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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전 한나라당 총재

“호남은 이제 ‘김대중주의’ 끝내라” “킹? 킹메이커? 나라 위한 일이라면 뭐든 하겠지만…”

이회창전 한나라당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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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바보들의 천국’ 신세

이회창전 한나라당 총재
▼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도저히 그 간판으로는 차기 대권창출이 힘들어지자 신장개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백년(百年) 정당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는데 고작 3년 갔군요.

“다급해 보이데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말이 당연히 나올 수 있겠지요. 그런데 기사회생을 하려면 좋은 정치를 하는 쪽으로 가야지, 또다시 지역주의와 결합해 판을 한번 바꾸려는 시도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벌써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서로 지역을 바꿔 방문하면서 움직이는 걸 보면 그런 의도가 감지됩니다. 이분들이 다시 그런 식의 판짜기를 시도한다면 단순히 정치 후퇴가 아니라 북핵 사태로 인한 국가위기에서 나라를 함정에 빠뜨리는 일이 됩니다.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략과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러나 나라를 잘못되게 만드는 새판 짜기는 제발 안 했으면 좋겠어요. 국민을 더 이상 피곤하게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필자가 “지금까지는 자제하던 정치 비판을 시작했군요”라고 말하자 그는 웃으며 “이제 제가 얘기 좀 하려고 해요”라고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에서 겨뤘던 상대이기 때문에 제가 비판하고 공격하는 게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해 그동안 삼갔습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이후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분들 하는 일을 방관하면 나라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이제 얼마 남았습니까(‘1년 4개월 남았다’고 말해줌). 아마 본인이 굉장히 고달팠으리라고 생각돼요. 정말 미숙하고 능력에 문제가 있다 해도 마음이 국민을 향해 있고, 국민의 진실을 믿었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겠죠. 북핵 사태 이후 남북 문제에서 대통령이 철학이 전혀 없거나, 아주 잘못된 편견으로 나라를 끌고가고 있어요. 국민이 그것을 알고 정확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부동산정책이나 교육정책을 보면 완전히 좌파죠. 시장논리에 의한 정책이 아니라 세금폭탄으로 저소득층, 중산층 울리는 정책입니다. 교육도 자율과 창의성을 북돋우고 나라를 이끌어갈 원동력인 인재를 길러내는 정책이 아닙니다. 과도한 평등주의로 하향평준화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대학의 입시요강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지배하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 중에 또 있습니까.

좌파면 좌파답게 그쪽으로 간다면 이해하겠는데 도대체 대중을 잡을 수 없어요. 느닷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한다고 나섭니다. 저는 FTA 같은 개방정책은 써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정부가 일관된 정치이념의 기조 위에서 해 나간다면 좋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하면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한다는 식이죠.”

▼ 정부의 북핵 대처 방안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경제 상황도 나쁩니다.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돌았고 내년에도 저성장이 예고됩니다. 내년 대선은 국운(國運)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 같은데, 차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봅니까.

“대한민국의 핵심적 가치에 관해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야죠. 대북 문제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신념에 입각해 방향을 바로잡고 풀어갈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6·25전쟁 이후 제2의 위기에 해당하는 사태가 온 것은 집권세력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철학을 확고하게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경선 관여 않겠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4강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고래 사이에 낀 새우지요. 우리가 살길은 무지갯빛 환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동맹과 개방입니다. 이 동맹과 개방에 관한 확실한 통찰과 식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동맹은 바로 고래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제적으로 바깥에 친구를 갖는 길이고, 개방은 문을 열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동맹보다 자주 구호를 내세우다가 한국은 왕따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이) 직접당사자라고 할 6자회담이 재개되는데 한국 머리 위에서 왔다갔다하고, 우리는 언제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왕따 됐는데도 아니라고 우기죠. 좀 심하게 말하면 ‘바보들의 천국’이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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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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