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싸행 T27열차 침대칸 내부. 거센 바람과 잦은 소나기에 철로 주변 토양이 유실되는 것을 막으려고 바둑판 무늬 형태로 돌을 쌓아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칭짱선 마지막 탑승지점인 시닝역(위에서부터).
기차가 시안역 플랫폼에 다가갈 때쯤 승무원이 다가와 복음을 전한다.
“커이(可以·가능해요), 커이. 시안에서 하차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승무원을 와락 껴안았다. 드디어 라싸에 갈 수 있는 걸까. 기차는 시안에서 10분을 정차하고 곧장 다음 역인 란저우(蘭州)로 향했다. 여행허가증이 없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다른 승무원이 다른 객실로 안내한다. 여권을 슬쩍 확인하더니, 1등석 침대칸이 남아 있다는 말과 함께 라싸까지의 추가비용 1013위안(약 13만원)을 부과했다(베이징에서 라싸까지 1등칸은 1262위안(약 16만4000원)).
걱정하던 여행허가증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철도 개통 후 지난 3주간 이 열차를 이용한 10여 명의 한국인이 여행허가증 제시를 요구받지 않았고 한다. 한국인은 중국 사람과 닮아서 승무원이 모르고 넘어간 건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칭짱철도 탑승시 여행허가증이 필요없다’는 소문이 적어도 내 경우엔 사실로 확인됐다. 그러나 베이징 서역의 공고문은 여전히 외국인의 경우 티베트 여행허가서를 지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비행기를 타고 라싸에 가려면 반드시 여행허가증을 지참해야 한다.
티베트의 정치상황이 불안하다보니 중국은 여행허가증제를 엄격하게 실시해 티베트를 국제사회와 격리해왔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은 티베트를 ‘완전한 중국 영토’로 자신하게 된 걸까. 칭짱철도가 갖는 의미는 이토록 중차대하다.
1등 침대칸을 차지하다니 운이 좋다. 앞으로 35시간 가까이를 기차에서 지내야 하는데, 일반좌석이었다면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할 뻔했다. 베이징에서 라싸까지 총 4065km 가운데 이제 겨우 4분의 1을 지나왔을 뿐이다.
현대 중국의 역사적 승리
칭짱철도는 ‘벼락스타’다. 18세기에 발명된 기차가 보급기(19세기)와 전성기(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도 화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바로 티베트라는, 인류문명의 마지막 원시대륙을 가로지르는 철로이기 때문이고, 보다 정확하게는 티베트가 지닌 ‘분쟁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실제 공사는 2005년 10월에 끝났다고 알려졌지만 그간 ‘기술결함설’이 나돌며 실제 운행을 확신하지 못해왔다. 그런데 7월1일, 중국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프로젝트를 전세계인에게 깜짝 공개했다. 중국의 철저한 언론통제가 진가를 발휘한 셈인데, 고지대 구간 공사 중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희생됐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공식 명칭이 칭짱선(靑藏線)인 이 철도를 해외 언론에서는 ‘라싸 익스프레스’라고 부르는데, 중국인은 최고 높이 5072m인 기찻길의 이름을 ‘티엔루(天路)’, 즉 ‘하늘길’이라 부르고 있다. 드넓은 중국대륙에 불과 1142km의 철로가 연장된 것에 불과하지만, 중국인들은 이를 ‘21세기의 만리장성’이니 ‘신(新)실크로드의 완성’이니 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내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