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문용 전 서울 강남구청장이 적은 비용으로 서울의 공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가 강남구에서 시험 도입했던 ‘주요 도로에 물 뿌리기’가 그것이다. 도로 옆쪽에만 뿌리는 기존 방법이 아니라 하루에 두 번씩 도로 전면에 충분히 뿌리는, 극히 상식적인 아이디어다. 1일 자동차 통행량이 가장 많다는 강남구에서 이 방법으로 2년 만에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도를 30% 가까이 줄였다는 것.
현재 서울시가 직면한 다양한 유형의 환경문제는 궁극적으로 환경의 질(質)에 관한 문제다. 환경 질의 악화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며, 그 양상 또한 복잡하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을 올바르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인구의 증가, 도시 기능의 집중, 시민의 경제활동 및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른 환경오염 정도가 다를 뿐 아니라 이러한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도시 생태계 파괴 및 시민의 건강피해 등과 연계돼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기오염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대기환경 수준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용 증가와 노동력 상실 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현상까지 생겨난다.
최근 들어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시정(視程) 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PM10’(입자 직경 10㎛ 미만의 미세먼지)의 출현을 들 수 있다. PM10은 장·단기 노출에 의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특히 자동차 통행 수요 증가에 따라 이 미세먼지 오염농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는 공사장과 사업장 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입자 직경이 10㎛ 이상)와 자동차의 배출가스 및 이의 연소과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미세먼지(PM10) 두 가지로 분류된다. 전자는 인체 유입시 코의 섬모나 기도 등에서 걸러져 폐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세먼지 ‘괴물’ 출현
그러나 PM10은 그 자체로서 인체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금속, 유기물, 이산화질소 그리고 기타 다른 오염물질과 결합해 거대한 2차 오염물질로 진화할 개연성이 높다. 미세먼지가 많은 곳에서 숨을 쉬면 기관지 또는 폐포 부위가 손상되기 쉽다. 인체의 폐 기능 저하는 물론 폐암 발생 증가마저 우려된다.
미국 151개 대도시의 성인 5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오염수준 순위가 최상위인 도시는 최하위의 도시보다 사망률이 17%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자동차 미세먼지로 인해 인구 100만명당 1000명 정도가 매년 암에 걸려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환경역학연구에 기초한 대기분진의 통합적 비교위해(危害) 분석’(환경부 발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를 1㎥당 30㎍ 감소시킬 경우 서울시민(만 25세 기준)의 잔여 기대수명이 54세에서 57.3세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의 먼지 오염 요인으로는 도시 내부에서 발생한 먼지, 황사 등 외부에서 유입된 먼지 등 기본요인을 먼저 생각해볼 수 있다. 도봉산, 우면산, 불암산 등 시내의 크고 작은 26개 산이 도시의 외곽을 둘러싼 서울의 지형적 특성은 대기오염물질의 확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여건을 제공한다.
이뿐 아니라 일반적인 대기오염 제어요인으로 작용하는 비의 역할도 기대에 못 미친다. 알다시피 7~8월에 연간 강우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는 비가 나쁜 공기를 쓸어내리는 광경을 떠올리기 힘든 까닭이다.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 실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수도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컨대 서울의 PM10은 71㎍/㎥으로 런던(20㎍/㎥)의 3.5배, 도쿄(40㎍/㎥)의 1.7배를 기록, OECD 30개 회원국의 수도 중에서 가장 높았다(수도권대기 환경관리기본계획, 환경부 2005.11 발표 참조). 최근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치로 ‘환경’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서울의 ‘공기 경쟁력’ 상승을 위해 우리는 더는 주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으로는 자동차, 발전시설, 산업체, 공사장, 대형건물과 아파트의 연소보일러를 예로 들 수 있다. 전체의 7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도로교통 부문이다.
도로 먼지가 억제 대상 1호
여기에서는 다시 도로 재비산(再飛散·미세한 입자의 먼지가 일단 바닥 표면에 침전됐다가 다시 공기 중으로 날리는 현상)에 의한 배출 비율이 72%, 연료 연소에 의한 배출 비율이 15%, 타이어 마모에 의한 배출 비율이 13%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시민의 체감오염도를 개선하려면 자동차 유발 미세먼지의 저감(低減) 방안 수립이 당면과제로 대두된다.
도로교통 부문에서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고, 도로변 오염을 줄이기 위한 일반적 방법으로는 더욱 엄격한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적용, 매연여과장치 부착과 같은 배출원 관리를 하는 것이 있다. 또한 주행거리 감소와 같은 교통수요 관리를 하고, 배출연료 기준을 까다롭게 해 오염물질의 대기 배출 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 매연여과장치 부착을 장려하고는 있으나 개인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부착 후 장치의 관리 문제도 제기되면서 이 방안은 지지부진해진 상태다. 주행거리 감소와 교통수요 관리는 10부제 또는 승용차요일제를 시행함으로써 일정한 효과를 본 게 사실이지만, 도로로 나오는 자동차 수는 등록대수 증가와 맞물려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도로교통 요인 중 72% 정도가 도로 재비산에 의한 먼지 배출임을 감안할 때 도로변의 먼지 청소는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울시는 그동안 대개 인력(환경미화원)을 동원한 청소방법을 택했으나, 점차 기계화 청소와 같은 효율적인 청소방법을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또한 재비산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도로 설계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배출 미세먼지, 타이어 마모 먼지는 물론 공사장, 비포장 도로, 나대지에서 발생하는 비산 먼지는 도로에 쌓였다가 바람이나 자동차 통행에 의해 다시금 외부로 퍼지기 때문에 도로 물청소, 도로포장의 방법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내에서 실시 중인 도로 물청소 방법은 도로 측면에 쌓인 먼지만 씻어내기 때문에 도로 재비산에 의한 미세먼지 감소에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필자가 강남구청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에는 측면 물청소만 했지만 이어 2005년 봄부터는 도로 전면에 1일 2회의 물청소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강남구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03년 62㎍/㎥에서 2005년 45㎍/㎥로 27%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최고의 방책은 ‘화끈한 물 뿌리기’
강남구는 자동차 등록대수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다. 최소구(區)에 비해서는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유동 교통량 또한 최대다. 이러한 실정을 감안할 때, 또한 2005년 서울시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8㎍/㎥였음을 돌이켜볼 때 강남구의 미세먼지 저감은 나름대로 큰 성과였다고 자부한다.
올해 초 겨울철 도로 결빙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도로 물청소를 중단한 적이 있는데, 이때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상승함을 확인했다. 이후 겨울 제설작업 때 살포한 염화칼슘을 비롯해 동절기 물청소 중단 이후 도로변에 쌓인 찌든 먼지를 씻어낼 필요가 있었다. 기온이 영하 5℃ 이상으로 도로 결빙의 우려가 없는 날엔 반드시 물청소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도로변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 물청소 전후의 농도 변화를 측정한 결과 물청소 이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오염도가 23%나 줄어드는 효과를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다. 하루 2회씩 도로에 ‘물폭탄’을 터뜨리면 1, 2년새 가시적인 성과가 난다고 한다.
올해부터 강남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1일 2회 물청소 및 이면도로 물청소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서울시내의 전 도로(폭12m 이상 1793km)에 대한 전면적인 물청소로 확대 적용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서울의 대기를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극성스럽다고 할 정도로 도로 물청소에 적극적이다. 잘 발달된 하수도는 물론 도로변 곳곳에 중수도 급수변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이용해 하루 3~4회 물청소를 실시한다.
학교에서도 먼지 재비산을 막기 위해 빗자루 사용을 금하고 진공청소 또는 물청소를 한다. 2001년 파리의 미세먼지 농도는 22㎍/㎥으로 우리의 2014년 국가 목표치보다 낮은 수치다.
리옹에서는 주차 중인 차량까지 물에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뿌리고 있으며, 런던 옥스퍼드 거리 또한 도로 물청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중수도와 센 강의 물을 이용해 도로 물청소를 하고 있으나, 현재 서울시 물청소에 사용되는 물은 지하수라는 점이 다르다. 시각에 따라서는 지하수의 난개발이 문제점으로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서울시 각 지하철의 100여 개 역사에서 매일 2만t 이상의 지하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 지하수는 대부분 하천으로 흘려보낸다.
열섬 현상 막으려 선진국도 도입
그렇기에 앞으로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나 빗물을 받아 가둘 수 있는 저수조(공원 또는 학교운동장 지하에 설치)를 도시 곳곳에 만들어 우수(雨水)를 도로 물청소에 이용한다면 지하수 난개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미세먼지의 저감 및 자원 재사용이라는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본 환경성은 도시의 여름을 더욱 덥게 만드는 열섬 현상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지하수나 우수를 사용해 거리를 조금이라도 냉각시키는 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열섬 현상은 도시의 기온이 교외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열대야의 발생 및 오존 농도의 증가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많은 환경전문가는 도시 기온의 급격한 상승은 생태계나 인간환경에 악영향을 주는데다 대기오염을 가중시키는 2차적인 악순환을 일으키므로 열섬 현상을 하나의 ‘열 오염원’으로 인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밖에 미세먼지 발생원의 20~30%를 차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서울시에서 우선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경유자동차에 대한 대기오염저감장치 부착 지원 사업을 병행 추진한다면 대기 개선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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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고 싶은 시민의 욕구는 당연한 기초수요이다. 그러나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장래의 대기환경 전망을 묻는 설문에는 대체적으로 비관적인 의견이 많다. 이는 시의 정책목표가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환경기준 개선, 교통수요 관리, 연료기준 강화 등) 등에 중점을 맞춰 추진하다 보니 시민이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없었던 데 기인한다.
물청소를 도로 전면으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서울시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남산 팔각정에서 인천 앞바다가 보이고, 북악산에서 개성의 송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날을 앞당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