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아프간전쟁이 제2의 베트남전쟁은 아니며 펜타곤 페이퍼와 위키리크스 문서도 성질이 다르다. 위키리크스 문서는 현장에서 바라본 전쟁에 대한 견해를 보여줌으로써 미국 정부의 아프간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해 현지의 민간인들이 치르고 있는 대가를 부각하고 있다. 반면 펜타곤 페이퍼는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작성한 고급 비밀문서였고, 특히 정부 지지율이 날로 추락하는 가운데 막대한 손해만 야기하던 베트남전에 관해 당시의 최고위급 관료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한눈에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두 문서가 갖고 있는 분명한 공통점은 미국 정부 관료들이 국내외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쉽게 패배를 인정하고 전쟁을 중단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서들은 미국 대외정책의 현주소와 미래에 관해 일곱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반복되는 거짓말

‘펜타곤 페이퍼’의 유출자 대니얼 엘스버그 전 미 해군 중령(오른쪽)과 위키리크스 문서의 유출자로 의심받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병.
똑같은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스란히 반복된다. 미국의 정부 및 군 고위관계자들은 최종적인 승리를 낙관하고 있지만, 유엔이나 NGO 등 현지에서 활동하는 중립적인 관찰자들은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군이 주장하는 상황 호전의 지표는 베트남 전쟁 당시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지도상의 안전지대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훈련을 받은 아프간 정부군의 수가 늘고 있고, 반군세력의 사상자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립적인 소식통에 따르면 탈레반 반군의 수는 증가하고 있고 공격빈도 또한 더욱 잦아졌으며,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군사활동이 활발하다. 예전에는 안전했던 지역이 관료들의 왕래가 위험할 정도로 변했다는 것이다.
둘째, 이렇듯 만연한 낙관주의는 미국의 개입을 끝내는 문제와 관련해 잘못된 예측을 낳는다.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개입한 이래 남베트남 정부가 몰락할 때까지 전쟁에 관한 주된 정치적 논리는 확전이었다. 패배하는 순간까지 철군은 선택사항이 아니었고 이를 건의했던 소수의 정부관료는 배척당했다. 전쟁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적정’ 수준의 증파와 더 많은 폭격이 대세로 떠올랐다.
아프간전쟁의 양상도 유사하다. 2009년 2월 병력 1만7000명 증파를 결정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3만명 추가 증파를 결정했다. 이로써 2010년 겨울 현재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은 대략 7만8000명에 달하고 사상자 수는 1300명을 넘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중순까지 조속히 철군하겠다고 밝혀왔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실제로 2010년 5월 오바마 대통령 본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2011년 7월에 미군이 아프간에서 갑자기 철군하지는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트남전쟁 당시의 미국 대통령들처럼 오바마 대통령도 미군의 동맹군인 아프간 정부군이 미국의 자리를 대신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장담컨대 2012년에도 미국은 여전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5만 규모의 병력을 유지할 것이고, 이들이 부대 내에서 편하게 군사적 조언이나 해도 무방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