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는 공약집에서 “농업인의 소득과 복지가 함께 가는 농업정책을 펼쳐 농촌과 농업을 되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농업인의 땀이 헛되지 않는 ‘행복한 농촌’ ‘희망농촌’ ‘파워농촌’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신동아’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이런 농정 공약이 농업인과 농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농정 입안자와 연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연재를 마련했다.
김 박사는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6년부터 26년간 우리 농업 정책을 연구해온 베테랑 연구원이다. 그동안 농경연에서 농업구조연구센터장, 농업관측센터장, 농림기술관리센터 소장, 부원장을 역임했다. 실제 우리 농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 수십 건의 주요 연구 실적을 냈으며, 2002년 대통령자문 농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전문위원을 필두로 지금껏 정부의 농정 관련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농업 미래비전(공저)’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설밑인 2월 4일 농경연의 김 박사를 직접 만나 박 당선인이 마련한 농정 공약의 의미와 공약이 나오게 된 배경,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공약을 직접 만든 사람이 아니라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박 당선인의 농정 공약은 전체적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고 밝혔다.
“‘행복농촌, 희망농촌, 파워농촌’이란 말 속에는 박 당선인의 농정 철학과 목표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합니다. ‘농업인이 행복하고 그래서 젊은 사람이 모여들어 농업과 농촌이 지속성 있게 발전하는 것’을 말하죠. 박 당선인이 말하는 ‘농촌’은 농업이 있는 농촌 즉 ‘농업인의 삶의 공간’을 뜻합니다. 공약에서 농가소득 증대, 농촌복지 향상, 농업경쟁력 제고 등이 3대 핵심과제로 제시됐는데 이는 농정 목표의 구체적 실천과제라고 봐야 합니다.
저는 특히 ‘파워농촌’이라는 말에 호감이 갑니다. 과거의 헐벗고 못살던 농촌의 기억을 지우고, 남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농촌을 만들어보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최근 동남아시아 등에서 우리 농촌의 발전 경험을 배우러 오기도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선 발전 잠재력이 가득한 농업인이 모여들어 젊은 농촌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 당선인은 대선 당시 “제2의 새마을운동을 일으키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정부의 무상지원과 자조자립 정신에 기초한 농촌재건운동이었다면 박 당선인이 말하는 제2의 새마을운동은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고 실질적 복지혜택을 늘려 도시와 비교해서 경쟁력을 가진 농촌을 만들자는 삶의 질 개선 운동이다. 농촌이 살기 좋아지면 젊은 사람이 모이고, 젊은 사람이 모이면 농업이 더욱 발전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것.
김 박사는 새 정부가 농정 관련 공약의 실천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공약을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 그것을 근간으로 향후 5년간의 농업·농촌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게 급선무죠. 이 계획을 수립하려면 농업인과 전문가, 정부 등 범(汎)농업계의 합의가 중요합니다. 정권 교체기에 중기계획을 수립하면 농림수산식품부 예산도 60~70%는 중기 재정계획에 맞춰 집행되는 체계가 자리 잡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정책의 일관성도 있고 안정적인 시책 추진이 가능하게 되겠지요.”
피해는 막고, 소득은 늘리고
박 당선인은 농정 공약 첫머리에서 “농업은 국민의 소중한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자 안보산업”이라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은 공약집에서 “2008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곡물 수확이 감소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면서 “식량자급률 제고를 통해 식량안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안으로 △식량안보 모니터링 및 조기경보 시스템 도입 △우량 농지 보전, 사료작물 등의 생산 확대 △해외 식량 조달 시스템 구축, 일정 물량 상시 비축 등을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0% 남짓하고 전체 곡물자급률은 25% 안팎이다. 쌀 자급률은 2010년까지 95% 이상을 유지해왔으나 2008년 이후 3년 연속 대흉작이 계속되면서 현재 80%대에 머물고 있다. 1980년 냉해 이후 최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2011년 농어업농업촌기본법상의 목표를 다시 조정해 2020년까지 식량자급률은 60%, 곡물자급률은 3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 박사는 “식량안보체계 구축을 위해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는 세웠지만 그 실천을 위한 로드맵은 아직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정부 내에서조차 식량안보에 대한 개념이 불명확한 데다, 부족하면 수입해 먹으면 된다는 인식까지 팽배해 있고요.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인도네시아가 돈을 주고도 쌀을 사지 못했던 적이 있는데 이게 남의 일이 아닙니다. 식량안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우선 국내 생산기반을 강화해야 하고,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국가 식량안보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우량 농지 확보, 농지 총량관리제 도입, 나아가 농업 생산기반 정비라든지, 쌀 농가의 소득보전 방안의 확충 등이 이뤄져야 하는 거죠.”
박 당선인 농정 공약의 핵심 축은 농업인의 소득과 복지혜택을 늘려 농촌을 도시 중산층과 비교해도 삶의 질이 차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1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59.1%에 불과하다. 따라서 농업인에게 지급되는 고정직불금을 ha당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하며 농어업 재해보험을 확대하고 내실화해 경영 리스크를 줄여주는 한편 비료, 농약, 사료, 에너지 등에 소요되는 농업 경영비를 절감해줌으로써 농가소득을 끌어올린다는 게 공약의 내용이다.
▼ 고정직불금을 확대하면 실질적으로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까요.
“현재 정부는 쌀 생산 농가 소득보전 직불금을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나눠 지급하고 있습니다. 고정직불금은 ha당 70만 원씩 지급되고, 변동직불금은 정부가 정한 목표가격(현재 80kg 한 가마당 17만83원) 이하로 쌀값이 하락하면 지급되는 구조죠. 그런데 정부가 변동직불금을 더 주기 위해 목표가격을 올리면 시중 쌀값만 오릅니다. 그러니까 쌀값과 연동하지 않는 고정직불금을 올린다는 발상이죠.
그런데 목표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고정직불금만 인상하면 벼 재배면적이 더 감소합니다. 농가들이 쌀보다 소득이 높은 작물을 재배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면 쌀 공급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쌀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죠. 결론적으로 고정직불금 인상 폭을 적게 하면서 목표가격을 조정해 변동직불금 인상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늘이 낸 흉년, 근본적 보상”
농업 보조금 문제도 중요하지만 2014년 말 쌀 관세화 유예기간 만료에 따라 생겨날 농가 피해도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1994년 4월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따라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당시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은 식량안보를 이유로 쌀 관세화를 10년 미뤘다. 2004년 한국과 필리핀은 2004년 재협상에서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조건으로 10년 유예기간을 추가로 연장했는데, 내년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 것이다. 현재 일부 농민단체에서 추가 유예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학자들은 국제법상 추가 연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박사는 “쌀의 의무수입 물량이 2014년 현재 40만8000t인데 여기에서 추가 증량하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며 “이제 현실적으로 관세화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관세화로 전환하려면 쌀 관세율을 정해야 하는데 관세를 매기기 위한 수입가격과 국내 도매가격의 기준을 어떻게 산정하느냐 하는 문제를 비롯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식량안보 체제를 갖추면서 쌀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 농업경영비 문제는 어떻습니까.
“농업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경영비를 줄이는 것밖에 달리 수단이 없지요. 농업경영비 가운데 농자재 비용이 30~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공약으로 채택한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내 농자재시장 규모가 영세하고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실정에서 저렴한 가격만을 강조할 경우에는 품질 저하나 사후서비스 미흡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품질의 농자재를 저가에 공급하려면 관련 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해 발전시키는 등 농자재산업 육성 및 농자재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또한 농협의 독점적 농자재 유통에 대해서도 발전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농업 재해보험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50% 이상 확대하고 보장의 범위와 보험료도 현실성 있게 재편한다고 합니다.
“기상이변이 빈번한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이라 봅니다. 현재 농어업재해대책법을 근거로 재해지원과 재해보험이 실시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농업인이 불의의 재해 피해로 인해 좌절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재해지원은 생산수단의 복구를 위한 무상지원으로 대책법에 규정하고, 재해보험은 별도로 농어업재해보험법을 제정해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경영 안정을 지원하는 제도로 정착해야 하죠. 이를 위해 재해보험의 대상 품목 및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보험사업 규모 확대에 걸맞은 체계를 정비해야 합니다.”
▼ 각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농민의 권익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공약이 있었습니다.
“우선 당면한 게 중국과의 FTA 협상이죠. 중국과는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농수산 협력 이슈에 관한 전문가 회의를 하기로 했죠. 이에 기초해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공론화한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과 다원적 기능의 개념에 기초해 양국 농업이 경쟁보다는 협력을 도모하는 내용의 상생협력 의제를 제시하고 협정문에 농업협력 규정이 포함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박 당선인은 이처럼 농업인의 실질적 소득을 보장해주는 한편 “농업이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실천 방안으로는 △IT와 BT의 연계 활용 △연구비 투자 확대 및 종자·생명산업 육성 △농어업과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연계 등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2000년 들어 우리 농업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해 지난 10년간 농업 부가가치가 21조~22조 원에 머물고, 실질성장률이 1% 안팎에서 정체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우리 농업의 내수 한계”라고 진단했다.
도매와 소매 기능을 함께하는 양재 하나로클럽.
김 박사는 농식품시장 포화의 대응책으로 수출을 제시했다. 수입 농산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는 한편, 수출을 통해 우리 농업의 외연을 늘려보자는 것. 그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수출을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식품은 문화이기도 하기에 수입국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생산해야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출이나 내수시장을 키워 농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신성장동력에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합니다. 종자산업, 곤충산업, 농기계·장치산업,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 전통 식품산업 등을 들 수 있겠죠. 아열대과일, 청경채소, 기능성 작물 등 고부가 소득 작목의 개발도 중요합니다. 다음으로는 저탄소 녹색기술, 정밀농업 기술, 지역단위 경축복합농업(재배농업+축산업) 등을 통해 친환경농업을 확충해야 합니다. 2009년 농경연 연구에 따르면 농업성장률을 2%로 유지하기 위해선 R·D 예산이 매년 14.7% 증가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죠.”
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이 있습니다. 이런 공약이 나온 배경은 무엇입니까.
“우리 축산업은 ‘시설형 축산’이라 할 정도로 경종농업(재배농업)과 괴리돼 발전해왔습니다. 2011년 말에는 구제역이 창궐해 돼지와 소를 합쳐 약 400만 마리가 매몰됐지요. 그래서 축산정책에서도 친환경적이고 경영안정적인, 즉 ‘지속가능’이란 개념이 대두된 거죠.”
지속가능한 축산업은 지역 단위에서 재배농업과 축산업의 연계를 통해 자원순환농업을 구축한다는 개념으로,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처리·이용함으로써 논과 밭의 토양산성화를 완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얻는 효과도 있다. 김 박사는 “현재 개별적으로 운영 중인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과 유통센터를 통합처리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한편, 지역별·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가축분뇨 이용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가축분뇨의 자원화 촉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 간의 협력이 절실하죠. 현재 가축분뇨 자원화 정책은 농식품부, 환경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다원화해 있습니다. 행정체계를 일원화하거나 관련 부처 간 협력과 정책연계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업무 조정이 필요합니다.”
▼ ‘생산·유통·가공·외식·관광 등이 연계되는 6차 산업정책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6차 산업이란 개념이 생소합니다.
“정확하게는 ‘지역농업의 6차산업화’라고 표현해야지요. 지역 단위로 공동체성을 살려서 농업생산과 연계된 가공·유통·관광·교류·직거래 등을 통해 소득원과 일자리를 늘리려는 발상입니다. 1차산업인 농업에 2차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산업인 서비스업을 서로 합하거나 곱해 6차산업이 된다는 것인데, 1990년대 들어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활성화 시책으로 시작해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영세하고 자원도 빈약하지요. 그래서 지역 단위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자는 건데, 농업인이 직접 가공하거나 또는 지역 농협 주도로 특산품을 개발해 지역 브랜드화 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지역특산물을 원료로 식품제조업, 외식업, 소매업 등과 연대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일부에선 ‘농공상연대’라고 하기도 합니다. 지역농업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원과 인력을 확보하라!
박 당선인의 다른 분야 정책 공약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농정 공약들이 연착륙하기 위해선 하나같이 적지 않은 추가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예산 확충을 둘러싼 고민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황. 김 박사는 우선 “2014년 일몰을 맞는 농어촌특별세를 연장하고 그것을 전제로 중장기 재정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농업 부문에 있어 정부 재정지출은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농업이 살아남기 위한 버팀목 기능을 했다고 봅니다.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 정부 재정이 큰 기여를 하고 있죠. 농식품 분야 예산에서 농특세 세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나 됩니다. 세입이 중단되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조차 큰 혼란을 초래하죠. 이런 점에서 2014년에 만료되는 농특세 연장은 또 다른 안정적 재원이 마련되지 않는 한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조세저항을 피하려면 과세 범위나 세율을 종전과 같이 가져가는 게 좋겠고요. 농특세 연장을 전제로 정부는 중장기 재정사업의 조정을 통해 예산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농협 유통단계 축소의 주축이 될 안성농식품물류센터 조감도.
진정한 판매농협 기반 마련
“농업인력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특히 전문농업 경영주인 영농후계자가 눈에 띄지 않는 게 가장 큰 걱정이죠. 근본적으로는 우리 국민에게 농촌이 하나의 직장으로 인식되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들어 귀농인이 증가하는 것은 희망적입니다. 저는 이런 귀농 희망자를 농업경영인으로 육성하는 제도를 만들기를 제안합니다. 귀농 희망자를 대상으로 역량을 평가해 ‘농업인자격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거죠. 농장을 차리기 전에 농업법인 등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농업 인턴십’ 공약은 좋은 발상입니다.”
지난해 3월 농협법 개정을 통해 신용부분과 경제사업부분을 분리하는 대개혁을 단행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농업인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농협의 변화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상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당선인은 농협에 대해 “경제사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고 유통비용 절감과 농업경비 절감을 요구했다. 김 박사는 “농협법이 통과된 지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이제 농협개혁의 기반만큼은 마련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회와 2개 지주회사, 즉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법인을 분리하고 독립사업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조직 정비를 완료함으로써 개혁의 발판을 충분히 마련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경제지주회사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신규투자를 통해 유통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직거래형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기존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적절하게 이관하는 등 사업 체제를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박 당선인은 “경제사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농협개혁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농협의 몫이 매우 큽니다. 농협의 유통역량 강화를 위해선 유통인프라를 확충하고 전국 단위 도매물류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죠.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이 책임지고 판매하는 구조를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산지유통의 규모화·전문화가 관건인데, 지역 조합의 합병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지역 조합과 농업법인의 합병을 지원하는 형식의 구조조정을 통해 대규모 품목별 판매조직으로 발전시켜야죠. 사업 규모화와 함께 지역조합과 중앙회 공동사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 축산 부문의 유통단계 축소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축산 부문도 농협 중심의 유통계열화를 체계화해야 합니다. 개별농가 중심의 생산과 출하방식을 지역 조합 중심으로 계열화·조직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거래 교섭력을 높여야 하죠. 유통 주체별로 분산된 도축·가공·배송 기능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영효율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일관경영 체계를 구축하자는 거죠. 이를 위해선 농협중앙회와 지역 조합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고, 지역 조합은 생산 중심, 중앙회는 유통 중심으로 임무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은 현재 추진 중인 거점 도축장 육성과 도축장 구조조정과 연계돼야 합니다.”
“협동조합의 맏형 돼주길…”
▼ 새 정부의 농정 정책과 관련해 농협에주문할 게 있다면.
“글쎄요. 새로 체제를 짠 농협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여러 가지 주문이 있을 수 있지만, 핵심은 역시 경제사업이죠. 농업인이 생산하면 농협이 판매를 책임지는 산지 유통사업 조직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지역조합을 시군 단위, 도 단위로 묶어 연합마케팅 조직을 계속 만들어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우리 농산물의 시장기반을 지키기 위해 지역 조합이 ‘로컬푸드’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도 칭찬할 만하고, 농업인의 영농비 절감을 위한 농협 지역본부의 영농자재의 연합구매 추진도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김 박사는 박 당선인의 재해보험 확대와 관련, “농협의 금융 부문이 수익성이 낮아 일반 보험회사에서는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농기계종합보험을 확대 취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다양한 협동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협이 이들과 경쟁하기보다 협동조합의 맏형으로서 소규모 협동조합을 지도 편달하는 책임을 다해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