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5개월에 걸친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8월27일 다시 문을 열었다. 1981년 개점한 광화문점은 1991년 10주년을 맞아 공간을 정비한 후 이번이 두 번째 리노베이션이다.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으로 탈바꿈한 교보문고 광화문점 새 단장의 의미를 김성룡 대표에게 들었다.
광화문과 종로 등 시내에 다른 볼일을 보러 왔다가 자투리 시간이 나면 발길이 닿는 곳 역시 교보문고다. 광화문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가운데에는 교보문고를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오후에 잠시 짬을 내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며 머리를 식히는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는 이도 많다.
그러니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리노베이션을 하느라 문을 닫은 5개월 동안 서울 시내에 나왔다가 마땅히 시간 보낼 곳이 없어 불편을 느낀 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이곳이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한동안 만나지 못한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 듯 반가운 마음이 든 것도 그 때문이다.
자연채광 가미해 밝아진 매장
8월31일 오후. 평일 낮이지만 교보문고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지하보도를 통해 교보문고로 들어서자 외국(어) 서적 코너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글로벌화 트렌드에 맞춰 외국어와 외국 서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였다.
김성룡(57) 교보문고 대표이사는 1981년 교보문고가 처음 문을 열 당시 외국 서적 코너를 맡으며 교보문고와 인연을 맺었다. 그로부터 꼬박 30년을 ‘교보문고맨’으로 외길을 걸어왔다. 2008년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교보문고 출신 1호 사장’이다. 새 광화문 매장을 둘러본 다음날인 9월1일, 김 대표를 인터뷰했다.
▼ 무엇보다 외국 서적 코너가 출입구 가까이에 전진 배치된 것이 눈에 띄더군요.
“외국 서적 코너는 교보문고가 문을 연 30년 전부터 남다른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장삿속으로만 따지자면 외서 코너는 수지가 맞지 않아요. 그렇지만 창업주께선 교보문고 개점을 앞두고 ‘국내 서적으로만 대형 서점을 하려면 문을 열지 말라’고 하실 정도로 외서 코너에 각별한 의미를 두셨습니다.
교보문고의 탄생에는 ‘국민교육진흥’이라는 교보생명의 설립 취지가 맞닿아 있습니다. 창업주께선 국민교육진흥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방편으로 교보문고를 개장하면서 무엇보다 선진 지식 전달을 중요시하셨어요. 당시 선진 지식이라고 하면 여러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던 외국의 지식이 담긴 책을 빼놓을 수 없었죠.
그래서 많은 연구자와 지식인이 ‘교보문고가 외서 코너를 충실히 운영해온 덕분에 연구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높이 평가하십니다. 외서 코너를 운영한 것이 자극이 돼 한국의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고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종로 방면 출입구를 없애고 시원한 광장형 출입구로 넓힌 점이다. 이른바 선큰가든이다. 메인 출입구에서부터 주요 통로에 이르는 서점 내부에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천장을 투명하게 만든 것도 이채롭다.
“열린 광장을 지향하는 선큰가든에서는 사인회 등 문화행사를 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선큰가든 주변에 공원과 중학천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만남의 광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종로 쪽 지상에서 지하 1층 교보문고 매장으로 내려오는 계단은 절반은 나무로, 나머지 절반은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나무로 된 계단에선 여러 쌍의 남녀가 자리를 잡고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벌써부터 만남의 광장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듯했다.
이용자 중심의 ‘페이스 진열’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리노베이션을 통해 서점 내부에 자연채광을 해 밝은 느낌을 준다.
“눈목(目)자로 주 동선을 만든 다음 보조동선을 배치했습니다. 공간 어디에서든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고객의 편의를 감안해 동선을 짰습니다. 지금까지의 고객 동선과 활동을 꼼꼼하게 연구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여러 분야의 책을 찾을 수 있도록 고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전과 잡지는 외국어와 외서·취업서 코너와 연계해 진열했고, 가정과 생활 코너는 요리·취미·스포츠·건강 코너와 짝을 이루게 했습니다. 독자의 관심이 가장 높은 문학 코너는 여러 분야와 인접한 중앙에 배치했습니다. 학습 코너는 유아·아동 코너와 연계해 독립공간을 이루도록 했고요.”
선큰가든을 거쳐 매장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베스트셀러 코너가 시원스레 마련돼 있다. 독자의 사랑을 받는 책과 신간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지를 세워 전시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른바 ‘페이스(Face) 진열’이다. 예전의 진열 방식이 ‘책이 누워 있다’는 느낌을 줬다면 이제는 눈높이에 맞춰 ‘책이 서 있다’는 느낌을 준다.
▼ 책 진열 방식이 확 바뀌었더군요.
“기존에는 책을 쌓아두는 스톡(Stock) 방식이었죠. 그래서 책의 표지를 보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봐야 했습니다. 그것을 대면 진열, 즉 페이스 진열로 바꿨습니다. 도서의 표지 부분이 전면으로 노출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독자에게 많은 도서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출판사들도 좋아합니다. 전시장 곳곳에 세워져 있는 원형 기둥들도 모두 페이스 진열장으로 바꿨습니다. 또 코너별로 주제에 맞게 책을 배치함으로써 진열하는 것에서부터 스토리텔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매장 배치와 도서 진열 방식을 기획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가 매장 전체 공간을 골고루 둘러볼 수 있을까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가 숨어 있던 책을 발굴해내면서 균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죠. 재개장 후 많은 고객이 찾아왔지만 큰 불편함 없이 이용하시는 걸 보니 기획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독자들이 매장을 두루 살펴보면서 많은 책을 접하게 돼 판매도 늘어날 것이고요.”
통섭매장 ‘구서재’와 ‘삼환재’
진열된 책을 비추는 조명도 달라졌다. 할로겐 같은 환한 조명 대신 은은한 LED 조명이 그윽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김 대표는 “책을 보는 고객들이 눈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책과 고객이 만나는 곳은 어디든 LED 조명으로 바꿨다”고 했다. 매장 어디에서도 눈이 부시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이런 조명 효과인 듯했다.
공간 배치뿐 아니라 콘텐츠 면에서도 새로운 개념의 매장을 선보였다. 이른바 두 개의 통섭매장이 그것이다. 하나는 핫이슈로 떠오른 테마를 중심으로 매장을 꾸미는 ‘구서재(九書齋)’이고, 다른 하나는 지식인들의 추천을 받은 도서가 진열되는 ‘삼환재(三患齋)’다. 김성룡 대표는 통섭매장을 마련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량생산을 위해 효율을 강조하던 산업화시대에는 학문을 세분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IT와 통신이 결합하는 등 기술의 융복합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식도 마찬가지로 통합학문을 지향하고 있죠. 광화문점을 리노베이션하면서 책을 매개로 통섭을 시도한 것이 바로 삼환재와 구서재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교보문고는 책을 유통시키는 서점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가 언제 들러도 필요한 이슈에 대해 종합적인 의견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고려한 공간이 바로 통섭매장입니다.”
삼환재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에 따라 도서를 추천받아 꾸며진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매월 메인 테마를 뽑아 9가지 분류에 따라 추천된 도서를 구서재에 진열할 예정이다. 9월의 메인 테마는 ‘창의·지성’으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저서 ‘젊음의 탄생’에서 뽑은 주제를 바탕으로 ‘창조적 상상력’ ‘혼돈을 즐기는 법’ 등 9가지 소분류 테마를 정해 추천도서를 진열해놓았다.
삼환재는 조선시대의 성리학 대가 채지홍의 서재 이름에서 가져왔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근심(듣지 못할까 근심하고, 들은 후에는 배우지 못할까 근심하며, 배운 후에는 실천하지 못할까 근심한다)이 있다’는 ‘예기’의 문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환재는 50명의 지식인으로부터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와 추천도서를 받아 꾸며진다.
POD 서비스는 ‘지식 플랫폼’
통섭매장답게 삼환재는 동쪽과 서쪽 매장으로 통하는 중간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문’ 모양을 서가의 디자인 모티프로 삼아서 그런지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삼환재를 찾은 고객은 어르신에서부터 젊은 세대까지 다양했다.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노신사가 두꺼운 인문학 서적을 음미하며 읽고 있는 곁에, 앳된 소녀가 ‘한국인의 애송시’를 들춰보는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선큰가든에서 주 출입로를 따라 들어오면 좌측 중앙 끝에 삼환재가 있고, 오른쪽에는 책공방이 마련돼 있다. 책공방은 POD(Publish On Demand)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곳으로 ‘소통’과 ‘미래’라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콘셉트가 집약된 곳이다.
▼ 책공방은 어떤 곳인가요.
“선큰가든이 오프라인 소통의 장이라면, POD 서비스는 온라인 소통의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판됐거나 품절된 도서를 온라인을 매개로 다시 만들어주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과 종이책의 간극을 메워주는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종이책은 초판을 적어도 몇 천부는 찍어야 하는 ‘규모의 경제’가 필수입니다. 그렇지만 POD 서비스를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져요. 디지털 파일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부수만큼 책을 만들어내면 되므로 초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POD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블로그나 온라인 사이트에 쌓아둔 자신의 콘텐츠를 지인들과 나눠 갖고 싶으면 POD 서비스를 통해 책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출판사들은 POD 서비스를 활용해 시장의 반응을 미리 알아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교보문고 POD서비스를 활용하면 절판된 책을 구입할 수도 있고, 개인 블로그나 커뮤니티 콘텐츠를 직접 책으로 만들 수도 있다. 보고 싶은 분야와 목차만 따로 모아 책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해외 콘텐츠도 POD 서비스를 이용하면 며칠 안에 책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처럼 POD 서비스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주문제작 방식으로 책을 만들 수 있기에 책에 아이들의 사진을 집어넣거나, 아이를 주인공으로 책을 재구성한 뒤 제작할 수도 있다.
교보문고는 출판사들과 협력을 강화해 복간 서비스를 확대해가는 한편 대형 도서관, 인터넷 포털회사 등과도 연계해 양질의 지식 콘텐츠를 POD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POD 서비스는 전자책과 학술논문 등 기존의 온라인화한 콘텐츠를 이용자가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지식 플랫폼’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소통 공간 ‘배움’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선보인 새로운 개념의 소통 공간 중 또 다른 하나는 ‘배움 아카데미’다. 적극적 소통 공간의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했다. 책을 매개로 한 수업, 강연, 세미나, 스터디를 위한 공간이자 저자와 독자, 독자와 독자를 소통시키는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오프라인 특유의 기능과 향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뭔가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할 때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가령 베스트셀러 저자들을 강의장에 모시면 저자와 독자가 소통하는 공간이 되고, 그곳에서 새로운 배움이 싹틀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새 책이 나왔을 때에도 저자와 대화를 한다거나 낭송회, 전시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움 아카데미’는 그런 다양한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될 거예요.”
독자에겐 서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출판사에는 신간 홍보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카데미, 대관, 오픈스튜디오 등 3가지 형태로 구성되는데, 아카데미는 일회성이 아닌 정규과정 교육프로그램이며 전문교육과 교양교육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대관 프로그램은 대학생과 직장인에게 세미나 및 각종 스터디 모임 장소로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다. 저자 특강이나 이슈 특강 등이 열릴 오픈스튜디오는 무료로, 아카데미와 대관은 유료로 운영된다.
▼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사회 변화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진열하는 책 선정 등에서도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대한민국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생각에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출판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겠죠. 저희도 그런 ‘표본성’을 많이 의식합니다. 이 때문에 독자의 선택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는 출판사가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 출판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교차하는데요.
“종이에 인쇄된 콘텐츠만 책이라고 한다면 출판 시장은 분명 위축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출판의 개념을 확대하면, 즉 종이책에 담긴 콘텐츠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에 들어간 콘텐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면 출판 시장은 앞으로 굉장히 넓어질 것입니다.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갈수록 편리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미디어 발달사를 봐도 하나의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를 집어삼키는 일은 없었습니다. 라디오가 나왔을 때도 그랬고, TV가 등장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절충하고 공존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새로 생기는 미디어를 수용하고 활용하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 아닐까요. 특히 출판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독자와 사용자의 이용 가치를 넓히는 방향으로 접근해간다면 미래는 매우 밝다고 봅니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데, 평소 책은 얼마나 읽습니까.
“따로 시간을 내서 책을 읽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짬날 때마다 몇 쪽이라도 읽으려고 애를 쓰죠. 그러려면 주변에 책을 가까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무실, 자동차, 집 등 제가 몸 담고 움직이는 곳 근처에는 언제, 어디에나 책이 있습니다. 집중해서 읽어야 할 책은 주말을 이용해서 보고요.”
▼ 책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까.
“지금 필요한 책, 지금 바로 펼쳐봐야 할 책을 고릅니다. 그것도 한 권이 아니라, 같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저자들이 낸 여러 가지 책을 함께 읽어요. 그렇게 하면 좀 더 균형 잡힌 시각과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편식하지 않기 위해 음식을 골고루 먹듯이 말입니다.”
책이 책으로 인도한다
▼ 책을 잘 읽는 노하우가 있다면….
“‘구입한 책은 끝까지 읽어야지’ 하는 생각만 안 해도 책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사는 그 순간에 이미 본전을 뽑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사는 과정에 이 책, 저 책 둘러보면서 가장 맘에 드는 책을 고르지 않습니까. 그러는 사이에 이미 필요로 하는 정보가 어느 정도 파악됐을 테니까요.
책을 좀 더 자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접한다면 책과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담을 갖고 읽으면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책은 하나의 책이 다른 책으로 인도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다보면 거기에 담긴 내용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다른 책을 자연스레 집어 들게 되거든요.”
▼ 자녀들이 책을 멀리해서 속을 태우는 부모가 많은데요. 무슨 해결책이 없을까요.
“자녀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책을 주변에 놔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만화책만 본다고 걱정하는 분도 있던데, 평생토록 만화책만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책 읽는 습관이 들면, 또 책의 필요성을 알면 독서는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 평소 ‘독서경영’의 실천과 보급에도 앞장선다고 들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독서경영이란 책을 매개로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인데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뿐 아니라 그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다른 회사에도 이를 전수하고 있지요.”
▼ 일찌감치 전자책 DB를 축적하는 등 새로운 출판 트렌드에 대비해오셨다고요.
“6년 전부터 DB를 쌓아왔습니다. 기술을 선도적으로 수용하자는 차원이었죠. 고객의 가치와 서비스 가치를 배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했는데, 전자책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그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 광화문점 재개장에 대한 출판사들의 기대도 큰 것 같습니다.
“서점은 출판사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창구입니다. 저희는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독자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혀갈 테니, 출판사들은 좋은 책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 이번 리노베이션은 20년 만에 이뤄졌는데, 김 대표께서는 개인적으로 서재 리노베이션을 자주 하신다면서요.
“독자께도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책이 너무 많이 쌓여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정리합니다. 1년에 서너 번은 하는 것 같아요. 빼내야 할 책을 고르고, 새 책을 집어넣고 하다가 책을 다시 발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분명히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인데 서재 정리를 하면서 새삼 그 책의 가치를 새로 발견하게 된다고 할까요. 서재 정리는 책을 보기 좋게 꽂아놓는 효과는 물론 이처럼 책과 새롭게 만나는 보람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책의 재발견, 꼭 한번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