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7일 열린 건교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 실세이자 인수위 한반도 TF팀 고문을 맡은 이재오 의원이 “운하는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이 공약을 선택한 만큼 바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환경단체를 비롯한 운하 반대진영은 “국민은 운하 공약을 선택한 적이 없다. 이는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라며 운하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장석효 TF팀장은 이 의원의 말에 화답하듯 “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TF팀까지 만들었겠느냐. 임기 내 완공이 목표이며 경부운하는 민자(民資)로, 호남과 충청운하는 국가재정으로 건설하겠다. 세 운하를 동시에 착공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환경단체의 국민투표 주장을 일축했다.
그런데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진화에 나서야 할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 의장이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이 의장은 당·인수위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의지가 있다고 해서 큰 파급력이 있는 사업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납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 걱정되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말을 ‘국민투표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나라당에선 자중지란이 일어난 것으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
“밑그림이 다르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2월에 반대파들이 참가하는 대운하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했고,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운하는 충분한 국민 여론 수렴과정을 통해 내년 초에 시작한다”고 못 박았다. 이렇듯 인수위가 직접 불끄기에 나섰지만 대운하를 둘러싼 다툼은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찬성하는 그룹은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한나라당 의원 그룹과 뉴라이트 사회단체 진영, 경부운하가 지나가는 각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등이고 반대하는 그룹은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내 박근혜 의원 계파, 환경단체, 문화재단체 등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처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중간영역에 있던 의원들은 ‘운하 신중론자’로 자처하지만 환경단체에선 그들을 운하 반대론자 영역에 포함시킨다.
인수위 한반도TF팀과 한나라당 MB계파에서는 환경단체와 야권의 반대보다 당내 인사들의 운하 비판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편에서도 반대하는데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반대 진영의 공세 앞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한구 의장은 한나라당의 정책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는 까닭에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운하 반대 진영으로선 활용하기 좋은 재료가 된다.