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가까이 기 수련을 해온 이의원 선생은 양한방을 아우르는 기의학이 진정한 의학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맹자’에 ‘天時가 不如地理요, 地理가 不如人事라’는 말이 나온다. 천시보다는 지리가 더 중요하고, 지리보다는 인사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즉 사주나 풍수보다는 인사의 대가를 만나야 강호동양학의 고급정보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의 정신사에서 유불선 삼교가 서로 회통하듯이 사주, 풍수, 한의학의 강호삼학도 서로 회통한다. 따라서 한의학에는 천시도 들어 있고, 원리도 들어 있다.
영성 발달한 ‘스리丑’ 사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만나기를 염원하면 만나게 되어 있다. 이번에 인터뷰한 도암(道岩) 이의원(李義遠·56) 선생이 바로 인사의 대가라 할 한의학자다. 그런데 관상을 보니 도회지 인상이 아니라 시골사람 얼굴이다. 우선 눈이 작다. 눈이 작으면 북방계로 분류되는데, 북방계라면 몽골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추억이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어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힘이 있다. 바깥으로 뛰쳐나가야 강호의 학문을 섭렵할 수 있다.
‘강호’라 하면 비제도권의 떠돌이 야인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 선생은 ‘가방끈’이 상당히 길다. 그의 이력을 보자.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를 나왔다. 1976년 브라질로 유학을 떠나 1983년 상파울루에 있는 산토스(Santos) 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내과전문의를 취득했다. 1988년에는 브라질침술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체질침에 관한 서적을 포르투갈어로 저술하고 보급했다. 1993년 귀국하여 서울 강남에 선릉통증의원과 사대사상(四大四象) 체질연구소를 열었고, 정부산하 ‘산업기술연구회’ 평가위원으로 한국한의학연구소의 연구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또 서초동에 있는 도암CL원장, 양·한방 클리닉 원장, 도암 CL암센터 원장을 겸하고 있다.
드러난 이력으로 볼 때 그는 머리가 좋고 공학을 연구했으며, 남미에서 16년 동안 생활한 경험이 있고, 양방의사이며 침술에 대한 조예가 깊다. 달리 표현한다면 공학·양의학·침술·한의학·방랑(放浪)이 조합된 독특한 인물이다. 공대를 졸업하고 양방의학을 공부했다는 이력은 상당한 장점으로 여겨진다. 공학이라는 물리학적 이론배경과 양의학이라는 검증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한의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주를 물어보니 기축(己丑)년, 경오(庚午)월, 기축(己丑)일, 을축(乙丑)시다. 지지에 축(丑)이 3개나 있는 사주다. 이름하여 ‘스리축(丑) 사주’인데, 축은 영성(靈性)을 상징한다. 축이 3개나 있다는 것은 영성이 발달했다는 뜻이다. 천지인 삼재를 회통시키려면 영성이 발달해야 한다. 영성 없이 논리만 발달한 사람은 ‘팥소 없는 찐빵’이 되기 싶다. 말은 많지만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다. ‘스리축’이라면 이 분야에 설득력이 있는 운명이다. 자기 팔자대로 살아온 사람임을 금세 감지했다.
공대 출신 ‘돌팔이’ 침쟁이
-이력이 흥미롭다. 공대를 나온 사람이 의과대학을 간 것도 그렇고, 한국인이 남미까지 가서 대학을 다시 다닌 것도 그렇다. 또 16년 동안 브라질에서 살면서 체질침을 놓았다고 하는데, 체질침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인가.
“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69년 3선 개헌 반대데모가 한창일 무렵이었다. 당시 서울대 공대 화공과에 재학중이던 나는 데모를 주동한 혐의로 수사기관에 끌려갔다. 취조를 하던 수사관이 내게 ‘야! 너는 애초에 생겨 먹은 게 데모 체질이야. 도저히 말로 타일러서 들을 놈이 아니다’며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그 뒤 몸에 이상이 왔다. 허리가 고장난 것이다. 앉으나 서나 불편하고 누워서 잠잘 때도 통증이 계속됐다. 10분만 책상에 앉아 있어도 허리, 어깨, 목까지 당겼다. 대학병원도 여러 군데 다녔고, 용하다는 한약은 죄다 먹어보고 침 맞고 뜸 뜨고 척추교정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