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인터뷰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민주당은 특정 패권 세력이 권력 독점”

  •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8-03-0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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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례대표 포함 20명… 실질적 캐스팅보트 역할

    • 안철수라는 ‘이미지 정치의 허상’에 빠졌던 것 반성

    • 광주에서부터 부는 바람 느껴진다

    • 균형 잡힌 개혁으로 호남 지지 자신

    • 생산적 다당제, 합의 민주주의 실현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국민의당이 창당 2년 만에 갈라졌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던 소속 호남의원들이 탈당해 2월 6일 민주평화당을 창당한 것. 창당대회에서 초대 당대표로 추대된 조배숙(62) 의원으로부터 분당(分黨) 이유와 민주평화당의 지향점 등을 듣기 위해 다음 날인 2월 7일 국회의원회관을 찾았다. 

    조 대표는 최초의 여성 검사이기도 하다. 판사도 역임했으며, 여변호사회 회장을 지냈다. 1999년 새천년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1년 16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7대와 18대에 익산을에서 당선됐으며, 19대 때는 공천에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20대 때 국민의당으로 지역구 탈환에 성공했다. 

    의원실에서 만난 조 대표는 창당 과정의 강행군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도 오전부터 국립현충원 참배, 여야 4당 대표 방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상태였다. 아직 국회본관에 당 대표실이 마려되지 않아 인터뷰는 의원실에서 진행됐다. 

    당사도 계약만 한 상태라고 했다. 당연히 상근 당직자도 없다. “지방선거가 4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고 묻자 “자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둬야 당이 앞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광주에서부터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진다. 이 분위기를 잘 타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는다.”



    정치적 원내교섭단체

    합류한 의원이 15명에 불과하다. 교섭단체가 될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데. 

    “우리는 원내교섭단체에 연연하지 않는다. 교섭단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건 맞지만 정치적 교섭단체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진보 성향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중당이 합쳐도 과반이 안 된다. 보수 성향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남아 있는 국민의당이 합쳐도 과반이 안 된다. 우리가 가부 결정권의 매직 넘버를 가진 셈이다. 비례대표 출당(黜黨)을 포함해 교섭단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비례대표는 소속 정당에서 출당하지 않는 한 당적 이적이 불가능하다.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가운데 3명은 이미 민주평화당과 행동을 같이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오늘 오전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났을 때 비례대표 출당 문제를 이야기했나. 

    “그분들이 처음부터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당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풀어주면 어떻겠느냐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대답은. 

    “자기 입장은 어제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합당 후에 지도부가 바뀐다고 하기에 ‘바뀐 지도부와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겠다’고 얘기했더니 ‘그래도 어려울 겁니다’라고 말하더라.” 

    비례대표 3명 이외에 합류할 의원이 더 있나. 


    “이용호 의원은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지역 여론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례대표인 박선숙 의원도 최근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간사를 그만뒀다. 심리적으론 이별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랑 같이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례대표 4명이 출당돼 합류하고, 이용호 의원까지 합류하면 법적으로 원내 교섭단체 요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이미지 정치의 허상

    안철수 대표와 결별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불과 2년 전, 안철수 대표를 ‘새정치의 상징’으로 내세우지 않았나. 

    “그 부분은 국민에게 송구스러울 뿐이다. 양당 패권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안 대표와 의기투합했었다.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안철수 대표는 역주행만 해왔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이미지 정치의 허상’에 빠졌던 것 같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의 이미지 정치는 한마디로 가치와 철학의 빈곤이 가져온 좌충우돌이었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음에도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의 이상한 행보 때문에 결국 이렇게 됐다. 이를 바로잡고 다당제와 합의 민주주의를 실현해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게 진정한 반성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안 대표는 잘못된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지 않고 밖에서만 찾았다. 그 과정에서 소통이 불가능했다. 한 명의 천재보다 열 명의 바보가 합의한 의견이 더 지혜로울 수 있다. 이게 집단지성의 힘이다. 그런데 안 대표는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토론을 해도 자기 의견을 수정할 생각이 없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도 그렇다. 우리가 의총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통합을 안 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대신 정책연대, 선거연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안 대표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통합을 밀어붙였다.” 

    호남 지역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외연을 넓히기 위해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명분이 있어 보이는데.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지 선거에 유리하다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과연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겠는가. 당장의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가지는 못한다. 정당은 무엇보다 자기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가치와 명분 없이 외연만 넓히는 건 패거리정치밖에 되지 않는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이 대표적이다. 집권을 위해 수구 세력까지 끌어안았다가 결국 어떻게 됐나.”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종찬, 군 장성 등을 영입하는 등 외연을 넓히지 않았나. 

    “개별 입당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만, 당 대 당 합당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DJ가 집권을 위해 성사시킨 DJP연합은 합당이 아니라 연합이었다. 우리의 뿌리는 신익희, 조병옥,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세력이다. 바른정당은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맥을 이은 산업화 세력이다. 정체성 면에서 융합할 수 없는 일이다.”

    호남자민련이라니… 정치적 흠집 내기

    바른정당과의 합당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였나. 

    “대북정책은 민감한 부분이다. 어떻게든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햇볕정책은 상당히 옳은 정책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더라. 햇볕정책으로 퍼준 돈으로 북한이 핵 개발을 했다고 하는데 개성공단 폐쇄하고 금강산 관광 중단한 후 핵 개발이 더 가속화됐다.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DJ계승을 내세우기 위해 당명을 과거 평화민주당을 연상시키는 민주평화당으로 한 것인가. 

    “호남의 정치적 상징 코드가 민주와 평화, 그리고 개혁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화민주당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다. 호남은 비단 지역으로서만의 호남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불의에 저항하고 사회 적폐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온 검증된 브랜드다. 영남자민련, 영남당이라는 말이 있나? 호남자민련, 호남당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흠집 내기에 불과하며, 지역차별적인 얘기다.” 

    소속 의원 전원이 호남 출신인 것은 맞지 않나. 

    “그것도 언론이 가진 고정관념이다. 주어진 여건상 출발은 호남 중심이지만 호남정신을 바탕으로 전국정당으로 나아갈 자신이 있다. 호남정신에 공감하는 분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 당장 6월 지방선거에 전국에서 후보를 낼 것이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낼 것이다.” 

    지금 지지율이 낮은데. 

    “창당하기도 전 여론조사에서 7% 정도까지 올라갔다. 안철수 대표 재임 내내 줄곧 4%대이던 국민의당을 이미 넘어섰다. 호남은 정치 수준이 높은 곳이다. 무조건 지지하는 게 아니라 지켜보고 옳은 길을 가면 전략적 선택을 해주신다. 개혁적 선명성으로 호남의 지지를 얻을 준비도, 자신감도 충분하다.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민주평화당의 가치를 증명해 보일 것이다.”

    준비 안 된 개혁 VS 균형 잡힌 개혁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호남정신의 전국화를 자신했다. [조영철 기자]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호남정신의 전국화를 자신했다. [조영철 기자]

    당장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해야 한다. 

    “과거 호남은 민주당의 호주머니 속 공깃돌 같았다. 낙하산 공천을 해도 당선이 됐다. 그러다 보니 점점 호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커졌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있음으로 해서 호남 유권자들은 더 좋은 후보를 선택할 권리를 갖게 됐다. 또한 국민의당이 있음으로 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예산, 인사에서 호남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보수 측에선 더불어민주당 2중대가 아니냐는 비난을 한다. 

    “근본적으로 우린 야당이다. 민주당은 지금 대통령 지지율에 취해 굉장히 많은 정책적 미스를 범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문제, 신고리 원전 중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과후수업 교사 문제, 영어수업 등 현장을 모른 채 공약을 실천한다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게 최저임금이다. 돈 많이 준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장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충격을 줄이며 차분하게 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과는 큰 틀에서 같을지 모르지만 구체적 방법론이 다르다? 

    “그렇다. 민생을 현실적으로 살피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가려 한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준비 안 된 개혁을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균형 잡힌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전혀 없다. 민주당은 특정 세력이 패권을 통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과거 민주주의의 적이 독재였다면, 지금 민주주의의 적은 패권이다. 양당 패권정치의 폐해를 극복하자며 국민의당을 창당했는데 결과는 사당화(私黨化)를 통한 안철수 패권의 부활이었다. 우리 민주평화당은 그 어떠한 형태의 패권도 거부하며, 합의 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적 ‘패권 정치’

    민주평화당은 창당 과정에서 첫 추진 정책으로 ‘한일위안부 합의 폐기’를 내놓았다. 자유한국당도 더불어민주당도 껄끄러워하는 주제였다. 

    “지난해 12월 제가 대표발의해 당시 국민의당 소속 의원 18명과 함께 한일위안부 합의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공약은 지키려고 하면서 왜 이 공약은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라도 목소리를 내려한다. 일본과 협상할 때 시민단체와 야당이 목소리를 크게 내야 정부 협상력이 높아지는 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 있다면. 

    “민생 경제가 너무 어렵다. 특히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이 힘들어하는 데 이분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국민의당 때부터 많이 고민해왔다. 그동안 민생보다 당 분열 문제에 에너지를 쏟아서 안타깝고 죄송스럽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이 되겠다.” 

    정당 민주화를 위해 민주평화당만의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당원 평의회를 만들려 한다.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당권은 당원에게서 나온다. 당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정당엔 그런 틀이 없었다. 평당원 기구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 밑바닥 민심을 제대로 살피는 민생정당이 되겠다.” 

    생산적 다당제를 강조하던데. 

    “우리 정치의 가장 큰 폐해가 양당제로 완충 지역이 없었던 점이다. 과거 국회는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싸우느라 개원하는 데만 두세 달씩 걸렸다. 그런데 이번 20대 국회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완충지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예산안도 두 정당이 싸우는 것을 우리가 중재해 시일 내에 통과시켰다. 그게 생산적 다당제 효과다. 지금은 옛날과 다르게 계층이 다양화됐다. 한 정당이 그 다양한 목소리를 다 담을 수 없다. 다당제가 되면 국회에서 다양한 국민 의견을 정확히 수용할 수 있다.” 

    개헌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개헌 시기와 권력구조 개편 등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대립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헌 논의는 기본적으로 국회가 해야 하며, 우리 민주평화당이 추동해나갈 계획이다. 우리 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은 직선으로 선출하되 외교·국방을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선거제도도 표심을 정확히 의석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초의 여검사

    첫 여성 검사로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보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안타깝고 미안한 한편 분노를 금할 길 없다. 한편으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피해에 대한 둔감함에 심각하게 걱정도 된다. 검사가 성추행을 폭로하는 데도 8년이 걸렸다. 하물며 폭로조차 못하고 고통받는 여성의 숫자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이번 일이 남성이 여성에게, 강자가 약자에게, 갑이 을에게 저지르는 폭력적 풍토가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조 대표가 검사 시절엔 어땠나. 

    “그때는 여성 검사 자체가 드물어서인지 남성 선배 검사들이 오히려 우리를 어려워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담배를 피우거나 자기네들끼리 진한 농담을 하다가도 우리가 오면 굉장히 조심했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미투(#metoo) 운동이 남녀갈등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투 운동의 핵심은 공감과 소통이다. 성 관련 범죄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사례를 털어놓고 사회와 소통하며, 내 잘못으로 범죄의 희생자가 되지 않았음을 공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를 바꿔나가고자 하는 운동이다.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아픔과 고통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남자 스스로 자신들의 문화와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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