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인들의 업적은 노벨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왔다. 지금껏 9명의 호주인이 노벨상을 받았으며, 문학상 수상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모두 과학 및 의학 분야에서 배출됐다. 그중 한국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2005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 베리 마셜 교수는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헬리코박터균을 직접 마신 일화로도 유명하다.
호주 과학자가 이룩한 업적들은 이미 생활용어가 됐을 만큼 우리에게 친숙하다. 예를 들어 블랙박스, 전파 망원경, 제록스 복사, 태양전지, 페니실린, 초음파 스캐너, 인공와우이식, 심장박동조절기, 조류독감 백신, 라텍스 수술용 장갑, 미세혈관수술, 섬유광학, 각종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호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 독보적인 반면, 한국은 이런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데 탁월하다. 두 국가의 이런 강점들이 상호 보완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양국의 경쟁력이 보완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때다.
오늘날 호주와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적인 학업과 진로를 위해 해외 우수 교육기관을 찾느라 바쁘다. 필자는 지난 7년간 한국에서 일하면서 결혼해 아이를 둔 학부모이며, 현재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교육과학참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이런 배경으로 필자는 자연스레 한국과 호주의 상호 보완적인 교육경쟁력 활용방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학이 낳은 ‘멀티플레이어’
교육에 대한 한국인의 아낌없는 투자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한국만큼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한국 기업들은 최첨단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으며, 한국은 세계 최고 인터넷 강국 중 하나다.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부 이사인 호주의 베리 맥고어 교수는 지난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최근 발표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41개 OECD 국가에서 27만5000명에 이르는 15세 이상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비교 연구) 결과를 인용, 한국의 학교교육이 질과 형평성에서 세계 최고이며, 호주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한국을 방문해 한국 학생들의 높은 학업성취도 요인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폴란드의 교육 비평준화 정책이 PISA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과 달리, 한국의 평준화 정책은 교육의 전체적인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평준화 정책은 우수한 학생보다는 덜 우수한 학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안겨주었다. 이는 폴란드의 예에서도 증명됐다. 2000년 PISA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인 폴란드가 비평준화 정책에서 평준화 정책으로 전환한 뒤, 2003년에는 훨씬 향상된 PISA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학교교육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5964명을 비롯해 많은 한국 학생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맥고어 교수는 높은 PISA 수치를 자랑하는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한국 학생들도 ‘높은 학업성취도와 더 많은 여가시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학을 떠나는 한국 학생이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호주에서는 학업 성취 못지않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가활동도 중요하게 여긴다.
호주의 기본 교육체계는 초등과정 6년, 중·고등 과정 6년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호주 교육이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토론과 비판적인 글쓰기를 강조하며 사고력, 호기심, 창의력 계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