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안일한 정책결정”
성체줄기세포가 대량 증식과 다양한 분화가 어려워 비효율적이라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진의 지적에 대해 세포치료사업단은 “성체줄기세포의 대량증식은 세계적으로 매우 치열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로, 이는 성체줄기세포의 장애라기보다는 연구개발 목표로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로 볼 때 머지않은 장래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 천명훈 단장은 “최근 성체줄기세포가 인체 내의 거의 모든 장기와 생식세포인 난자로까지 분화가 가능하다는 과학적 보고가 쏟아지고 있다”며 “가톨릭의대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오른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에만 열을 올리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천명훈 단장은 정부의 이런 편중 지원에 대해 “무사안일한 정책결정”이라고 일갈한다. 그는 “정부가 일단의 과학자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면서, 실패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업적은 확보할 수 있지 않으냐는 안이한 발상을 하고 있다”며 “과학의 발전은 한두 명, 또는 한두 분야의 집중 발전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모든 기반기술이 확보되고 수많은 우수 연구자가 골고루 생겨나 탄탄한 기반이 형성돼야 사상누각 신세를 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점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100억원 지원은 이들에게 가뭄 속의 단비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연구가 국가지원 연구비에 의존하고 있고, 국가가 수립한 정책 방향에 모든 연구가 편중될 수밖에 상황에서, 서울대교구가 지원한 100억원이라는 돈은 사학재단에서 한 가지 과제를 위해 투자한 가장 큰 액수다. 세포치료사업단은 이를 ‘생명존중에 대한 신념을 구현하고자 하는 가톨릭계의 큰 노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생명존중 전통의 연장선
일각에선 가톨릭계의 100억원 지원에 대해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한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계는 “가톨릭의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비 지원은 지금까지 계속 있어 왔으며 어느 한 시점에서 지원이 갑자기 시작된 것으로 보면 곤란하다. 이 모두가 가톨릭의 기본 이념과 생명존중 전통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천명훈 단장도 “성체줄기세포가 최선의 의학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윤리적 문제가 없으므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밝혔다.
가톨릭계의 지원을 받은 세포치료사업단은 우선 가톨릭의대 내에서 150명의 연구자를 모집하고 이후 교외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지원조직으로 임상연구지원센터를 두고, 센터 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임상연구 과정을 투명화·체계화·국제화할 수 있도록 세포치료 전담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전담팀에는 분야별로 선도 연구자 중심의 임상연구팀이 꾸려진다. 이와 관련, 가톨릭의대측은 이미 강남, 여의도, 의정부, 대전 성모병원에 세포치료센터를 열었으며 코디네이터 발령을 완료한 상태다. 세포치료사업단측은 “모든 조직이 국제수준의 관리 규범과 생명윤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첨단의 프로토콜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명훈 단장은 “연구과정에서 효과가 증명된 분야는 신치료기술 등록을 통해 기술확산 속도를 높이고, 임상연구 중인 분야는 과학적 검토를 끝내고 임상연구가 끝나면 그 결과를 투명하게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세포를 통해 장기의 기능을 재생해 나가는 이른바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이 미래 의학의 주요한 콘텐츠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성체줄기세포를 통한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이 본격화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국제적 허브 기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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