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밑에선 삼성SDI가…” LG엔솔 김동명號, 앞길 암초 산적

시장 침체·주주 불만·中 물량공세…

  • 유수진 연합인포맥스 기자

    sjyoo@yna.co.kr

    입력2024-04-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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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맨 + 배터리通 ‘새내기 CEO’

    • 전기차 성장 둔화 불똥에 주가 ‘뚝’

    • 非중국시장서 2위, 점유율 뒷걸음

    • 삼성SDI에 내준 전고체 주도권

    [Gettyimage, LG에너지솔루션]

    [Gettyimage, LG에너지솔루션]

    25년 배터리 한 우물, 엔지니어 출신, 정통 배터리맨…. 국내 배터리 업계 1위 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신임 대표이사(CEO) 김동명 사장에게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다. 김 사장은 올해로 출범 4년 차에 접어든 ‘LG에너지솔루션 2.0 시대’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 3년간 양적 성장을 통해 착실히 사업 기반을 다져온 만큼 이제 질적 성장을 준비할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김 사장은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경쟁우위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포부다. 호기로운 각오지만 현실은 마냥 장밋빛이 아니다. 배터리 업계는 김 사장 앞에 쉽지 않은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바라본다. 한풀 꺾인 전방산업(전기차 산업) 여파로 둔화한 시장 성장세, 떨어진 주가, 심화한 경쟁까지 무엇 하나 새내기 CEO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혁신·미래 이끌 젊은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LG에너지솔루션]

    3월 25일 LG에너지솔루션은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김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지난해 11월 말 LG그룹 임원인사에서 차기 대표에 내정된 지 4개월여 만이다. 김종현 전 사장과 권영수 전 부회장의 뒤를 이은 LG에너지솔루션의 세 번째 대표다.

    김 사장은 주총 이후 정식으로 이사회에 합류했지만 수장으로서의 역할은 지난해 12월 CEO 취임 직후부터 수행해 왔다. 당시 LG그룹은 김 사장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 “1위 사업 달성을 위해 해당 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전문 역량을 갖춘 실전형 인재를 발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속 성장에 방점을 찍고 혁신과 미래 준비를 이끌 ‘젊은 CEO’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1969년생인 김 사장은 LG그룹 CEO 가운데 젊은 축에 속한다. 직전 CEO인 권 전 부회장보단 무려 12살이나 더 어리다. LG생활건강, LG전자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도 몸담았던 전임 CEO들과 달리 25년 넘게 배터리 외길만 걸었다는 특징도 있다. ‘LG맨’이자 ‘배터리통(通)’인 셈이다.



    김 사장은 1992년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직후 1998년 LG화학 배터리 연구센터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연구개발(R&D)과 생산, 상품기획 등을 두루 거치며 배터리 사업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임원이 된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4년 상무 승진과 동시에 모바일(Mobile)전지 개발센터장을 맡았고,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 2020년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그의 활약이 빛을 발한 건 2020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후다. 자동차전지사업부장으로서 수주 확대와 합작법인(JV) 추진에 앞장섰고 성과를 냈다. 회사가 ‘글로벌 톱10’ 완성차업체 가운데 아홉 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주요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시장 우위를 선점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연히 김 사장이 신임 CEO로 낙점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 내부에선 엔지니어 출신인 그가 생산 공법 혁신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근본적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시장 침체發 성장세 둔화

    김 사장의 취임에 업계 안팎의 눈길이 쏠린 까닭은 ‘시장 환경’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 둔화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회사를 둘러싼 대외적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6.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33.5%) 그것의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021년 109%로 정점을 찍은 이래 매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2022년에도 56.9%로 2021년 대비 반토막이 났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방산업인 배터리 업계에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북미 증설 투자 등에 대한 속도 조절을 검토하는 등 기존 성장 전략에 변화를 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과거엔 고민할 필요 자체가 없던 일이지만 불과 1년 새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 사장은 이와 같은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대응책은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큰 영광이면서도 어깨가 무겁다”며 “내게 CEO를 맡긴 건 우리가 가진 저력과 잠재력을 일깨워 ‘몰입의 실행력’을 발휘해 달라는 뜻이고, 그게 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기는 전략’을 실행해 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초격차 기술력 △원가경쟁력 △고객충성도 △미래 기술, 사업 모델 혁신을 바탕으로 대외적 위협 요소에 정면으로 맞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펼쳐 보였다.

    배터리 업황 침체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막 CEO가 된 김 사장으로선 지난해 말부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주가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주주들의 주가 관리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3월 25일 주총에서 주가 관련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주주가 “60만 원 가던 주가가 40만 원대로 고꾸라졌는데도 경영진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따져 물은 것.

    1년 새 주가 27.8% ‘뚝’, SK하이닉스에 시총 2위 내줘

    이에 대해 주총 의장을 맡은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가가 회사의 실력이고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이차전지 기업의 주가가 전방 시장의 일시적 둔화로 저조한 게 사실이지만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최대한 원가를 줄이고 사업 성과가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 사장에겐 2022년 상장과 동시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게 숙제가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3월 22일 41만3500원에 마감, 정확히 1년 전 같은 날 57만3000원 대비 27.8% 떨어졌다. 역대 최저로 기록된 2022년 7월 8일 35만2000원과 6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1년 전과 완전 딴판인 분위기다. 지난해 3월엔 주가가 상장 직후 대비 많이 올라 주주 불만이 전혀 없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130조 원 수준으로 2022년 상장 첫날 시총(118조 원)보다 12조 원가량 높았다. 당시 대표이사 권 전 부회장이 “주가는 노력한 만큼 나오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주가 하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다시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이차전지와 달리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기 시작하며 두 기업 간 시가총액 차이가 갈수록 벌어질 거란 예상이 나온다. 3월 26일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129조 원, LG에너지솔루션은 95조 원으로 34조 원 차이를 보였다.

    위엔 中 CATL, 밑에선 삼성SDI가…

    업계 1위에 빛나는 사업도 마냥 ‘초록불’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하락 추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더는 아니다. 중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 기업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1.4%로 지난해 1월(13.7%) 대비 2.3%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CATL이 88.1% 성장하며 점유율을 33.9%에서 39.7%로 확대한 여파다. 2위 BYD의 점유율은 14.4%로 LG에너지솔루션을 3%포인트 앞섰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집계한 글로벌 순위에서도 1위는 CATL이다. 시장점유율이 25.8%로 2위 LG에너지솔루션(24.4%)보다 1.4%포인트 높았다.

    지난해~올해 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왼쪽). 지난해~올해 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중국 제외) 점유율. [SNE리서치]

    지난해~올해 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왼쪽). 지난해~올해 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중국 제외) 점유율. [SNE리서치]

    최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 삼성SDI에 선두를 빼앗기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이차전지다. 기존 배터리에 비해 폭발과 화재 위험이 적고 에너지 밀도가 월등히 높아 꿈의 배터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삼성SDI는 3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이차전지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선언했다. 국내 3사 모두가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양산 준비 로드맵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이후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사장)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는 저희가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고,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해당 전시회에서 최윤호 사장, 이석희 SK온 대표(사장) 등과 함께 부스 투어를 하며 삼성SDI의 로드맵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취재진과 만나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미래 기술이다 보니 완성도를 높여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과 가격경쟁력,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을 충분히 갖춘 뒤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취지다. 이 발언은 삼성SDI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속도보다 품질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경쟁사가 한발 앞서나갔음을 전제로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3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이차전지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 참석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왼쪽부터). [뉴스1]

    3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이차전지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 참석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왼쪽부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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