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개혁 2020’은 이명박 정부에서 크게 수정될 전망이다. 2005년 9월 국방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
도일규(육사 20기) 전 육군참모총장이 용산포럼 대표로 취임한 것은 8월2일. 도 전 총장은 애초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후 합류할 생각이었다. 예비역 장성들이 박근혜파, 이명박파로 갈려 맞서는 것에 부담을 느낀 탓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캠프에서 ‘급하다’며 영입을 서두르는 바람에 경선 전에 가세했다. 도 전 총장이 대표가 된 후 용산포럼의 세력은 더욱 커졌다.
용산포럼 회원들은 대선 막바지엔 귀향해 지인들을 상대로 직접 득표활동을 벌였다. 또 회원마다 50명씩 연고자를 추천했다. 그들은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용산포럼의 정책은 분야별로 다양하다. 먼저 ‘국방개혁 2020’에 대해선 “정권이 정략적 차원에서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혹평한다.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한 짜깁기 개혁안”이라는 것이다. ‘잘못된 전제’란 안보상황에 대한 오판을 뜻한다. 즉 북핵 위협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한 상태에서 제시한 개혁안이므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무기체계의 과학화나 기술군에 대한 기본 설계를 치밀하게 한 다음 병력이나 부대 감축을 추진해야 하는데, 순서가 틀렸다는 것. 또한 개혁을 해서 지금의 전투력보다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예산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어 결과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아울러 군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높은 방위사업청을 폐지할 것을 주장한다. 군납이나 무기도입 비리는 개인 잘못이지 시스템 잘못이 아니라는 게 용산포럼의 견해다. 오히려 기획과 예산, 심의, 구매 등 모든 권한이 집중된 방위사업청에서 과거보다 더 큰 비리가 싹틀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병역특례자 줄이자”
국방경영 효율화도 주요 정책이다. 한 마디로 국방에도 경영마인드를 도입하자는 것. 군은 작전과 훈련에만 전념하고, 군수·정비·보급 등 전투지원 업무는 과감하게 아웃소싱하자는 주장이다. 군내 식당, PX, 복지관도 그 대상이다. 또한 기술군과 과학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군내 인력양성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보다 대학과 같은 외부의 우수한 기술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편다.
의료 부문 개선도 있다. 장비가 아니라 인력이 관건이라는 게 용산포럼의 진단이다. 열악한 군 의료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과 같은 민간 병원과의 인적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군 통합병원의 민간 위탁경영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오랫동안 민원의 대상이 돼온 군사시설보호구역에 관한 내용도 있다. 군에 꼭 필요한 땅 외에는 과감하게 해제해 민간에 돌려주자는 주장이다. 보호구역 해제로 부대의 보안성이 떨어질 경우 울타리를 치자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한다.
아울러 군 복무제도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대선 한 번 치를 때마다 복무기간이 줄고 있어 군의 전투력 유지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또한 병역특례자가 너무 많아 국민개병제가 퇴색됐다고 우려한다. 병역특례 범위를 좁히고 대상자를 엄선해 특례자 수를 크게 줄여야 한다는 게 용산포럼의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