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모자에 헐렁한 멜빵바지, 양손에 든 청·백색 깃발을 휘날리며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 통통 튀는 목소리에 깜찍, 발랄한 소녀(?)의 낯이 익거나 반갑다면 당신은 경기도 버스를 타본 사람이다.
경기도에서 운행하는 버스 안에는 2012년부터 ‘G BUS(경기도 버스 별칭) TV’가 설치돼 연예·지역소식·건강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내보낸다. 하루 420여만 명의 승객이 시청자다. 경기도 출근족 사이에선 “그녀를 모르면 ‘서울 촌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키썸 모르면 ‘서울 촌놈’”
G버스녀, 청기백기녀, 경기도의 딸 같은 애칭으로 불리는 래퍼 키썸(22). 그에 대한 사람들 관심은 경기도청 홍보팀 레이더망에 포착돼 지난해 7월 도정 소식지 ‘G라이프’(8월호)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만약 경기도 홍보대사가 된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제발 시켜만 달라. 홍보대사 등 경기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사랑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의 솔직한 답변은 최불암, 박해미, 소녀시대 등 쟁쟁한 스타와 함께 지난해 9월 경기도 홍보대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 평생학습을 홍보하는 ‘평생학습 행복송’ 녹음을 시작으로 ‘제3회 경기 평생학습 어울林 콘서트’에서 행사 축하 인사와 함께 평생학습 행복송을 랩과 노래로 불렀다. 지난해 10월에는 ‘제2회 경기도 나눔 대축제’ 행사에 참여해 남경필 도지사와 함께 기부행사인 나눔 걷기대회에도 참여했다.
그 밖에 2014년 열린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 ‘2015 굿게임쇼 코리아’ 행사장을 찾아 경기도 홍보대사로 축하공연을 하고 팬 사인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뿐 아니라 경기도가 개인의 끼를 바탕으로 사업화를 지원하는 ‘슈퍼끼어로’ 프로그램에서 ‘끼어로’를 대표하는 인물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등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딸’이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G BUS TV 출연은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하게 됐나?
“2013년 8월부터 시작해서 1년 조금 넘게 한 거 같다. ‘청기백기 시즌1·2’와 ‘바디랭귀지’ 두 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지금은 ‘뮤직차트’라는 음악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TV 출연은 우연히 하게 됐다. 당시 그냥 ‘아는 오빠’이던, 현 이현철 휴맴컨텐츠 대표에게서 제의를 받았다. 그때는 누구도 청기백기가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마땅히 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한 거다.”
▼ 당신을 가수(래퍼)로 만든 ‘대박’ 프로그램이 됐다.
“맞다. 그때는 앨범이 나온 상태가 아니었지만 청기백기 진행 때마다 매번 ‘래퍼 키썸’이라고 소개하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래퍼라는데 노래도 없고, 방송에도 안 나오니 사람들이 신비하게 생각하고 호기심과 관심을 보여줬다.”
‘청기백기녀’로 유명세를 탄 그는 G BUS TV 출연 4개월 만에 R&B 힙합 장르의 첫 싱글앨범 ‘First Love’를 발표하고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2개월 뒤 모던 팝 계열의 두 번째 앨범 ‘Liar’를 발표했고, 케이블 TV Mnet의 ‘쇼미더머니 시즌3’에 출연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이자 래퍼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 것. 지난 1월부터 2개월 동안 여성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언프리티랩스타’(Mnet)에 출연해 기존의 ‘귀요미’ 이미지에 래퍼로서의 강한 면모까지 더해 실력으로도 인정받는 래퍼로 거듭났다.
▼ 가수 활동으로 바쁜데 홍보대사 일까지….
“5월에는 대학 축제 등 행사가 많아 하루 2, 3개의 스케줄을 소화했다. 래퍼니까 랩으로 더 활발히 활동하면서 주목받고 싶다. 어쨌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경기도 분들의 관심이 컸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를 ‘경기도의 딸’로 불러주시는 분들을 위한 활동이기도 하니 홍보대사 일이 힘들거나 번거롭지 않다.”
▼ 경기도 태생인가?
“경기 지역 버스에서 얼굴을 알렸으니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해 여섯 살 때까지 살았다. 이후는 쭉 서울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서울 산다’고 하면 사람들이 ‘경기도 딸의 비밀’이라며 농담하곤 한다. 조혜령(본명)의 고향은 서울이지만 키썸의 고향은 경기도다.”
초등 6학년 때 처음 접한 랩
가수, 특히 랩에 관심을 가진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길 가다 우연히 들은 랩에 끌렸는데, 마침 랩을 좋아하는 사촌언니가 ‘이거 들어볼래?’하고 들려준 노래도 랩이었다. ‘아, 이런 음악도 있구나’ 하고 흥미를 느낀 그는 흥얼거리며 랩을 따라 했고 잘하고 싶어졌다. 고교 1학년이 되자 작곡가 이현승(소속사 맵스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 시절 유명 가수가 노래하는 방송 무대에서 백댄스 생활을 하며 래퍼가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첫 방송에 이어 두 번째 방송 무대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톡톡히 신고식을 치른 셈인데.
“쇼미더머니3에는 아이돌 등 현역 가수도 나오고 일반인도 나왔다. 언프리티랩스타는 여성 래퍼 두 명이 무대에서 붙는 배틀 형식으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여러 사람과 경쟁해야 하고 심사받는 게 엄청 무서웠다. 근데 그것보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힘들었다. 그렇게 촬영하고 나니 그 뒤로 다른 프로는 너무 편했다. 좋은 경험을 했다.”
▼ 방송에서 실수한 적은 없나?
“쇼미더머니3는 1대 1 랩배틀 형식으로 1~4차 오디션을 통과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3차 때 언니(선배 래퍼)와 배틀이 붙었는데 그 언니 순서가 먼저였다. 근데 앞에서 언니가 가사를 까먹었다. 당황한 나도 내 순서 때 가사를 까먹었다.”
▼ 어떻게 대처했나?
“그냥 가사를 까먹은 채로 우물우물 흘러가다 끝났다. ‘망했다’는 생각뿐이었다.”
두 번째 방송 출연인 언프리티랩스타 무대에서는 원 없이 실력을 발휘하고 끼를 발산하면서 첫 방송 출연의 아쉬움을 말끔하게 털어냈다. 외모와 실력을 갖춘 신예 여성 래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최근 ‘핫(hot) 한’ 연예인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 이제 ‘청기백기녀’라는 별명을 떼고 싶지 않나?
“물론 래퍼로서 무대에 서는 게 먼저이지만 말솜씨도 중요하다. 청기백기 덕분에 말솜씨가 많이 늘었다. 정해진 코멘트 없이 혼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실수도 많았지만(웃음). 무대에서 긴장하거나 떨지 않은 것도 청기백기 덕분이다. 게다가 경기도 홍보대사까지 됐는데 별명을 뗄 이유가 없다.”
키썸은 올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4집 싱글앨범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