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사에서 “그동안 골든브릿지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브릿지증권에 접목해 기업금융(Industrial Bank)·해외투자(International Bank)·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특화된 ‘3IB 증권사’를 만들겠다”며 “베트남, 중국 등지의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실물 펀드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날 공식석상에서 자신이 고려 고종 때인 1226년 한반도에 귀화한 베트남 리(Ly) 왕조의 후손인 화산(花山) 이씨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한 줄의 멘트에는 베트남에 대한 진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부계는 베트남인의 피가 흐르고 모계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그는 자신을 “한국인의 얼굴을 한 베트남인”이라고 표현한다. 최근에는 급속도로 부상하는 동아시아 시장에 주목해, 베트남과 한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양국의 가교(架橋)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과 시장 개척이 절실한 한국시장. ‘한국형 풀뿌리 투자은행’을 세우는 것이 꿈이라는 이상준 사장은 브릿지증권을 인수함으로써 한국형 투자은행의 모델 완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 국내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베트남에 옮겨 심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왕자, 이용상
-한국에서 김씨 다음으로 흔한 성씨가 이씨고, 이씨는 본관 수만 해도 237본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화산 이씨는 어떤 성씨입니까.
“화산 이씨의 시조는, 베트남에 첫 독립국가를 세운 리 왕조(1009~1226)의 9대 왕 혜종의 숙부이자 왕자 신분의 군 총수인 이용상(李龍祥)입니다. 리 왕조가 트란 왕조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하고 왕족이 몰살당하는 난국에 이용상 왕자는 배를 타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했습니다. 계절풍을 타고 망망대해를 떠돌다 닿은 곳이 한반도 서해안의 옹진반도 화산(지금은 북한 땅)이었다고 합니다. 베트남 최초의 ‘보트피플’이지요.”
3600여 km(비행기로 5시간이 걸리는 거리다)나 떨어진 곳에 새 삶의 터전을 꾸린 이용상 왕자는 고려에 몽골군이 쳐들어오자 섬사람들과 힘을 모아 침략자들을 물리쳤다. 사연을 전해 들은 고려 고종은 그를 ‘화산군’으로 봉하고 일대의 땅을 식읍(食邑)으로 하사했다.
문명교류사 연구로 유명한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에 의하면, 지금도 황해도 옹진군 화산 인근에는 이용상 왕자의 행적을 전하는 유적이 있다고 한다. 몽골군의 침입을 막고자 쌓았다는 안남토성과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찾아가 고국쪽을 향해 통곡했다는 망국단, 리씨 왕조의 시조 이름을 딴 남평리와 당시 베트남의 나라 이름을 본뜬 교지리 마을이 그것이다.
귀화한 이용상 왕자 일가는 걸출한 인물도 여럿 배출했다. 장남은 예문관 대제학을 제수받고 차남은 안동부사를 지냈으며, 6세손 맹운은 공민왕 때 호조전서를 역임하다 국운이 기울자 고향에 은거하면서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충절을 지켰다고 한다.
-자라면서 리 왕조 가문에 대해 들은 얘기가 있습니까.
“저는 화산 이씨 36대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 브릿지증권이 자리잡은 서울 명동 입구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이 부근 인쇄골목에서 인쇄소를 하셨습니다. 제가 중학생 때 돌아가셨는데 술에 취하면 ‘너는 베트콩이다’ ‘베트콩의 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