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물 천국’‘내륙 관광 메카’로
- 청송이 오지? 힐링 안식처!
- 사계절 산악스포츠 청송에 뜬다
▼ 청송은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대표적 오지입니다. 인구도 3만 명 정도에 불과하고요. 청송군은 미래의 활로를 어떻게 열어가려고 합니까.
“외부에서 ‘청송’ 하면 떠올리는 것은 사과, 주왕산, 주산지입니다. 결론적으로 청송은 자연을 매개로 한 관광과 친환경농업으로 활로를 뚫어야 합니다. 청송이 교통의 오지라고 하지만, 역으로 말씀드려 요즘은 오히려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개발이 더디고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에 천혜의 자연을 오롯이 보존할 수 있었던 거죠. 청송은 지금도 굴뚝 연기 나는 공장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청정지역입니다. 따라서 ‘오지’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살려 ‘자연 마케팅’으로 가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청정자연’ 브랜드 전략
▼ 그래도 청송이 아직 유명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진 않은데요.
“청송의 청정자연을 브랜드화해 적극 마케팅하려 합니다. ‘국제슬로시티’ ‘사계절 산악스포츠’ ‘장난끼 공화국’이라는 말이 많은 이에게 각인되도록 만들 겁니다. 주왕산을 기점으로 한 트레킹 코스인 외씨버선길, 소설가 김주영의 객주 테마문학촌도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누구나 쉽게 오가고 편히 묵을 수 있는 관광 인프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청정자연,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 관광에서 먹을거리를 빼놓을 순 없는데요.
“청송은 사과의 고장입니다. 맛과 색이 일품이죠. 청송사과는 군 전체 농업소득의 절반이 넘고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어요. 관광객들이 청송사과의 산지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과 이외에도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100ha에 달하는 유기농단지를 조성했습니다. 여기에서 50여 가지의 저 농약 안전 먹을거리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청송의 친환경 농산물은 로컬 푸드 사업에 우선 공급됩니다. 점차적으로 도시민들이 ‘건강한 밥상, 녹색식단’을 꾸미는 데에도 한몫을 할 것입니다.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은 부가가치가 높은 만큼 농민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 ‘장난끼 공화국’은 어떤 의미인가요.
“쉽게 말해 상식을 뛰어넘는, 기발하고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끼를 가진 발명가들, 괴짜 연구가들, 천부적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이 청송에서 마음껏 그 재능을 발휘하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들이 ‘장난끼 공화국’이라고 명명된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해 예술과 과학이 융합하고, 문화와 관광이 결합하는 독특한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들이 만든 기상천외한 융합 창작물을 전시하고 관광객들이 체험하게 해 이를 관광 상품화하겠다는 거죠.”
▼ 어떤 계기로 그런 기획을 하게 됐습니까.
“국책사업인 ‘솔누리 느림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월외리 생태마을을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던 중 강원도 남이섬을 한류(韓流) 관광 상품으로 만든 강우현 대표를 지난해 만났어요. 제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국내 3대 암산(巖山) 중 주왕산의 기(氣)가 가장 세다고 하자 대뜸 이러한 콘셉트를 가진 ‘장난끼 공화국’이 어떠냐고 하더군요. 이거다 싶어 바로 추진했습니다. 월외리에 중앙청을 건설하고 발명 작품 공모전도 열고 있습니다. 현재는 아이디어와 사람을 끌어모으는 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솔누리 느림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18년쯤이면 새로운 형태의 관광 상품인 ‘장난끼 공화국’이 세상에 첫선을 보이게 될 겁니다.”
솔누리 느림보 프로젝트
▼ 청송은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Slow City)’ 인증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구현해나갈 생각입니까.
“슬로시티 운동은 이탈리아 소도시 오르비에토의 주민들이 패스트푸드에 밀려 전통 음식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하다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을 자발적으로 전개하면서 시작됐어요. 슬로푸드 운동이 슬로시티 운동으로 발전한 것이죠. 한마디로 ‘천천히 먹고 느리게 살자’는 겁니다. 이에 호응한 도시가 늘어나 현재 전 세계 25개국 150개 도시가 가입했습니다. 파괴적인 현대 문명에 맞서 농촌의 전통 먹을거리와 문화, 주거방식, 수천 년간 누적돼온 삶의 지혜를 계승 발전시키자는, 주민들이 주체가 된 농촌 살리기 운동입니다. 청송은 산촌형 슬로시티가 가장 적합하다고 봐요.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주민자치 형식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와 병행해 읍면별 특성을 살려 2017년까지 슬로시티 프로그램 및 하드웨어를 갖출 계획입니다.”
청송군이 개최한 전국 산악마라톤 대회.
“물론이죠. 체험 방법은 간단합니다. 휴대전화 끄고, IT 제품 멀리하고, 세상 시름 잊은 채 주왕산, 주산지, 송소고택 등지를 어슬렁거리면 됩니다. 그 자체가 힐링이자 슬로시티 체험입니다. ‘빨리빨리’에 매몰된 도시민에게 이러한 체험이야말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여유와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는 좋은 계기가 되겠지요.”
▼ ‘솔누리 느림보 프로젝트’도 슬로시티 운동의 연장선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군수에 출마할 때 ‘솔누리 느림보마을’을 공약으로 내걸었어요. 전국에 관광지는 많지만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고 힐링할 만한 안식처는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문명이 일절 닿지 않는 원초적인 자연마을을 조성해 이를 관광자원화하겠다는 구상이었죠. 군수 취임 후 이 공약에 좀 더 살을 붙였습니다. 정부로부터 경북 3대 문화권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게 됐어요. 주왕산 일대 66만㎡ 규모에 국비 등 584억 원이 투입되는 솔누리 느림보 프로젝트가 2018년 마무리되면 청송은 가장 자연친화적인 ‘힐링 안식처’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도로, 호텔, 콘도, 체험관…
▼ 아무리 좋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어도 잠자리가 불편하고 교통이 나쁘면 가기가 꺼려지게 마련인데요.
“그런 점 때문에 주왕산 인근의 부동면 하의리 일대 24만9000㎡ 부지에 호텔, 콘도 등 대규모 숙박시설과 한옥체험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유교문화체험관, 청송백자전시관, 각종 체험시설도 함께 들어섭니다. 현재 한옥체험단지 등 공공시설은 공사가 마무리됐고 호텔, 콘도 등 민자시설은 2015년까지 완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와 연결되고, 청송을 지나는 동서 4축 고속도로(충남 서천~경북 영덕)가 2015년 완전 개통되면 서울에서 청송까지 2시간 30분에 넉넉하게 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청송의 관광 인프라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청송군은 2010년 4월 겨울 산악스포츠의 꽃인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아이스클라이밍은 빙벽 오르기 스포츠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청송이 매년 관련 행사를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한 군수는 청송이 사계절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입지를 다지려면 세계대회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때마침 대한산악연맹이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한국에 유치했다. 이에 한 군수는 군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경북도, 경북산악연맹의 지원을 받아 청송 얼음골 빙벽장의 우수성과 차별화한 대회운영 계획을 대한산악연맹에 설명한 끝에 경쟁 자치단체를 제치고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한다.
▼ 청송 얼음골 빙벽은 경관이 일품인데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까요.
“요즘은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위험을 무릅쓰고 즐기는 모험 레포츠)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겨울 산악스포츠 중에선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백미(白眉)예요. 올해는 2013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가 이틀간 함께 열려 23개국의 정상급 선수 160여 명이 참가했어요. 관람객도 1만5000여 명이 넘는 등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관광수입도 적지 않고요. 세계대회니만큼 TV, 신문 등 언론 보도로 청송 홍보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산악스포츠는 청송’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도 될 것이고요.”
▼ 산악스포츠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 나온 계기라면.
“청송은 전체 면적의 82%가 산입니다. 대도시권에서 떨어져 있어 천연 그대로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죠. 경관이 빼어난 주왕산국립공원은 연중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산을 좀 더 적극적으로 관광자원화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사계절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만들어보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 왜 산악스포츠가 적합한가요.
“산악스포츠 대회를 열면 참가자나 관람객이 최소한 2~3일씩은 묵고 갈 것 아닙니까. 봄에 열리는 산악자전거(MTB)대회의 경우 코스를 익히기 위해 선수들이 한 달씩 체류합니다. 이게 모두 관광수입으로 연결되죠. 예전엔 대부분 당일치기 관광이었습니다.”
폭포수 맞으며 암벽등반
▼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는 이야기군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이외의 산악스포츠 프로그램도 마련해두었습니까.
“각종 산악스포츠경기 코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회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고요. 봄에는 전국산악자전거대회와 전국모터사이클대회, 여름에는 드라이툴링대회, 가을에는 전국패러글라이딩대회와 전국산악마라톤대회와 낙동정맥 등반대회, 겨울에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를 개최합니다. 이를 통해 사계절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입지를 굳히려는 것이죠.”
드라이툴링(dry tooling)은 아이스클라이밍 선수들이 빙벽 등반 장비로 인공암벽을 오르는 종목이다. 2012년 7월 청송 얼음골에서 ‘청송 썸머 드라이툴링대회’가 열렸다. 남녀 난이도 부문 결승에서 대부분의 선수가 주어진 시간 내 마지막 홀드에 바일을 꽂지 못했다. 국내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난코스에서 예측불허의 접전을 펼친 것이다. 이벤트 경기에서 선수들이 얼음골 인공폭포수의 시원한 물줄기를 헤치며 실제 암벽을 등반하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한다. 한동수 군수는 “관람객의 반응이 좋았다. 청송 얼음골이 피서지로 더욱 명성을 날릴 것 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송군은 겨울 산악스포츠의 꽃인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유치했다.
“최근 6~7년은 사과 가격이 좋았어요. 억대 소득을 올린 농민도 크게 늘어났고요. 하지만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과 가격이 계속 좋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 특별한 대비책이 있습니까.
“우리는 사과 가공산업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사과 가공제품을 많이 만들면 수급조절을 통해 가격 안정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농가 소득도 늘릴 수 있고요. 청송군은 주류업체인 배상면주가(주)와 협력해 청송사과술 ‘아락’을 시판하고 있습니다. 곧 과일채소주스, 생과일주스도 양산할 예정입니다.”
▼ ‘델몬트’도 오렌지 생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11개 업체가 과일통조림협회를 창설하면서 시작된 거니까요. 앞으로 나올 청송의 생과일주스도 널리 애용되는 브랜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청송사과 가공연구지원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할 겁니다. 예를 들어 농민이 직접 ‘핸드 메이드(hand made·수공) 사과 가공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이 가공시설을 빌려줄 계획입니다.”
▼ 청송군 공무원들은 조회 때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면서요?
“애국심이란 단어가 낯선 시대가 돼버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애국심을 고취하자는 차원에서 제가 취임한 후부터 정례조회 때마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있어요.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 가사를 외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일부 직원이 ‘1절까지만 부르면 되지, 번거롭게 4절까지 하느냐’고 투덜거렸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여러분, 노래방에 가면 기를 쓰고 2절까지 부르면서 애국가는 왜 4절까지 못 부르냐’고요. 요즘은 으레 4절까지 부르는 게 일상이 돼 있어 불평이 전혀 없어요. 직원들도 저절로 다 외우고 있고요. 일부 직원은 자녀에게 애국가를 4절까지 가르쳐줬다고 합니다.”
▼ 한 군수께선 세미나나 각종 행사 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보통은 그냥 얼굴만 비추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모든 참여는 진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미나에 가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적당히 빠지기에는 귀담아들을 이야기가 매우 많습니다. 강사들도 행정 책임자가 자리를 뜨지 않고 경청하면 내심 감동해 더 의욕적으로 강의하고요. 강사들이 ‘전국을 다녀봐도 시장, 군수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하더군요.”
군청 일용직에서 군수까지
한동수 군수는 지방공무원 39년, 민선 청송군수 7년 등 공직에만 46년간 종사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했다. 부친의 부도로 가세가 기울면서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둬야 했다고 한다. 이후 청송에서 군청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리다 18세 때 지방기술직 5급 을류(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왔다.
▼ 최종 학력은 ‘박사과정 수료’라고 돼 있네요.
“학력 콤플렉스가 작용한 거죠. 저를 이 자리까지 끌고 온 건 콤플렉스가 80%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하면서 방송통신고를 나왔어요. 학벌로 안 되니까 정말 죽자 사자 열심히 일했습니다. 11년 만에 6급인 군청 토목계장까지 진급했으니까요. 이후 한 직급 강등을 감수하고 대구시청으로 전입했죠. 청송엔 마땅한 대학이 없어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면서 일하기 위해서였죠. 대졸 공채 출신이 대부분인 대구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왕따’ 신세가 되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경야독해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통공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어요.”
▼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요.
“사무관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연수 성적도 134명 중 1등으로 나오자 저를 대하는 직원들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이후 토목시공기술사 시험에 합격해 대구시 기술직 공무원으로는 처음으로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한 군수는 대구시 지하철건설본부장을 끝으로 2006년 3월 31일 명예퇴직을 했다. 이후 2007년 당시 청송군수가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 판결을 받자 그해 12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청송군수 재선거에 한나라당 공천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선 본인 외엔 아무도 청송군수 선거에 출마하지 않아 무투표로 재선됐다.
한 군수는 청송군 단체장의 잦은 중도하차에 대해 “인구가 적고 연고주의가 강한 농촌지역일수록 선거가 과열되기 마련”이라면서 “불법적인 관행이 사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선거를 앞두고 ‘한 군수는 대구로 떠날 사람’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나는 고향 청송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