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 대진표가 짜이려면 몇 차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에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진영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사이의 공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 체제에 들어선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에선 충청권을 중심으로 크게 동요하는 양상이다. 새 대표 선출 직후 신당을 떠난 이해찬 전 총리 등이 ‘친(親)노무현 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주축이 되는 ‘제3지대 창당론’도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다 이회창 전 무소속 후보의 자유신당이 외연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은 전열을 정비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총선을 통한 재기를 모색할 태세다.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 상황에서도 243개 선거구 가운데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는 곳을 꼽아 보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중량감이 느껴지는 인물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지역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MB) 한나라당 후보가 전국 각지에서 올린 득표율이 총선에서도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한나라당 공천=당선’ 등식이 성립되는 지역이 상당수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총선 격전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집권 한나라당 내의 공천 격전지와 본선 격전지가 그것이다. 전국의 ‘빅매치’ 예상지역 50곳을 골라 각 주자의 움직임과 판세를 짚어 봤다.
서울은 이명박 당선자가 대선에서 52.2%의 득표율을 올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총선에서도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진다. 이 때문에 각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신당 등은 서울의 전통적 우세 지역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주로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초에서 ‘대변인 大戰’
그중 서초 갑은 여의도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역의원은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이 의원은 2007년 6~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선대위의 대변인을 맡아 이명박 후보 검증에 앞장선 친박(親朴)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같은 여성으로 현재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인 ‘친MB의 핵심’ 진수희 의원(비례대표)이 도전장을 냈다. 진 의원은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이 의원과 치열한 ‘입싸움’을 벌인 바 있다.
서초 갑의 흥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명박 당선자측의 ‘실세’로 급부상한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도 출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나아가서 ‘대선 1등 공신’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비례대표 의원)도 서초 갑에 마음이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그러나 최근 이동관 대변인을 신당 김근태 의원 지역구인 도봉 갑으로 선회했다. ‘이혜훈 낙천’은 박근혜계를 자극하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라 실제 결행될 경우 한나라당 양대 계파 간 전면전이 벌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선거를 앞두고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마포 갑과 마포 을로 불길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서초 갑에서 거론되는 4명 가운데 수성(守城) 태세에 들어간 이혜훈 의원을 제외한 3명이 은근히 마포를 곁눈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일단 서초 갑에 올려놓고 마포도 생각해 보겠다”고 기자에게 귀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