GIS 컨설턴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부설 와튼 GIS 랩 연구원으로 일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20여 년간 금융권, 유통사, 건설사, 프랜차이즈업체, 공공기관의 의뢰를 받아 GIS 기반 상권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수천만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매출 예측 통계 모형을 개발하거나 출점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연세대 디자인경영대학원과 국민대 AI·빅데이터 MBA 과정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수년째 상권 분석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얻은 확신은 “세상에는 A급 상권도, B급 상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규봉 연세대 디자인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기관 데이터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하면 혼자서도 체계적으로 상권을 분석하고, 창업 후에도 상권 변화를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송규봉 연세대 디자인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기관 데이터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하면 혼자서도 체계적으로 상권을 분석하고, 창업 후에도 상권 변화를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상권 분석 원리

    “요즘 상권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창업자들이 불안해한다. 이른바 ‘상권 분석가’들이 그 틈을 타고 들어가 상권을 A급지와 B급지로 나누며 돈을 번다. 상권을 A급과 B급으로 구분하는 것은 편의상 좋은 입지와 나쁜 입지, 부동산 비용이 비싼 입지와 저렴한 입지, 유동 인구가 풍부한 입지와 부족한 입지를 구분하기 위한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이처럼 권리금이나 임대료 등을 기준으로 나누는 모호한 개념을 모든 장소에 똑같이 적용하는 게 제대로 된 판단일까 의문이 든다. 상권 분야를 오래 연구한 사람으로서 이런 풍조를 바로잡고 싶다.”

    그는 특히 부동산 가격에 따라 만들어지는 유명 상권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가 유명 상권이 아닌 알짜 상권 분석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송 교수는 ‘상권이 문제라면 상권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창업 때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상권 분석 원리를 연구했다. 자영업이 고전하는 요인으로 그는 ‘상권 쇠퇴’를 첫손에 꼽는다.



    이후 송 교수는 GIS 기반의 상권 분석 데이터와 실존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모아 연구서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상권을 분석할 때 도움이 될 방법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관련 내용을 담은 책도 여러 권 썼다.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상권은 매출이다’ 등이다. 매년 평균 90만 사업자가 폐업하고, 전체 산업 분야에서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를 만난 건 이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GIS란 뭔가.

    “일반적으로 인간 생활에 필요한 지리정보를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을 뜻한다. 한국어로는 지리정보체계라고 한다.”

    GIS는 지리정보를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이다. [Gettyimage]

    GIS는 지리정보를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이다. [Gettyimage]

    고객 분포 살펴라

    상권 분석은 왜 중요한가.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창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의 절반이 상권과 입지에 투자된다. 또 폐업 시 권리금 회수가 어렵다. 폐업하면 권리금과 시설비를 손해 보는 것은 물론 다음 임차인이 계약할 때까지 계속 임대료를 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린다. 이 중 두 가지가 부동산 비용에서 발생한다. 상권 분석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한번 정하면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음식점이 성공하는 데 갖춰야 할 필수요소 가운데 맛, 가격, 서비스, 분위기는 당장 바꿀 수 있다. 소매점도 물건의 종류와 진열 방식은 바꾸기 수월하다. 그러나 배후상권과 입점한 건물은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건물 도로 유동객, 가로수, 가로등, 교통시설, 주거인구, 입주 기업체 어느 하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 상권 분석 시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우선 고객 중심으로 상권을 해석해야 한다. 국어사전에서 상권은 어떤 곳을 중심으로 상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이라고 풀이한다. 반면 미국의 상권 정의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미국의 도시연구소는 상권을 특정 판매점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고객들이 생활하는 지리적 범위라고 정의한다. 흔히 매장의 위치를 중심으로 상권을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고객의 위치다. 내가 자주 가는 북엇국집은 서울시청 인근에서 오전 7시에 장사를 시작한다. 오전 7시 10분 전후로 만석이 될 정도로 인근 직장인뿐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온 손님들도 북새통을 이룬다. 이 북엇국집의 상권은 어디까지일까. 서울 지역일까. 전국일까. 동아시아일까. 이처럼 상권은 고객과 맺은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다. 여기부터 저기까지라고 지도에 막연한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과의 관계가 넓어지면 상권은 넓어지고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면 상권도 줄어든다. 핵심은 자신과 관계를 맺은 고객의 분포다.”

    고객 분포를 파악한다니 1인 창업자에게는 거창한 작업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다(웃음). GIS를 활용하면 수백만 개의 고객 주소를 매우 짧은 시간에 지도에 입력할 수 있다. 요즘에는 무료로 공개된 GIS 플랫폼이 많아 사용법만 익히면 무료 프로그램에 무료 공개 데이터를 펼쳐서 원하는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먼저 주소를 지도 위의 경도와 위도로 표시하면 고객의 분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매장에서 10㎞ 구간별로 원을 그려 지도를 재구성한 뒤 매장과 고객이 맺은 거리를 기준으로 지도를 다시 그린다. 이 지도에서 매장과 고객 위치를 선으로 연결하면 고객 한 명 한 명과 매장의 직선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고객이 얼마나 멀리서 오는지 막연하게 상상하던 단계에서 이제 정확한 거리 값을 기반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이 작업을 매달 매년 진행하면 자신의 상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가치·희소성·모방불가·조직화

    상권 분석 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으로 고객 중심을 언급했다. 나머지 고려 사항은 뭔가.

    “상권의 변화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얼마나 일어날지 살펴보는 것이다.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의 인구 통계를 직접 챙겨봐야 한다. 도로의 변화도 살펴볼 요소다. 차량 이동은 물류, 사람, 돈의 흐름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새로 뚫린 도로 하나가 상권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우리 업종이 그 상권에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 방법이 있나.

    “경영학자이자 미국 유타대 석좌교수인 제이 바니의 진단법이 지표가 된다. 바니는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치, 희소성, 모방 불가, 조직화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진단을 상권 분석에 적용해 보자. 먼저 내 사업이 관심 상권의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지 따져본다. 그들이 원하고 기대하는 유용성이 있는지 살펴보라는 얘기다. 희소성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이미 많은 사람이 장사하는 업종인지, 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차별성이 있는지 등을 돌아보라는 의미다. 다른 사람이 모방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금방 따라 할 수 있다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없다. 또 차별적 가치를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는 경영 역량이나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개인사업자라면 관리 역량이 습관으로 몸에 배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반대로 특정 상권에 적합한 업종을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그 상권이 다른 상권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국내 신용카드 회사에서 카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권 특성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했던 검토 기준을 소개하겠다. 단, 분석 기준은 계속 변할 것이므로 본인만의 분석 기준을 만들기 위한 참고용으로 검토하길 권한다. 유망업종 분석은 크게 고객, 지역, 상가 및 업소, 매출이라는 4가지 항목으로 시작한다. 고객을 분석할 때는 이용객 특성부터 살핀다. 직장인과 주거민의 비율을 따져보고 유동객의 비중도 고려한다. 성별, 연령대별로 고객층을 따져보는 것은 기본이다. 고객들의 구매력과 규모도 살펴야 한다. 그다음 고려사항은 지역 특성이다. 인접 지역의 중심도시는 고객의 동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도권 광역시, 중소도시, 관광지 등 다양한 지역성을 고려한다. 여기에 고객의 특성을 덧붙여 입체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지역 특성을 살펴본 다음에는 어떤 업종이 해당 상권을 주도하는지, 상권의 중심은 어떻게 형성됐는지 파악하는 게 좋다.”

    일간·주간·계절별 매출 특성도 파악해야

    그 외 살핀 것은 또 뭐가 있나.

    “매출 항목이다. 어느 시간대에 상권이 활발해지는가. 단지 언제 사람들이 붐비는지 겉모습만 관찰하지 말고 실제 구매가 일어나는지를 봐야 한다. 그냥 지나치는 행인과 소비층을 구분하라는 얘기다. 일간, 주간, 월간, 계절별로 매출 특성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소비 수준이 어느 가격대에 형성됐는지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사업하는 이유와 고객의 요구가 일치해야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고객은 창업자가 왜 사업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고객 자신에게 필요한지 아닌지만 따진다. 가게 문을 열든 말든 절박한 건 고객이 아니다. 그는 “창업하기 전 자신이 사업하는 이유, 바람직한 사업의 형태, 이상적인 고객이 누구인지에 대한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답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면서 “사업 계획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판·인테리어, 홍보 등은 잠깐의 자기만족만 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