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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48시간, ‘칭짱철도’ 탑승기

13억 꿈 실어나를 철마… 고공 인해전술은 시작됐다!

베이징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48시간, ‘칭짱철도’ 탑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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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지붕’으로 부르는 티베트 고원에 철마가 달리기 시작했다. 7월1일 개통된 ‘칭짱철도’는 평균 해발고도 4500m, 최고 5072m 고지까지 올라간다. 총 구간 4064㎞, 베이징에서 티베트의 중심도시 라싸까지 시원하게 뚫렸다. 이 철길은 중국과,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해온 티베트 양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듯하다.
베이징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48시간, ‘칭짱철도’ 탑승기
“워샹취라싸(我想去拉薩·라싸에 가고 싶어요)! 커이마(可以?·가능한가요)? 플리즈(Please), 아 제발….”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자리가 없을 것 같은데….”

“롼쭤(軟座·일반좌석), 잉와(硬臥·2등 침대칸)? 에브리싱 아임 오케이!”

7월18일 오전 8시.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1등석 침대칸을 비췄다. 잠에서 깨어보니 공장에서 갓 출시된 호사스러운 기계 덩어리가 레일 위를 부드럽게 내달리는 게 느껴졌다. 창 밖으로는 한창 자란 옥수수 사이로 듬성듬성 옛 도시의 상징인 시뻘건 벽돌이 보이기 시작한다.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1시간 뒤면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역에 도착한다. 전날 밤 9시30분에 베이징 서역에서 출발한 티베트 라싸행 T27열차는 중간에 단 한 번 정차했을 뿐 무려 12시간을 내리 달려왔다. 하지만 침대칸이 주는 안락함 때문인지 그보다는 짧게 느껴졌다.



물론 겨우(?) 시안을 목표로 중국에 온 것은 아니다. 궁극적인 종착역은 모든 여행자의 꿈인 티베트, 중국명으로 시짱(西藏)성의 수도인 라싸(拉薩)다. 그것도 비행기가 아닌 열차로 가야 한다.

7월1일, 5년여의 난공사 끝에 거얼무(格爾木)에서 라싸를 잇는 1142km ‘칭짱철로’가 개통됐다. 이 소식이 전세계에 퍼졌을 때 가장 기뻐한 이는 중국 대도시의 여행사였던 것 같다. 중산층으로 격상한 중국의 대도시 주민들은 이상적인 여행지로 티베트를 꼽으며 철길이 열리기만을 기렸다고 한다. 올여름 중국에선 티베트 여행이 대유행이다.

중국인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곳

베이징에서 라싸행 열차표를 구하는 일은, 조금 과장하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는 일’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베이징의 여행사마다 주말에 당도한 기자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주에 라싸에 가겠다고요? 허허. 7월 말까지는 ‘절대’ 표를 못 구합니다. 13억 중국인이 모두 가고 싶어하는 곳이 티베트예요. 무모하군요. 칭짱철도 타겠다고 무작정 베이징에 오다니.”

물론 준비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한 선배는 “가능성은 50% 미만이지만 직접 부딪치면 ‘한 장’쯤 웃돈을 얹어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 말을 듣고 한달음에 베이징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라싸는커녕 시안행 열차표마저 휴가철 수요로 매진된 현장과 맞닥뜨려야 했다.

베이징 서역에서 지루한 줄서기를 반복한 끝에 월요일인 7월17일 밤에 출발하는 T27 시안행 표(417위안, 약 5만4000원)를 손에 쥐고 기차에 올랐다. 마침 이 열차의 종착역이 라싸다. 중국까지 와서 티베트행을 포기할 수는 없어 우선 시안까지 가서 여행허가증을 만들고, 칭짱철도의 마지막 탑승지점인 시닝(西寧)으로 이동해 승부를 걸어볼 작정이었다.

7월18일 오전 9시20분, 시안 도착 10분 전이다. 승무원은 보이지 않는다. 잠자코 내릴 생각이던 내게 일말의 희망을 안긴 건 옆 좌석의 이름 모를 중국인이었다. 새 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길이라는 그는, 다행스럽게 영어를 할 줄 알았다. 내 사정을 듣더니 뜻밖에도 “차장에게 목적지를 연장할 수 있는지 물어봐주겠다”고 호의를 베푼다. 아무리 만석(滿席)이라고 해도 한 좌석쯤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명이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무슨 주문을 외듯 마냥 “워샹취라싸(라싸에 가고 싶어요)∼”를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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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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