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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빵즈’를 아십니까?

망국의 설움, 고구려 기상 함께 품은 ‘중국판 조센진’

‘꼬리빵즈’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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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속의 조선인 ‘꼬리빵즈’. ‘조센진’이 일제강점기 망국의 설움을 드러내는 이름이라면 꼬리빵즈는 중국 타향살이의 아픔이 담긴 이름이다. 꼬리빵즈라 불려질 때마다 치미는 속을 씁쓸하게 달래야 했던 조선인들. 그러나 꼬리빵즈의 정확한 뜻과 어원을 아는 이는 드물다. 꼬리빵즈의 유래를 찾아 떠난 길에서 한민족의 애환을 만날 수 있었다.
‘꼬리빵즈’를 아십니까?

꽈배기 모양의 빵 ‘마화’의 또 다른 이름이 꼬리빵즈이다.방망이(방즈)로 다듬이질하는 데서 꼬리빵즈란 말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꼬리빵즈’란 말을 들어봤는가. 꼬리빵즈는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조선족을 비하해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쓰던 ‘조센진(朝鮮人)’과 같은 경우다. 즉 중국 땅에서 중국인(여기서는 한족을 뜻함)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조선족)에게 붙여진 서러운 이름이라 하겠다.

조선족들은 꼬리빵즈라고 불릴 때마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한국인에게는 낯선 단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문학작품, 역사서, 신문, 인터넷, 논문 등에서는 꼬리빵즈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곤 한다.

외국어이니 꼬리빵즈의 발음이 다양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한자어 표기마저 각양각색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해석에서도 중국 전문가로 자부하는 이들조차 의견이 제각각이다. 역사학자 이이화는 ‘한국사 바로 보기-고구려·백제·신라는 한민족인가’(경향신문, 2004. 10)라는 글에서 ‘고구려 새끼’로, ‘한국사 이야기 3’과 ‘한국사 이야기 4’(한길사, 1998)에서는 ‘고려의 종(高麗奴)’으로 풀이했다. 김일훈은 ‘중국 여행 여적’(이슈투데이, 2000)에서 ‘속국놈’으로, 제주산업정보대 서성봉 교수(중문학)는 ‘호가호위(狐假虎威)’란 글에서 ‘고려거러지새끼’로, 조선족 문인 김월의는 ‘고구려의 미래를 지키려면 오늘과 역사를 함께’란 글에서 ‘고려거시기놈’으로, 이혜선은 논문 ‘유치환 시에 나타난 민족의식’(동악어문학회, 1996)에서 ‘망국민과 거지를 합친 의미’로 풀이했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 외교관 출신의 강효백은 저서 ‘중국인의 상술’(한길사, 2002)에서 “‘빵즈’란 ‘남의 봉이 되는 사람’이란 뜻이 아니라 ‘기골이 장대하고 성격이 솔직하고 화끈한 자’를 의미한다. 대개 산둥 사람들이 이러한 호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소개했다.

중국 어느 사전에서도 뜻풀이를 찾을 수 없는 꼬리빵즈, 그 말을 쓰는 한족이나 듣는 조선족이나 어원이나 유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꼬리(高麗, 예전에는 고려를 ‘고리’로, 고구려는 ‘고구리’로 부름)’가 조선족을 뜻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빵즈’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꼬리빵즈의 어원과 유래를 더듬어보는 것은 조선족뿐 아니라 전체 한국인의 삶과 역사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일 통역 담당한 고려인

꼬리빵즈의 어원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상의 공개토론, 직접 면담, 설문조사 등의 방법을 병행했다. 조선족 사이트인 ‘모이자닷컴’(moyiza.net) 토론방에서 ‘꼬리빵즈의 어원 및 유래에 관한 토론을 희망합니다’는 제목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이 시작되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접속했고, 그 뒤 ‘조선족마당’(bud21.com)이란 사이트에 토론 내용이 옮겨지면서 꼬리빵즈의 뜻을 모르던 한국인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꼬리빵즈의 실체 알기’는 조선족과 한국인 모두에게 흥미 있는 주제였던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중국의 선양(瀋陽), 옌볜(延邊), 산둥(山東),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조선족과 한족을 대상으로 직접 면담했고, 랴오닝(遼寧)성 조선족사범대 한국어학과 김춘련 교수의 도움을 얻어 조선족 대학의 교직원, 조선족 및 한족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방쯔(棒子)’는 막대기라는 뜻을 갖고 있어 꼬리빵즈가 ‘고려막대기’에서 나왔다는 견해가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통역을 담당하는 연결고리로서의 막대기라는 뜻이다. 선양사범대 중국어과의 한 교수(조선족)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조선반도와 산둥성의 연해 도시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조선인, 중국인, 일본인이 함께 뒤엉켜 살아야 했습니다. 세 나라 국민이 한 공간에 섞여 사는 상황에서 일본인과 중국인 사이의 통역은 양국 말을 다 할 줄 아는 조선족의 몫이었지요. 하지만 조선족은 통역을 하며 때로 말을 꾸미거나 왜곡해 일본인과 중국인의 갈등을 부추겨 원성을 샀고, 당시 일본이 만주를 침략해 일본인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중국인들은 조선인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족은 조선족을 가리켜 고려막대기, 즉 꼬리빵즈라고 부르며 경멸하고 적대시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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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강릉대 강사·국문학 bich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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