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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섬, 보르네오

‘슬픈 열대’와 ‘기쁜 열대’ 사이

‘공존’의 섬, 보르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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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그곳에 여전히 원시 밀림의 자연질서에 순응하며 수렵생활을 하는 뻔안족과 근대화에 성공해 말레이시아의 주류 사회에 편입한 룬바왕족이 있다. 그 두 얼굴에서 이곳 원주민들의 현실과 고민이 그대로 읽힌다.
‘공존’의 섬, 보르네오
케이블 TV로 CNN, BBC, 블룸버그 같은 국제 채널을 보다 보면 아시아 국가들의 이미지광고가 시선을 끈다. 그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파란 바다와 원시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쌍둥이 빌딩을 함께 보여주면서 ‘Truly Asia’란 구호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말레이시아 광고다. 국가명 안에 이미 아시아라는 어미가 있어 ‘말레이시아가 진짜 아시아!’란 구호는 누구 귀에라도 쏙 들어오게끔 잘 만든 카피다.

물론 말레이시아의 ‘Truly Asia’ 주장에 반발할 나라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인류의 절반 이상을 떠안고 있는 거대한 땅, 저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50여 국가를 놓고 아시아의 진수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논리적 근거를 살펴보면 ‘Truly Asia’라는 구호가 허풍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우선 말레이 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보자. 아시아 대륙의 중심이 아닌 동남쪽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지만 대륙과 해양이 맞닿는 전략적 요충지다. 인도양과 남지나해를 연결하는 이 해상로는 근대 이후 실크로드를 능가하는 중요한 길목으로 인정받아 다양한 문명이 소통하는 장이 되었다.

문명의 척도라 할 만한 종교만 살펴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종교는 이슬람교지만 이전부터 힌두 문명과 불교 문화가 면면히 이어져왔다. 16세기 이후부터는 동서양 무역상인들이 집결하면서 중국의 유교 사상과 서구의 기독교 사상까지 유입되어 복합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인구 구성을 봐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다양한 인종이 모자이크처럼 분포해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말레이민족이 60%, 중국 화교가 25%를 차지하고, 아시아의 또다른 한 축인 인도-파키스탄계 사람도 9%나 된다. 이뿐 아니라 원시 자연림 속에는 아직도 문명화를 거부하는 80여 소수민족이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며 연방의 한 축을 이룬다.



또한 이 땅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일본의 지배를 차례로 받아왔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까지 끌어안고 있다. 아시아의 역동적 경제를 상징하는 싱가포르와 독특한 석유왕국 브루나이도 말레이시아 역사와 분리될 수 없는 구성원이다. 따라서 말레이시아가 아시아 문명의 중심은 아니라 할지라도 서구인들에게는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다종다양한 아시아적 가치를 모자이크처럼 만끽할 수 있어 ‘Truly Asia’라는 수식어가 과장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라파 치과 의료봉사단

“말라리아 약은 빼먹지 않고 복용했나요?”

1월28일,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인천공항. 20여 명의 치과 의료봉사단이 동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산더미 같은 진료도구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이들의 최대난제는 장비 이동. 허허벌판에 치과병원을 개설하려면 발전기에서 각종 거치대, 그리고 수백명분의 치기공 재료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 중에 한 개의 가방이라도 분실하면 치료활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를 책임진 이들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치과의사와 치기공사, 간호사들로 구성된 치과 의료봉사단의 정식 명칭은 ‘라파 치과 의료봉사단(단장·성낙훈, 이하 라파봉사단)’. 1996년 창립 이래 매년 자체 경비만으로 미얀마, 몽골, 러시아, 필리핀, 사할린, 베트남 등지에서 24회에 걸쳐 무료 진료를 펼쳐온 의료봉사단이다. ‘라파 선교단’이라는 또다른 명칭이 보여주듯, 선교도 이들의 활동 목적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한의사까지 합류해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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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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