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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입’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이 털어놓은 대선 비화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에 한 점 부끄럼 없다’는 표현, 반대했죠”

‘부드러운 입’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이 털어놓은 대선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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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수행, 하루는 논평

‘부드러운 입’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이 털어놓은 대선 비화

지난해 11월30일 제주 유세를 위해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이명박 후보가 나경원 대변인에게 얘기하고 있다.

▼ 일각에선 “당 대변인의 논평이 너무 차분해서 답답하다”고 하던데요. “전쟁터에서 폭격을 해야 하는데 총을 쏜다”며.

“전직이 지금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고 봐야겠죠. 필요 없는 과장은 절제하려고 했어요. 근거를 가지고 가급적 절제하면서 대변을 하다보니 ‘과감한 공격을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자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강경하고 자극적인 단어가 대중에게 일시적으로 인기를 얻을 순 있겠지만 거칠고 독설적인 표현은 설득력이 떨어지거든요. 대변인 된 지 얼마 안 돼 TV에서 제가 한 논평을 본 적이 있어요. 자극적인 표현이 담겨 있었는데 제가 들어도 싫더라고요. 여기 분들은 ‘카타르시스’라고 말하는데 저는 싫었어요.

BBK 사건만 해도 그래요. 언론이 제가 한 말의 일부분만 떼어 옮기는 바람에 오해받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BBK에 대해서는 써놓은 것말고는 더 말하지도 대답하지도 말자’고 다짐했어요.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짧게 말했어요. 괜히 부연설명을 하다 보면 종합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일부분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죠.”

언론과 신당이 ‘앞뒤를 안 따지고 일부분만 떼어내어 이해한다’는 말을 하기에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공개된 ‘광운대 특강’ 동영상에 대해 물어봤다.



▼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이 후보의 육성이 담긴 생생한 동영상이 등장했을 때 대변인으로서 무척 당혹스러웠을 텐데요. 아무리 말의 일부분만 떼어 편집했다 하더라도 “저는 요즘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했습니다.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라는 말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지요.

“‘BBK를 설립했다’고만 했지 ‘내가 설립하였다’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특강 하루 전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BBK 사장은 김경준이고, 김경준을 영입했다’고 명확하게 말씀하셨어요. 당선인을 옆에서 모셔 보면 자주 말씀이 꼬이는 걸 알 수 있어요. 주어와 술어가 안 맞는 편이에요. 평소 그분의 말의 뉘앙스와 문맥에 비춰 ‘(BBK를) 내가 설립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신당과 언론이 딱 그 부분만 떼어내 보여주니 오해가 생긴 거예요. 이명박 당선인의 말을 듣다 보면 갑자기 주어가 사라질 때가 많아요. 주어를 빼고 말해 자신의 얘기처럼 들리게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정말 국민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나 대변인은 한숨을 쉬면서 답답해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평소 말투를 명쾌하게 예로 들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기색이었다.

▼ 논리적이고 차분한 나 대변인으로선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후보가 답답하셨겠어요.

“맞아요. 후보께 ‘이 정도만 얘기하면 좋겠어요’ 하면 후보는 ‘이렇게 하면 안 될까’라고 고집을 안 꺾으시는 거예요. 결국 하고 싶은 대로 말씀해버리죠. 선거 초반에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매우 높을 때가 있었잖아요. ‘말실수만 안하면 된다’고들 했어요. 두 명의 대변인이 하루는 수행을 하고 하루는 논평을 담당하는 식으로 돌아가며 일했는데, 수행 대변인을 하는 날은 초긴장 상태가 돼요. 저는 기자들과 친한 편이었는데, 후보를 모실 때는 기자만 나타나면 긴장이 되더라고요. 후보가 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 때 보면 얼굴이 잔뜩 굳어져 있는 거예요. 단어 하나하나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그런 거죠. 그땐 걱정했는데, 지나고 보니 자신의 스타일대로 솔직하게 말한 게 오히려 국민에게 먹히지 않았나 싶어요.”

▼ ‘말실수’ 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르는데, 노 대통령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의 언변이 더 화려하죠. 두 분 다 하고 싶은 얘기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죠. 노 대통령이 화려한 언변과 거침없는 말솜씨라면, 이 당선인은 어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매끄럽지도 않은 편이죠. 좀 텁텁한 말씨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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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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