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희천시의 한 고아원에서 촬영된 사진. 어린이의 피부가 영양실조로 쭈글쭈글해졌다.
추수 이후 쌀 가격이 떨어지는 예년의 일반적인 현상과는 달리, 지난 가을걷이 이후에도 앞으로 여전히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떠돌면서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은 Kg당 1100원대까지 오르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는 ‘엄혹해진’ 국내외 정세와 식량 부족으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두려움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에 따라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량 탈북행렬을 막기 위한 국경 단속도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식량정책 실패와 북한 주민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 이에 따른 민심(民心) 이반 등으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북한 사회 내부에서는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정부가 대외적으로 밝힌 곡물 생산량은 한국의 통일부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추정하는 양과 크게 다르다. 1973년까지의 북한 식량생산 통계는 농업위원회에서 올린 자료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의 식량생산은 연평균 460만~500만t에 이른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당 사업을 맡은 1974년부터 생산량 통계에 허수가 많아졌고 1980년대부터는 대외선전용으로 통계를 부풀려 발표했기 때문에 그 자료를 신뢰하기가 어렵다. 반면 식량난을 맞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의 통계는 큰물 피해와 냉해 등 계속된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 생산량 감소치를 오히려 현실적 수치로 표현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행태를 보였다.
그렇다면 북한이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곡물량은 얼마이고, 필요한 양은 얼마일까. 북한의 경지면적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200만정보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토 건설 등으로 인한 경지면적 축소로 2000년대에 들어와 논은 58만7000정보로 줄었고, 밭은 뙈기밭 등의 확대로 62만6000정보 규모로 늘었다. 그외 채소, 뽕나무, 과일 생산을 위한 63만7000정보까지 합치면 현재 북한의 총 경지면적은 약 185만정보로 추산되며, 이 중 곡물 생산 농경지인 논과 밭은 약 121만정보로 추정된다.
1980년대까지는 농민의 생산의지가 강했고 비료 생산과 전력 등 에너지의 공급이 원활했기 때문에, 논에서 정보당 평균 4t, 옥수수밭에서 정보당 평균 3~4t을 생산해 연간 총 460만~500만t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80년 열린 제6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 정치·경제·문화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10대 전망목표를 설정하고 식량 생산목표를 연간 1000만t으로 늘려 잡았으나 그 달성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현재 북한은 비료 부족으로 정보당 평균 2~2.5t, 최고 3t까지 곡물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연 280만~350만t을 생산할 수 있고, 외부에서 30만t 이상의 비료지원이 있으면 최고 450만t까지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러한 생산능력으로는 북한의 식량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통일부와 WFP, 미국 농무성은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에너지 권장량을 기준으로 하여 식량수요량의 추정치를 산출했다. 이들 기관의 추정치는, 유엔에서 정한 1일 정상 에너지 권장량 기준인 2130kcal로 권장 소요량을 계산하느냐, 최소 에너지 권장량 기준인 1600kcal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