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아파트 분양가와의 전쟁’ 벌이는 성무용 천안시장

“평당 900만원이라니, 누가 지방에 오겠습니까?”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6-10-13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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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담합을 했다고 적발된 아파트 주민들은 한결같이 “정부가 폭등하는 아파트 분양가는 내버려두고, 힘없는 주민들만 잡는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렇다고 아파트 값 상승을 도모한 집단이기주의가 정당화되진 않지만 아파트 분양가 급등이 심각한 문제인 건 사실이다. 자율화 후 걷잡을 수 없게 된 아파트 분양가와 싸움을 벌이는 성무용 천안시장은 그래서 주목받는다. 최근 법정소송으로 비화한 성 시장의 ‘아파트 가이드라인 제도’는 집값 잡을 묘약인가, 무모한 시장개입인가.
    ‘아파트 분양가와의 전쟁’ 벌이는 성무용 천안시장
    연일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가 부동산시장을 뒤흔드는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판교 2차 44평형의 실분양가가 평당 1840만원을 찍은 데 이어 10월 중 분양 예정인 서울 은평뉴타운의 아파트 분양가가 중소형은 평당 1400만원선, 중대형은 1500만원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청약통장에 담긴 몇백만원이 서민에겐 단순히 돈이 아니라 꿈이었는데, 천정부지로 치솟은 분양가에 비하니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고(高)분양가 태풍의 영향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8월23일 대전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신귀섭 부장판사)는 아파트 시행사 (주)드리미가 천안시를 상대로 낸 ‘입주자모집공고안 불승인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민간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해 조성한 부지에 신축되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를 제한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천안시가 2004년부터 시행해온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가 발단이 됐다. 천안시는 2002년 400만원대이던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가 2003년 577만원으로 급등하자 ‘아파트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건설사가 이를 초과해 분양 승인을 요청할 경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4년 599만원, 2005년 624만원, 올해 655만원으로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천안시가 매년 초 분양가를 자체 조사하고, 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물. 지난 2년간은 가이드라인이 별 문제없이 지켜져왔다.

    655만원 vs 877만원

    그런데 천안 불당동 및 쌍용동 일대에 중대형 아파트 297가구(시공사 한화건설)를 분양할 예정인 시행사 (주)드리미가 천안시의 가이드라인 제도에 제동을 걸었다. 드리미는 지난 2월, 평당 920만원에 분양 승인을 신청했다가 천안시가 조정을 권고하자 877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천안시는 분양가를 더 낮출 것을 요구했고, 드리미는 천안시가 권고하는 655만원으로 분양가를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평당 877만원에 분양할 수 있도록 승인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천안시는 “드리미가 정한 분양가격이 지역정서에 부합하지 않게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결국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드리미는 천안시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충남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내는 한편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 충남 행정심판위원회는 드리미의 청구를 기각하며 천안시의 손을 들어줬다. 충남 행정심판위원회는 “천안시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물어 올해 적정 분양가를 평당 655만원 이하로 결정한 것이 사회 통념이나 천안지역 아파트 시세 등을 감안할 때 적절하다고 판단돼 평당 분양가를 877만원으로 제시한 시행사의 분양가 승인신청을 반려한 것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방법원 행정부는 판결문에서 “주택시장의 안정 등 공익상의 필요를 들어 법적인 근거 없이 가격 통제를 행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일침을 놓았다.

    소송 당사자인 성무용(成武鏞·63) 시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천안시청은 진입로며 외관이 특급호텔을 연상케 했다. 천안시는 지난해 천안역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에서 벗어나 불당동 신축 건물로 청사를 옮겼다. 천안역보다 천안아산역에 가까운 불당동은 천안에서 소위 ‘뜨는’ 동네다. 천안시와 소송 중인 드리미가 분양할 아파트도 불당동에 짓는다. 이 지역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평당 850만∼900만원에 형성되어 있다.

    성무용 시장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법원의 지적에 발끈했다. 성 시장은 “법원이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외면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한 판결을 내렸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다수 국민의 관심이 아파트에 쏠려 있는데, 재판부가 그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천안시는 9월11일, 법원에 항소했다.

    “3년째 이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지만 지금껏 한 번도 문제가 없었어요. 건설업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줬습니다. 올해도 2건, 1200가구가 가이드라인에 맞게 분양을 했어요. 덕분에 다른 지역에 비해 천안은 아파트 값이 비교적 안정됐죠. 이번 판결이 잘못되면 파장이 엄청날 겁니다. 현재 600만원대인 분양가가 갑자기 1000만원 안팎으로 치솟으면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이야 재미를 보겠지만 내 집 갖고 싶어 하는 서민은 언제 아파트를 살 수 있겠습니까?”

    천안시에 따르면 불과 3∼4년 전만 해도 대전의 아파트 값이 천안보다 쌌다. 그러나 현재 대전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850만원인 데 비해 천안은 65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평택도 천안의 평균 분양가가 600만원일 때 55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평당 850만∼900만원에 분양되고 있다고 한다.

    입주자 모집 승인, 기속행위인가?

    그러나 정작 천안시민들은 천안시가 아파트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온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번 소송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민들도 알게 됐고, 1심에서 천안시가 패소하자 아파트 분양가가 갑자기 오를 것을 염려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안에 천안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던 업체들이 재판 결과에 따라 분양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며 분양 시기를 늦추고 관망하는 형편이다.

    성 시장은 “천안 지역 아파트 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 제도를 검토,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었다”고 말한다. 1, 2월에 분양하는 경우와 12월에 분양하는 경우 같은 해라도 1년 가까이 시차가 있기 때문에 연초에 정한 가이드라인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이번 소송으로 인해 가이드라인 자체가 무너져버리게 생겼다”며 우려를 표했다.

    ▼ 1심 판결에 따르면 지자체가 분양가를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데, 항소심에서 승산이 있겠습니까.

    “주택법 38조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보면 엄연히 사업주체가 입주자를 모집하고자 할 때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그보다 더 뚜렷한 법적 근거가 어디 있습니까?”

    ▼ 입주자모집 승인제도를 말씀하시는 건데, 그것이 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 아닙니까.

    “사업주체가 입주자를 모집하기 위해선 입주자모집공고안에 사업주체, 시공업체, 주택 건설 위치 및 공급가구수, 가구당 주택공급 면적 및 대지면적, 주택공급신청자격, 신청일시 및 장소, 분양가격 및 임대보증금, 임대료와 청약금·계약금·중도금 등의 납부시기 및 납부방법 등을 명시해서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고 돼 있습니다. 그 여러 항목 중에서 주민에게 가장 크게 와 닿는 게 분양가이고, 따라서 면밀히 검토해 주민들에게 적정한 가격이라고 판단되면 승인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조정을 권고해왔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입주자모집 승인을 기속(羈束)행위라고 규정하지 않았습니까. 신청자가 서류만 제대로 갖추면 행정처가 승인을 거부할 수 없는 기속행위라고. 법원 판결대로 행정처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왜 ‘승인’이라고 합니까, ‘신고’라고 해야 맞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려는 건설업자는 관할 지자체에 서류를 제출하고, 지자체장으로부터 사업계획 승인, 감리자지정공고 승인,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택법 38조는 이 가운데 아파트를 분양하기 전 받아야 할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에 관한 것. 그런데 법원은 입주자모집공고에 대한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이 “입주자 공개모집을 보장하고, 수(受)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절차적 통제 방안”이며 “입주자모집공고안이 관계법령의 소정의 요건에 합치되는 한 승인권자가 그 승인을 거부할 수 없는 기속행위”라고 규정했다. 입주자모집공고안의 고유 목적은 공개모집을 통해 입주 희망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계약 및 입주금 납부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으므로 관련 사항을 충족시켜 서류를 갖추면 지자체장이 승인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입주자모집 승인제도를 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도의 오용 내지 남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법 해석엔 공공택지가 아닌, 민간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해 조성한 부지 위에 건설·공급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는 자유경쟁 및 시장원리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며 분양가를 제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파트 분양가와의 전쟁’ 벌이는 성무용 천안시장

    천안시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올해 안에 천안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던 일부 업체는 분양가 상향 조정을 기대하며 분양 시기를 늦추고 있다.

    법원은 그 근거로 지난해 말 개정된 주택법을 들었다. 주택법 제38조 2는 공공택지 안에서 감정가격 이하로 택지를 공급받아 건설·공급하는 공동주택에 대하여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분양가격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순수 민영주택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나 분양가 공시 등 가격 통제를 받지 않고 전적으로 시장논리에 따라 분양가가 산정된다”는 것이다.

    “민영아파트 분양가는 시장에 맡겨야”

    성 시장은 그러나 천안시가 시행해온 아파트 가이드라인 제도가 주택법에 명시된 분양가 상한제도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분양 원가를 적정하게 계산하지 않고 인근 지역의 아파트 시세에 맞춰 과도하게 책정된 고분양가를 지양하기 위해 지역 사정에 적정한 가격을 정해놓았을 뿐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라는 것.

    ▼ 하지만 시에서 정한 가격 이상으로는 분양 승인을 해주지 않았으니 가이드라인이 분양가 상한제 구실을 해온 게 사실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진광선 천안시 주택과장이 다음과 같이 보충설명을 했다.

    “주택법 38조의 2에서 규정한 주택 분양가격 상한제는 공공택지에 지어진 아파트에 한해 토지공급가격에 건설교통부에서 고시한 표준건축비와 정해진 부대비용 등을 합산한 분양가 이하로 공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천안시의 가이드라인은 천안 지역의 아파트 시세와 토지 거래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산출방식이 다릅니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택지비, 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등을 항목별로 공시해야 되는데, 민간 아파트에 그러한 공시 의무를 주지 않은 데는 지자체장이 충분히 검토해서 승인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천안시가 항소심에서 따질 또 하나의 쟁점이 입주자모집 승인이 기속행위인가 하는 부분이다.

    성 시장은 “사업자에게 상당한 수익이 돌아가는 행정행위일 경우 행정처가 재량권을 가질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과 입주자모집공고안 승인 모두 사업자에게 상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행정행위인 만큼 지자체가 재량권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주자모집 승인이 기속행위라면) 판교 아파트 분양가를 조정할 때도 건설교통부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시장경제라고 해서 무조건 방임해야 되는 건 아니죠. 정부도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 매점매석하는 것 단속하고, 물가가 치솟을 때 개입하지 않습니까. 자율과 통제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죠.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 2000만원 하는 데도 지자체가 그냥 보고만 있으면 서민들은 언제 집 한 채 가져봅니까.”

    성 시장은 땅을 비싸게 사서는 그 비용을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하는 건설업자들의 관행이 전국의 땅값을 턱없이 올리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기업도시니 행정도시니 하는 각종 계획을 쏟아놓아서 땅값이 오르기도 했지만, 더 큰 원인은 우리 고장같이 발전하는 지역에 건설업자들이 들어와 땅을 비싼 가격에 사기 때문이에요. 지금 소송 중인 업체도 처음에 평당 920만원에 분양 승인을 신청했다가 877만원으로 내렸는데, 땅을 비싸게 사서 더는 못 내린다는 겁니다. 물론 비싼 땅도 있고, 싼 땅도 있죠. 그러면 평균가로 사면 될 텐데, 건설업자들이 900만원이건 1000만원이건 일단 사고 본다 이거예요. 지자체가 655만원을 평당 분양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해놓았으면 그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선에서 땅을 매입해야 하는데, 분양가에 포함시키면 된다는 생각에 땅주인이 부르는 대로 비싸게 사니 땅값이 오를 수밖에요. 지가(地價)가 상승해 분양가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오히려 높은 분양가가 지가를 상승시킨 측면이 큽니다.”

    대신 낸 양도세까지 분양가에 포함

    ▼ 땅을 비싸게 샀든 싸게 샀든 분양가를 평당 1000만원 가깝게 정할 땐 사업자 나름대로 그 가격에도 분양이 된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게 바로 시장가격일 테고요.

    “그렇지도 않아요. 원가 개념으로 분양가를 정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거래되는 아파트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정하니 그게 문제인 겁니다. 원가가 얼마가 들었는지 상관없이 그 주변 시세에 맞게 분양가를 정해놓고 원가를 역산하는 거죠. 취득세, 등록세는 물론 땅 판 사람의 양도세까지 대신 내주고 그걸 분양가에 전가합니다. 땅을 파는 사람이 내게 돼 있는 양도세를 왜 땅을 산 건설업자가 냅니까. 설사 내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쳐도 그걸 왜 분양가에 포함시킵니까. 그렇게 원가를 부풀리니까 우리가 계산한 분양가와 차이 나는 거죠. 저도 상과대 나와서 원가 계산 잘하는데, 건설업자들은 제 계산이 틀렸다고 합니다. 택지비며 공사비 외에 각종 부대비용이 드는 걸 알지만 다 감안해도 너무 많은 이윤을 남겨요.”

    ▼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지면 서민이 주거 목적으로 아파트를 살 수 없다는 문제도 있지만 지자체로선 지방도시로서의 장점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있겠군요.

    “그것도 걱정입니다. 천안에 삼성SDI를 비롯해 2400여 개 기업이 있어요. 큰 기업이 지방도시에 터를 잡을 땐 교육 및 문화시설 같은 주거환경을 따지지만 무엇보다 서울보다 집값이 싸다는 게 큰 장점이 되죠. 가령 서울에서 30평 아파트를 사려면 4억원을 줘야 하는데 천안에선 2억원이면 살 수 있다는. 그런데 이렇게 분양가가 높아지면 누가 지방에 살려고 하겠습니까. 안 오죠.”

    ▼ 건설사들과의 싸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지역 시민단체들은 천안시를 지지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담당 공무원들이 어렵죠. 유혹이 많기 때문에. 애를 쓰고 있어요. 건설업자들로부터 술 얻어먹고 용돈 받고 했다면 이런 일 할 수 없죠.”

    “지역경제 위축설은 과장됐다”

    성 시장은 직접적인 규제 대상인 건설업자들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아파트 가이드라인 제도 자체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 외부의 따가운 눈총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일부에선 제가 정치적으로 쇼를 한다고 얘기합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제가 재선(再選)에 성공하면 규제를 다 풀어줄 거라고들 했죠. 정치를 한 20년 해왔지만 그런 식으로 쇼를 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저와 실무자들의 진심을 알아줘야 해요

    또 시에서 분양가를 규제하면 아파트 짓기가 어려워져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로 그런 영향이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더 큰 일을 위해 그 정도는 참아줘야 한다고 봐요. 더군다나 밖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걱정할 만한 상황도 아닙니다. 업자들이 흔히 ‘천안의 주택 보급률이 85%밖에 안 되니 나머지 15%를 빨리 채워야 한다’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많은데, 그 사람들을 다 어디에 살게 할 거냐’ ‘천안 경제가 엉망이다’ 하는 얘기를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천안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건설업자들이 천안시의 주택공급 정책에 부응해 아파트를 짓는 걸까요? 자기 돈 벌려고 하는 거지. 주택보급률이 낮다고 하지만, 제가 판단하기로는 미분양 아파트가 있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도 주택 공급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어요. 건설업자들이 아파트 못 짓는다고 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못 사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봐요. 건설업자들이 순전히 자기에게 유일한 쪽으로 얘기하는 거죠.”

    진광선 주택과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분양가를 높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분양 시기를 늦춘 업체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가이드라인인 655만원에 맞춰 분양 승인을 신청한 건수가 꽤 된다”며 성 시장을 거들었다. 진 과장은 “밖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아파트 분양가 가이드라인과 최근의 소송 때문에 지역 경제가 위축된다는 얘기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천안에 건설 붐이 일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텐데요.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천안에 내려와 아파트를 지으면서 천안에 기반을 둔 건설업자에게 일을 맡기는 사례가 많지 않아요. 자기네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대부분 서울에서 데려옵니다.”

    ▼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에 대한 다른 지자체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어려운 일 한다고 격려하는 데도 있고, 혼자만 튄다고 못마땅해하는 데도 있고 그렇죠(웃음).”

    천안시 주택과 관계자에 따르면 천안시의 가이드라인 제도는 아산시 등 인근 지역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안시가 분양가를 655만원으로 묶어둔 상황에서 인근 지자체가 그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에 분양 승인을 내줄 경우 주민의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 가이드라인 제도에 대한 다른 지자체의 문의도 잦아졌다. 성 시장을 인터뷰한 날 오전에도 경기도 파주시에서 문의가 왔다고 한다.

    “너무 높은 가격에 분양 승인 신청이 들어와 건교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건교부에선 천안시에 물어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각종 부동산 정책을 쏟아놓으며 집값을 잡겠다고 큰소리치는 정부가 지자체와 건설사의 분양가 다툼을 뒷짐 지고 구경하는 형국이라니.

    커지는 도시, 야박해진 인심

    성무용 시장은 자신을 “천안산(産)”이라고 표현한다. 중학교 때 서울로 유학 와 대학까지 마쳤지만 천안에서 태어나 천안에서 기반을 잡았다. 무소속으로 14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02년 민선 3기 시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60%가 넘는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 두 번째 임기를 맞았다.

    그가 천안 행정을 관장한 지난 몇 년 사이 천안은 급변했다. 천안아산역이 생기면서 KTX로 서울까지 40분이면 주파하고, 서울-천안 전철이 개통되면서 인구 유입이 크게 늘었다. 천안 토박이인 그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철과 KTX가 들어오는 등 외형적인 변화와 발전은 긍정적이죠. 하지만 외부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인심이 야박해졌어요. 화합하고 단합하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죠. 자기 것만 생각하다보니 민원도 늘고. 자체적으로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문제들도 시청에 와서 시위를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죠.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시장도 모르고, 과장도 몰라요. 그런 점들이 아쉽죠.”

    ▼ 개발붐 같은 외풍에 휩쓸려 도시가 변하고 있진 않습니까.

    “그렇다면 제대로 된 도시가 아니죠. 그건 우리 시청 공무원을 무시하는 얘기예요. 1700명의 공무원이 부서별로 2020년에 도시인구가 1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 행정을 해나가고 있어요. 어떤 ‘바람’에 흔들려 행정 하는 일은 없습니다. 도시가 짜임새 없이 난개발되는 걸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1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항소심 결과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또 패한다면 아파트 분양가 통제를 포기할 건가요.

    “참 고민됩니다. 법적으로 그런 판결이 내려질 때에 우리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가능한 한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차선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죠. 재판부에서 이런 현실을 감안해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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