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글로벌 에코폴리스 송도 비즈니스·첨단산업 허브 된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송영길 인천시장

  • 박희제│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in07@donga.com

    입력2012-11-21 15: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宋, 각국 대표단 맨투맨 공략 ‘막판 뒤집기’
    • MB도 정상들에 전화戰 - 송도 3번 지원 방문
    • GCF 경제적 파급효과 평창올림픽 100배
    • 외국인 定住여건 국내 최고 도시 송도
    • 인천경제자유구역도 최대 해외투자 유치
    “글로벌 에코폴리스 송도 비즈니스·첨단산업 허브 된다”
    한국에 외교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했고 초대형 글로벌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고무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드높인 외교적 성과다.

    환경 분야 세계은행이랄 수 있는 GCF 사무국이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맏형 격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내년 초 입주한다. 독일 본, 스위스 제네바 등 쟁쟁한 경쟁 도시를 제치고 GCF 사무국을 송도국제도시에 유치할 것으로 낙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6개 경쟁도시 중 기후변화 분야 원조로 세계 2위를 자랑하는 독일 본의 유치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송도에서 열린 GCF 2차 이사회 직후 “정부의 공중전과 인천시의 보병전이 잘 맞아 떨어졌다”며 합동 유치 총력전의 치열함을 함축적으로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투표권을 가진 24개 이사국 중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국가 정상을 상대로 막후 ‘전화 외교전’을 펼치는 등 투표일까지 한 표라도 더 건지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이 대통령은 이사회가 열리는 나흘 동안 세 차례나 송도를 찾았다.

    송 시장은 이사회 개최 장소인 송도컨벤시아 주변 호텔에 일주일간 머물며 GCF 이사국 대표를 맨투맨으로 공략했다. 핫라인을 가동한 청와대·기획재정부로부터 주요 정보를 수시로 얻어 송도 홍보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송 시장을 만나 한국이 ‘막판 뒤집기’를 하기까지의 뒷얘기와 GCF 사무국 유치 준비 상황을 들었다.

    녹색성장의 중심

    ▼ GCF 유치가 송도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인가요?



    “송도국제도시가 세계 녹색성장을 이끄는 친환경 도시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GCF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재정운영 주체로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앞으로 기후변화 분야에서 개도국을 지원하는 데 중추적인 구실을 할 국제기구이지요. GCF 이사회 산하에 사무국과 평가기구가 있고, 송도에 입주할 사무국 직원은 초기 300~500명으로 출발하지만 최대 8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진국이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를 조성한 뒤 이후 매년 1000억 달러씩 추가하게 되면 GCF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버금가는 재원을 확보하게 됩니다. 평창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보다 100배 이상 되는 경제파급효과가 기대되지요. 따라서 송도가 재정·금융 중심지로도 성장할 수 있어요. GCF 유치 성공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송도국제도시 내 미분양 아파트가 300여 채나 팔린 것은 거대 국제기구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해외 투자도 더욱 활발해질 거예요. 특히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증대되고 남북관계의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송 시장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녹색성장’에 상당한 호의를 보이고 있다. 그는 민주통합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지만 당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적 소신을 간간이 표출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내 ‘386세대 황태자’로도 통했기 때문인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거침이 없는 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민주당 정권에서 추진된 것이며, 민주당이 FTA를 하지 않으려고 핑계를 찾거나 다른 조건을 거는 방식은 안 된다”는 쓴 소리를 날려 당내에서 반발이 일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당론은 FTA 재협상이었다.

    송 시장은 최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만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문 후보와 30분간 대화하면서 ‘정파적 지도자’가 아닌 ‘국가적 지도자’가 돼야 대통령 당선 가능성도 높다고 말씀드렸어요. 이 대통령 취임 초 국가정책으로 발표한 녹색성장은 야당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그린 그로스(Green Growth·녹색성장)는 이미 국제 언어가 돼 있어요. 그러니 야당도 이 용어에 거부감을 갖지 말고 동의해야 합니다. 지난 10월 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포럼에 참석했을 때 독일이 한국을 비난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한국이 GGGI를 제안해놓고 정작 자국 국회에서 비준하지 않으니 GCF 사무국 유치 자격도 없다고 공격하더군요. GGGI는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인데, 상당수 선진국에선 이미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았어요. GCF 유치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문 후보에게도 이 기구의 비준에 대한 협조를 구했습니다. 그는 ‘녹색성장’ 대신 ‘생태성장’이란 말을 쓰고 있는데,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더군요.”

    맞춤형 감동 작전

    ▼ GCF 이사국 대표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가 동원됐다는데.

    “11월 13일 러시아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이 인천을 방문했습니다. ‘러시아 철의 여인’으로 통하는 마트비옌코는 러시아 역사상 여성으로서 최고위 공직에 오른 분이에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최측근이면서 러시아 권력 서열 3위지요. GCF 유치과정에서 이사국인 러시아 대표에게 러일전쟁 때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바랴크함 깃발(인천시립박물관 소장 유물) 대여 기간을 2년 더 연장해주겠다는 인천시 방침을 전달했어요. 러시아는 바랴크함 침몰일을 국경일처럼 기리고, 이 군함 깃발을 애국심의 상징으로 여겨 순회 전시하고 있지요.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은 깃발 대여 연장에 감사를 표하고, GCF 유치를 축하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저는 GCF 이사회 개최 기간 러시아 대표만 두 차례 만나는 등 12개국 대표를 개별 접촉했어요. 각국 대표의 방에는 그 나라 유명 맥주를 구해 넣어두고, 그들이 쓴 책이나 논문을 구해 읽으면서 대화의 소재로 삼았어요. 미국 대표가 쓴 책은 시중에 없어 국회도서관에서 빌려와 주요 대목을 인용해 깜짝 놀라게 했지요. 그 책에 사인까지 받아놓았습니다. 국회도서관에는 새 책을 구해 보내주기로 하고요. 또 7개국 대표의 연설 동영상을 구해 여러 차례 봤어요. 중남미와 아프리카 대표들과는 특별 면담을 주선해 송도를 소개했지요. 모두 각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GCF 이사회를 마치고 돌아간 각국 대표들에게는 감사 편지도 보냈어요. 이들에 대한 설득전을 숨 막히게 진행했는데, 상세한 내용을 다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사무국 유치 승인이 이뤄진 후에나 깊은 뒷얘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글로벌 에코폴리스 송도 비즈니스·첨단산업 허브 된다”
    ▼ 송도국제도시의 승인(勝因)은 무엇인가요?

    “먼저 GCF 사무국이 입주할 송도국제도시 내 아이타워는 친환경인증 최우수등급, 에너지효율 1등급, 초고속정보통신 특등급인 친환경 첨단건물입니다. 송도국제도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추구하는 저탄소, 친환경 모범도시로 가꿔지고 있어 이번에 큰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2020년까지 하수 재이용률 40%, 폐기물 재활용률 76%를 달성하도록 도시 설계가 돼 있어요. 건물 내 진공 펌프를 통해 쓰레기를 지하로 모으도록 한 뒤 중앙 쓰레기 집하시설로 자동 이동시켜 처리하는 시설이 설치된 것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것입니다. 또 국내 최대 녹지율 32%를 확보했고, 독특한 조경을 갖춘 대형 공원이 곳곳에 있습니다. 송도의 많은 건물이 미국 그린빌딩협회가 인증하는 LEED-NC(에너지 및 친환경 건축물 세계 표준인증)를 획득했지요. 그래서 미국 CNN,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유수 언론이 송도를 저탄소 녹색 모범도시로 소개했어요.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국가개혁안보고서에서 송도를 ‘에코폴리스(Ecopolis)’의 전형으로 꼽았을 정도입니다.

    송도는 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20분밖에 안 걸립니다. 채드윅국제학교, 송도글로벌캠퍼스 내 한국뉴욕주립대가 운영 중이고 조만간 국제병원이 건립될 예정이어서 외국인 정주(定住)여건이 국내 최고입니다.”

    송도~서울역 GTX 조기건설 추진

    송 시장의 이런 ‘송도 예찬’에도 불구하고 송도는 GCF 유치 후보 중 외국인 정주환경 측면에서 불리한 면이 있었다. 제네바, 본에는 상당수의 국제기구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의 외국인 친화시설이 잘 조성돼 있다.

    인천시는 GCF 사무국과 함께 세계은행(WB) 한국지점, 녹색기술 관련 국제기구를 연이어 유치하려고 한다. 송도국제도시는 국제비즈니스 및 첨단산업도시로 설계됐는데, 앞으로 이에 더해 녹색도시로도 변신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도시개발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야 하기 때문에 인천시는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외국인 정주여건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재원 마련에도 나섰다. 광역교통시설, 생활편의시설 등을 확충하기 위한 지방채 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GCF 이사회 기간 서울과 송도를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을 약속했다. 2020년까지 추진하는 GTX 사업 3개 노선 중 ‘B노선’에 해당하는 인천 송도~서울 청량리 간 48.7㎞ 구간이다. 최고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27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초특급 열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을 조사하고 있어 아직 조기 착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GCF 이사국이 들어오면 건설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송도에 사는 외국인 900여 명이 아직은 생활여건 미비로 불편을 겪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설문조사 결과 국제병원, 대형 쇼핑몰, 외국인 지원기관, 문화시설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송 시장은 “송도와 영종도, 청라지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17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정기적으로 외국인 자치모임을 이어가도록 하고, 지역사회 교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코폴리스 송도 비즈니스·첨단산업 허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월 20일 인천 송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CF사무국 송도 유치 확정 관련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투자 활성화

    ▼ GCF 유치 이후 해외기업 투자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는데, 실질적 투자가 얼마나 증가할 것으로 보는지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최근 역대 최대의 투자유치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1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이 15억300만 달러인데, 이는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개청 이후 누적액 35억2900만 달러의 42.6%에 달합니다. GCF 사무국 유치 후 글로벌 외국기업 투자 유치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가동되는 외국인 투자기업은 53개예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만도브로제,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셍커코리아, JCB생물과학연구소,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 등이 입주해 있지요.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구역에서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 외 동아제약 공장이 올해 착공됐습니다. 반도체용 감광제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주자인 일본 TOK첨단재료㈜와 카메라 모듈제조사인 중국의 IMATEC도 송도에 첨단 연구소와 공장을 짓기로 했어요.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력과 첨단 환경을 갖춘 송도국제도시에 외국기업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GCF 효과’ 덕을 보는 것 같습니다.”

    ▼ 국제도시로 성장하는 데 애로사항은 어떤 것들인가요?

    “GCF 사무국 회의가 연간 120회 이상 열릴 텐데, 회의 장소인 송도컨벤시아가 너무 비좁습니다. 2단계 건립에 1800억 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데, 국비 지원이 절실합니다. 송도컨벤시아 1단계 전시장의 경우 총면적 8400㎡로 코엑스(4만㎡), 킨텍스(10만㎡)에 비해 볼품이 없습니다. 인천에서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고, 국제전시와 컨벤션 등 마이스(MICE)산업 성장 거점을 확보하려면 송도컨벤시아 시설 증축이 시급하지요.

    또 경제자유구역 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내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이 조속히 시행돼야 합니다. 경제자유구역 내 조세감면 대상 업종이 현재는 제조, 관광, 물류, 의료, 서비스 등으로 제한돼 있고 국내 기업 조세감면 혜택은 전무합니다. 해외 경쟁특구인 싱가포르·중국·홍콩·두바이에서는 조세감면에 있어 국내외 기업간 차별을 두지 않고 있어요.

    이밖에 고용 없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영종도를 서비스산업의 전략 거점으로 중점 육성하면 좋겠어요. 이곳에서는 여러 건의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정책이 적기에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