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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편향 의협은 ‘좌클릭’ 해야 한다”

사상 초유 탄핵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보수 편향 의협은 ‘좌클릭’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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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소불위 대의원회는 내부 개혁 대상 0순위”
  • ● 회장직 복귀 위해 법정에서 2라운드 개시
  • ● “의료제도 개선 투쟁에 침묵하는 기성세대 의사는 가라!”
  • ● “투쟁하는 의협 회장은 나로서 끝났으면…”
“보수 편향 의협은 ‘좌클릭’ 해야 한다”
4월 19일, 대한민국 의료계는 격변을 맞았다. 내년 4월 30일까지인 임기(3년)를 1년 남짓 남긴 노환규(52)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이날 의협 대의원회(의장 변영우)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노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단독 상정하고 속전속결로 가결했다. 전체 대의원 242명 중 178명이 출석해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76.4%인 136명이 불신임에 찬성표(반대 40명, 기권 2명)를 던짐으로써 노 회장은 회장직을 전격 박탈당했다.

대의원회는 의협 의결기구. 회장 불신임 안건 상정의 사유로 든 건 명예훼손, 품위손상, 부적절한 언행으로 내부 분열 야기, 투쟁과 협상의 실패에 대한 책임, 정관 위반 등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세간의 이목을 끌진 못했지만, 현직 회장 탄핵은 의협 106년 역사상 최초의 사건. 임기 중 사퇴한 회장은 몇 명 있었지만, 불신임 결정으로 중도 낙마한 사례는 노 전 회장이 처음이다.

그래선지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불신임에 불복한 노 전 회장이 탄핵 열흘 만인 4월 29일 의협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대의원총회 불신임 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과 함께 불신임 무효 확인소송을 내며 반격에 나섰고, 대의원회도 이에 적극 맞서면서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노 전 회장의 수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노 전 회장과 방상혁 전 의협 기획이사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하고, 의협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기 때문.



의협은 원격의료 및 법인약국 제도 시행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발해 3월 10일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의협 발표에 따르면, 전체 2만8428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 1만3951개 의원이 집단 휴진해 참여율이 49.1%에 달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개별 의사 스스로 판단해야 할 진료 결정에 의협 집행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집단휴진 사태를 주도함으로써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제한했다고 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노 전 회장으로선 ‘설상가상’인 셈이다.

의협 내홍의 정중앙에 자리한 그의 심경은 어떨까. 5월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로 의협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사표명을 해온 그로선 탄핵 이후 첫 언론 인터뷰다.

내부 개혁하려다 역풍 맞아

▼ 탄핵 후 3주를 넘어섰다. 어떻게 지냈나.

“첫 주엔 가처분신청 및 소송 준비를 했다. 둘째 주엔 휴식을 좀 취했다. 회장직 수행으로 한동안 쉬질 못했다. 최근 한 주는 지난 2년간 의협 회장으로서 겪었던 일을 책으로 펴내려 관련 기록을 정리하던 참이었다. 지난 수개월간 범국민적 이슈로 떠오른 의료제도 문제가 왜 터졌는지 국민도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여겨 책을 쓰려 한다.

세월호 참사도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가 고스란히 누적돼 발생한 것 아닌가. 의료계 상황도 그에 못잖게 심각하다. 의료 현장에선 지금도 고질적 폐해가 이어진다. 일례로 병·의원급에선 ‘박리다매’가 다반사다. 소아과가 특히 심한데, 환자를 매일 오게도 한다. 불필요하고 불성실한 외래진료 횟수를 늘리는 건 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한 명의 교수가 중증환자를 하루 100~200명 본다. 그게 올바르고 안전한 진료인가. 그건 편법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의료제도 탓에 어쩔 수 없다며 편법을 합리화하고 되풀이한다. 의료서비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수가를 책정하니 상당수 의사가 편법을 쓴다. 난 그런 편법을 동원하게끔 부채질하는 잘못된 건강보험 시스템을 비롯한 현행 의료제도를 바로 세우려 대(對)정부 투쟁에 나섰다. 의협 회장으로서 그런 ‘외부 개혁’과 함께 ‘내부 개혁’까지 적극 추진하다 탄핵당한 것이다.”

▼ 왜 불신임받았다고 생각하나.

“대의원회 신임을 잃은 거지, 의협 전체 회원의 신임을 잃은 건 아니다.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외부로 비치는 것과 달리 의협 내부적으로 난관이 굉장히 많았다. 의협의 투쟁 목표는 궁극적으로 의료제도를 바꾸는 건데, 그러기 위해선 의협 내부부터 바뀌지 않으면 그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 싶었다. 의협의 후진적 구조, 즉 대표성 없는 이들이 대의원이 되는 그릇된 관행을 깨야 한다고 봤다. 본래 대의원은 선출직이지만 실제 투표로 선출된 이는 거의 없다. 상당수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이 ‘이번엔 네가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지명한 경우다. 대의원 임기가 3년인데, 지켜지지도 않는다. 연임 제한도 없다. 그러니 의협 집행부가 지시를 내려도 시·도의사회에선 제대로 안 먹힌다. 회장 지시를 받아 회무를 수행해야 할 시·도의사회장이 되레 회장을 견제하는 대의원이 돼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대의원 제도를 개혁하려 했다. 전체 대의원 242명 중 시·도의사회 몫이 160여 명인데, 시·도의사회 임원이 편의적으로 대의원을 선임하거나 심지어 본인들이 대의원으로 나서는 관행을 뿌리 뽑으려 했다. 이건 마치 광역시장과 도지사가 관할지역 국회의원을 직접 임명하거나 본인 스스로 의원직을 겸하는 꼴 아닌가. 그 때문에 난 대의원 직선제, 시·도의사회 임원의 대의원 겸직 금지 등의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원격의료 도입 결정 전 3개월간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합의한 정부가 약속을 깬 데 대해 제2차 총파업을 할 것인지와 의-정 협의 결과를 수용할 것인지를 놓고 회원투표를 동원했다. 그랬더니 대의원회 반발이 거셌다. 대의원회에서 결정해야지, 왜 직접 회원 의사를 묻느냐고 따졌다. 그래서는 대의원회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예 정관에 최고 의결기구인 회원 총회 및 회원 투표의 근거를 마련하려다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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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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