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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지금 선거혁명중 N세대의 정치의식

인터넷은 지금 선거혁명중 N세대의 정치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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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N세대’는 그중에서도 인터넷이 낳은 신인류라 할 만하다. 여기에서 N은 ‘네트워크’의 첫 글자. 바꿔 말하면 ‘인터넷 세대’라는 뜻이다.

아무리 인터넷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수준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특히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 인터넷은 여전히 낯설고 부담스러운 존재다. 설령 그것을 이용한다고 해도 꼭 필요한 몇 가지 기능에 그치기 쉽다.

N세대로 묶이는 10~20대는 다르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기술도, 낯선 도구도 결코 아니다. 그것은 거실이나 자기 방에 놓인 여러 가전제품들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도구일 뿐이다. 이들은 TV를 켜고 끄듯 심상하게 인터넷에 접속한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삶의 한 부분인 것이다.

‘디지털 경제’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시장 분석가 돈 탭스코트는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Growing up Digital)’라는 새 책에서, 네트워크 환경에서 자란 ‘와이어드 세대(Wired Generation)’, 혹은 ‘디지털 세대’를 묘사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 신세대는 정보 기술을 그들 자신의 일상적 삶으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한다. 95년 실시된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 정도가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을 ‘멋진(Cool)’ 일로 여겼으나 98년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88%가 인터넷, 특히 온라인 대화를 ‘멋진’ 일로 생각하고 있다.

탭스코트는 ‘N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젊은이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열려 있으며 혁신적일 뿐 아니라 자유로운 표현 욕구와 강한 자기 의견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한다. 탭스코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어린이들이 사회적으로 중차대한 현안들에서 강력한 권위를 갖게 됐다”며 이들이 사회와 기업으로 진출함에 따라 그 사회와 기업도 그만큼 더 개방적이고, 덜 위계적인 대신 더욱 협력적인 곳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탭스코트의 진단은 국내 사정에도 잘 들어맞는다. 인터넷을 통해 표현되는 N세대의 모습은 감정적이고, 개방적이며, 자기 표현 욕구가 매우 강하다. 총선시민연대의 홈페이지만 보더라도 이들 N세대의 참여가 단연 두드러진다. 웹사이트의 성격상 30대 이상의 참여가 높은 편이지만 10~20대의 열성도 그에 못지않다. 기실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을 주도하는 것은 이들이다.

지난해 말 ‘전자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등장한 ‘이마크러시’(www.emocracy .co.kr)를 보자. 인터넷 정치 마케팅업체임을 내세우는 이 사이트의 대표 문의배씨는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91학번이다. 기획팀이나 디자인팀, 기술지원팀 직원들은 95~98학번이다. 89학번인 정책팀의 김문규씨가 원로처럼 여겨질 정도다. “인터넷을 통해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해 보이겠다”는 것이 이마크러시측의 포부다. 이곳을 찾는 네티즌들도 대부분 10~20대 신세대들임은 불문가지.

그렇다고 이들이 여론의 일부만을 반영한다고 내치기는 어렵다. 정책팀 김문규씨의 말.

“국내 인터넷의 주이용자들인 20~30대는 유권자의 지형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투표 등 실제 정치 참여에는 무관심하다. 국내 정치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다. 이들을 실질적인 투표 집단, 그리하여 의식 있는 정치 여론집단으로 끌어가는 것이 우리 목표다.”

이마크러시는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유게시판에 좋은 글을 띄워 38회 이상 추천을 받으면 글쓴이의 이름으로 북한 어린이에게 쌀 10kg을 보내주는 특별 이벤트도 마련했다. 그밖에도 이마크러시는 16대 총선 출마(예상)자들의 약력과 정책, 의정활동 자료, 신문기사 등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한 유권자의 의견을 들어 후보자들에게 알리고, 특정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변을 듣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총선정보통신연대도 최근 웹사이트(www.netngo.or.kr)를 마련하고 정치 개혁에 나섰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개인의 사생활 보호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 등을 주창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온 통신연대가 총선 대비 체제로 탈바꿈한 것. 역시 20대의 N세대가 연대의 중심이다.

총선시민연대와 ‘주체적으로 동참할’것이라고 밝힌 총선정보통신연대는 웹사이트 개설과 함께 ‘네티즌 행동지침’을 공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공간을 통해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고, 투표 참가운동을 벌이며, 각 지역별 사이버 선거감시단을 만들어 불법 선거운동을 막겠다는 등의 내용으로 돼 있다.

사이버 공간으로 몰리는 정치인들

그러나 무엇보다 인터넷에 대해 적극적인 것은 총선 출마(예상)자들이다. 이는 무엇보다 현실에서는 사전 선거운동을 하기 어려운 데 견주어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자유롭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심마니(www.simmani.com)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심마니에 등록된 국회의원 홈페이지 수는 82개에 불과했으나 올 1월 말 110개로 증가, 한 달 사이에 34.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심마니의 전문 서핑(surfing) 팀이 심마니에 등록된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는 소속 정당별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 등록 수가 새천년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 30개, 자민련 32개, 한나라당 19개, 무소속 1개였으나 올 1월 들어 새천년민주당이 13개, 자민련이 3개, 한나라당이 11개, 무소속이 1개를 각각 신규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 따라 1월 말까지 정당별 국회의원이 등록한 홈페이지 수는 새천년민주당이 43개, 자민련 35개, 한나라당 30개, 무소속이 2개로 늘어났다.

또한 정당별 관련 홈페이지 수도 지난해 말에는 9개에 그쳤으나 1월 말에는 15개로 늘어났다.

이처럼 총선 출마(예상)자들이 인터넷에 관심을 갖는 것은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선거운동을 벌일 수 있다는 이유말고도,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의 주류인 20~30대 젊은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를 선거현장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세계인 사이버 스페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비용이 싼 데다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심마니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회의원 선거운동 관계자들로부터 네티즌이 인터넷상에서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검색할 때 나타나는 ‘검색결과 및 분류’ 화면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의 홈페이지 순서를 눈에 잘 띄는 위치로 옮겨달라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라고 말하고 “이번 4·13 총선을 앞두고 많은 출마 예정자들이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거나 옛 홈페이지 내용을 업데이트 하는 등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한 사이버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그 형식과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총선 출마(예상)자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수준 이하다. 물론 평균적으로 보아 그렇다는 뜻이다. 디자인은 더없이 조악하고 촌스럽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이미지 로딩(Load ing)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린 것도 있다.

노무현, ‘사이버 보좌관’ 모집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자기 홍보에 급급해 네티즌들의 참여 공간을 배려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자유게시판 정도다. 토론실, 온라인 여론조사, 사이버후원회, E-메일 클럽 등 인터넷의 장점과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웹사이트는 그리 많지 않다.

민주당 노무현 의원은 그런 면에서 인터넷의 뛰어난 ‘연결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는 20~30대 네티즌을 상대로 ‘사이버 보좌관’을 모집, 100명 안팎의 보좌관을 뽑았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민심 동향은 물론 다양한 총선 전략 아이디어를 내놓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이상희 의원, 민주당 김민석 의원 등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 N세대 공략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총선시민연대의 공천 반대 인사 명단에 포함된 총선 출마(예상)자들의 웹사이트를 찾아보는 일도 퍽 흥미롭다. 민주당 김상현 의원의 웹사이트는 자신의 무고함을 강력히 주장하는 경우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따로 팝업(Pop-up) 창이 뜨는데, 거기에 담긴 것은 총선시민연대에서 단식농성중인 김의원을 지원·격려하려 ‘각계각층 인사’가 농성장을 방문했다거나,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국회환경포럼이 ‘94·95·96·97·98년에 이어 99년도 최우수연구단체상 수상, 6연패 달성’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런가 하면 자민련 박철언 의원은 1월26일 ‘시민단체 이름 아래 국법질서 유린하는 급진 진보세력의 배후는?’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했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의 초기 화면에 연결해 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함께 뜨는 팝업 창의 ‘즉석 여론조사’ 결과. ‘최근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에 정치적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는 대답(231명·54%)이 ‘그렇지 않다’라는 대답(193명·45.6%)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와 있다. ‘네티즌 한마당’이라는 제목의 게시판 내용도 박의원에 대한 격려성 글 일색이다. 그에 대한 비판의 글은 보이지 않는다.

박의원의 홈페이지 방문자가 대부분 그의 지지자였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에 대한 비판·비방의 글을 게시판 운영자가 삭제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실제로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낙천 대상자의 홈페이지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면서 ‘삭제하지 말아주십시오’라는 부탁성 문구를 잊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의 웹사이트는 퍽 인상적이다. 그는 당초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손잡고 인터넷을 활용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무지개연합을 발표한 뒤 얼마 안 있어 한나라당으로 말을 바꿔 탔다.

그러한 화제성 행보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남다른 지명도 때문인지 그의 웹사이트는 비교적 많은 네티즌들이 방문하고 있다. 특히 게시판은 홍의원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시끌벅적한데, 주류는 그에 대해 실망했다거나 그의 행보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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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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