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사(射)거리와 정확도다. 통상 언론은 북한의 미사일을 언급할 때 사거리에 초점을 둔다. 물론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이나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지는 해당국의 주요한 안보 관심사이겠지만, 군사적으로는 정확도도 사거리 못지않게 의미 있는 요소다.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헤즈볼라가 하루에 100기 이상의 단거리 미사일과 로켓포를 발사했다. 이렇게 한 달 넘게 엄청난 수의 미사일을 퍼부었지만 이스라엘군이 입은 타격은 미미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폭격기를 이용한 정밀타격으로 레바논의 각종 시설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수십배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주었다. 이렇듯 부정확한 미사일은 어디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민간인에게는 매우 큰 심리적 위협이지만, 실질적인 파괴력은 스마트 폭탄 등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발사 의도를 파악하는 데도 시사점을 준다. 즉 북한 미사일의 실질적인 파괴력을 이해하려면 사거리와 함께 정확도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수다. 이 두 요소를 모두 고려할 때에만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는 의도도 정확히 읽을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사거리 증대에 역점을 둔 반면 정확도에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1960년대 단거리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FROG-5 및 FROG-7 생산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1976∼78년에는 사거리 600km의 중국 둥펑(DF)-61 미사일 개발사업에 참여했으나, 이 사업은 끝을 보지 못하고 중단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미사일 개발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북한은 이집트에서 소련제 스커드-B 미사일을 구입한 후 이를 분해해서 재조립하는 역(逆)엔지니어링 방법으로 스커드 미사일의 제원을 파악해 자체생산하기 시작했고, 1984년 이 미사일(스커드 개량형 A)을 시험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1t 무게의 탄두를 장착한 채 280~300km를 날아갈 수 있었으나, 시험용으로만 생산됐을 뿐 실제로 배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형공산오차율이란?
| 원형공산오차율(Circular Error Probable·CEP)은 미사일이나 폭탄 등 탄도체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원형공산오차율은 발사된 탄도체 개수의 50%가 착륙하는 원형의 반지름이다. 예를 들어 100km 밖에서 트라이던트 미사일 100기를 발사하면 그중 적어도 50기는 목표지점에서 90m 이내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 공산오차반경은 90m로 규정된다. 스마트폭탄의 일종인 JDAM의 경우 공산오차 반경이 13m 이하, 즉 투하한 폭탄의 절반 이상이 목표물의 13m 반경 안에 떨어진다.
최신형 스마트폭탄은 GPS를 이용하고, 유도미사일은 컴퓨터를 이용한 항법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매우 높아 공산오차율이 낮다. 반면 북한 등이 보유한 구형 탄도미사일은 이러한 첨단 항법장치가 없어 공산오차율이 3000m를 넘을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특히 구형 탄도미사일의 경우 날아간 거리가 길어질수록 오차율도 비례해 증가한다. 예를 들어 거리 대비 공산오차율이 0.1%라면 100개의 탄도미사일이 100km를 날아갔을 때 50개가 목표에서 반경 100m 이내에 떨어지는데, 200km를 날아가면 반경 200m 안에 50개가 떨어지는 식이다.
이 글에서 사용된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공산오차율과 살상거리 반경의 관계를 표현한 수식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 수식에 비행거리와 목표물의 크기 등 변수를 대입하면 한 개의 탄두가 목표물의 살상거리 내에서 폭발할 확률, 목표물에 타격을 가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이를 역산하면 한 개의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 해당 공산오차율을 갖는 미사일을 몇 기나 발사해야 하는지 산정할 수 있고, 이를 다시 보유 미사일 총량과 비교하면 타격할 수 있는 목표물의 최대숫자가 나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