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랍게도 저자는 변호사다. ‘평범한 변호사로 생활하다 어느 날, 환경과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 점차 기력을 다해가는 현대 문명의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끝에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단다. 그를 만나기로 했다. 최인호(49) 변호사는, 그가 진정 이 모든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해법을 찾았든 아니든, 지금껏 만나온 그 누구보다 ‘괴짜’일 게 분명했다.
▼ 무척 광범위한 주제의 책을 쓰셨더군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의 모든 문제를 언급하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네. 식수, 먹을거리, 에너지, 지구온난화…. 전부 제 관심사입니다. 알고 보면 다 통하는 주제입니다. 과학자나 행정가들이 각각의 문제를 따로 보고 엉뚱한 해법을 내놓으면서 점점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큰 그림을 그려주고, 자,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 이제는 이리로 가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으시죠.
“네. 관심도 없었습니다. 이쪽을 알게 된 건 몇 년 전 변호사 사무실로 노인 한 분이 찾아오면서부터입니다. 당신이 획기적인 쓰레기 처리 기계를 개발했는데 권리를 보호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으시더군요. 얘기하는 기술이 신기했습니다. 무슨 물질이든 그 통 속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깨끗이 처리가 된다는 겁니다. 현장에 가서 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붕~ 한 30분 돌리니 다 분해돼서 가루가 돼 나오는 겁니다. 털 뼈 가죽 전부 흔적도 없었습니다. 야. 세상에 진짜 이런 게 있구나. 그런데 왜 쓰레기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얘기 속 ‘노인’은 작고한 양대윤 선생이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초등학교도 졸업 못 한 무학의 시골 노인이자 발명가였다. 양 선생은 이 장치에 대해 ‘공기가 안 통하는 기계에 생석회랑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돌리니 다 분해되고 냄새도 없더라’ 정도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과학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니 사업화는 어려웠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나중엔 점점 경이로움으로 그는 ‘도대체 저 장치에서 물질이 분해되는 원리는 뭘까’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 첫걸음이다.
세상을 바꾸는 B순환
▼ 그래서 원리는 찾으셨습니까.
“비밀은 수산기(OH)였습니다. 돼지를 비롯해 모든 음식물쓰레기, 즉 유기폐기물엔 물이 들어 있습니다. 생석회(CaO)가 물과 반응하면 수산화칼슘과 열이 발생합니다. 이 수산화칼슘이 물에 녹으면 다시 칼슘과 수산기로 이온화되죠.”
그가 백지를 펼치더니 화학식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CaO+H₂O=Ca(OH)₂+열
여기서 Ca(OH)₂가 수산화칼슘이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이것이 남아 있는 물에 녹으면서 Ca+와 OH-로 이온화된다. 자, 이제부터는 그의 설명을 따라가보자.
“산화칼슘과 물이 반응해 생기는 150℃ 이상의 열로 인해 일부 ‘OH-’와 물은 증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온으로서의 수산기가 방전하면서 수증기 형태인 ‘기로서의 수산기(OH)’로 변화합니다. 이‘기로서의 수산기’와 증발하지 않고 물에 녹아 있는 ‘이온으로서의 수산기’에 의해 모든 유기물이 산화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악취 같은 2차 오염은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